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국내 블랙박스 시장이 기술력을 겸비한 강자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품질력과 사후관리가 보증된 메이저 업체 위주로 시장이 다시 짜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차량용 블랙박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25만대 규모에서 2012년 150만대 규모로 급격히 커졌다. 규모가 커진만큼 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200~300개의 업체가 제품을 내놓으면서 '춘추전국시대'라 불릴 정도다. 기술장벽이 높지 않은 탓에 너나 할 것없이 블랙박스 제조 및 판매에 나섰다. 내비게이션 시장이 축소되면서 블랙박스로의 이동도 원활했다. 카드 모집인이나 자동차 판매사원 등이 경품이나 서비스로 블랙박스를 공짜로 증정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최근 상장한 미동전자통신과 팅크웨어, 파인디지털, 현대엠엔소프트 등 중견업체들을 위시해 수많은 군소 업체들이 적게는 5만원대부터 30만원대까지 다양한 기능을 담은 블랙박스를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박스라는 제품 자체는 여러 부품과 제품을 조합하면 된다"며 "딱히 특별한 기능이나 기술이 필요없는 제품으로 당장 제품만 사다가 조립해도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부 업체들이 기술개발이나 A/S등은 뒷전으로 미루고 판매에만 급급하면서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 불만이 급증하면서 서비스와 품질 등을 갖추지 않은 업체들은 자연스레 도태될 위기에 처했다는 게 관련 업계 기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가격도 중요하지만 품질이나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는 브랜드 및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유명 블랙박스 동호회의 한 회원은 "브랜드 제품이건 아니건 이제는 소비자 사후관리와 품질이 제품 구매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자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블랙박스 피해구제 접수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14건과 34건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79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는 92건으로 피해 접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블랙박스 관련 연도별 피해구제 접수 현황 (자료=한국소비자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의 선택이 곧 업체의 생사를 가를 것"이라면서 "시장은 서비스 품질과 제품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 위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랙박스 업계 상황이 내비게이션 시장과 닮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0년대 중후반 업체들이 넘쳐나면서 저가 경쟁 끝에 일부 업체들은 부도를 맞아 사업을 접는 사례가 속출했다. 구조조정기를 지나 내비게이션 시장은 팅크웨어와 현대엠엔소프트, 파인디지털 등의 일부 업체들 위주로 재편되면서 안정된 모습을 찾았다.
때문에 블랙박스 시장 역시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일부 블랙박스 제조업체의 경우 경영난에 시달리는 곳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야 값싼 중국산을 들여와 판매하는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지만 빠르면 1~2년 사이로 경쟁력 있는 업체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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