[뉴스토마토 한광범·장성욱 기자] 국정원 개혁안의 개혁특위 통과로 31일 처리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쟁점법안·예산안 처리가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외촉법)' 암초에 부딪혔다. 외촉법은 정부와 여당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기 국회에서 꼭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정원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참석인원 전원 찬성으로 회의에 앞서 특위 여야 간사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새누리당 내에서 일부 의원들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대세에 큰 영향 없이 의원총회에서도 추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역시 합의안에 대해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오후 4시로 예정됐던 본회의에서 국정원 개혁안 등의 쟁점법안과 예산안이 처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당 지도부가 국정원개혁안의 반대급부로 내어준 외촉법이었다. 민주당 의원 다수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외촉법에 대한 "재벌특혜법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의원도 강하게 반대했다. 법사위는 법안이 본회의를 가기 위해서 반드시 들러야 하는 마지막으로 관문이다. 박 의원은 "외촉법은 상임위도 통과되지 않은 법"이라며 "상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의 외촉법 연계에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촉법에 대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아 경제력 집중을 막으려고 만든 지주회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촉법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이 "상당수"라며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법을 단 하루 만에 그냥 날조해 통과시키는 것은 국민들이 바라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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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의 이런 강한 반발에 야당 원내지도부는 여당 원내지도부를 만나 당의 상황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의총에서도 국정원개혁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의원들이 많았다며 동시 입법이 되기 힘들 경우 두 법안을 따로 2월로 미루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이같은 제안을 민주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정원개혁안에 대해선 당초 여야 지도부 4자회담을 통해 올해 안에 처리하기로 합의가 됐기 때문이다. 또 야당의 '꽃놀이패'인 예산안이 처리될 경우, 국정원 개혁안의 국회 통과조차 담보할 수 없는 현실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이같은 요구에 상설특검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상설특검제를 새누리당이 수용할 경우 외촉법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역제안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이같은 요구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여야는 '외촉법' 이외 모든 쟁점 법안에 대한 처리를 마친 상태다. 이날 밤 기획재정위 조세 소위에서는 민주당이 요구했던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 조정'·'대기업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등의 부자감세와 새누리당이 요구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제 중과세 폐지'의 '빅딜'이 성사됐다.
결국 '외촉법'을 중심에 두고 한 당의 대승적인 양보가 없다면,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를 넘기는 것은 물론, 심각할 경우엔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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