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울 것 없는 '3개년 계획'..당국만 골머리
2014-01-08 15:32:17 2014-01-08 15:36:12
◇현오석 부총리가 7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공언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두고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5년간의 공약가계부를 비롯해 각종 투자활성화대책, 주택시장대책, 서비스산업대책까지 풀어 놓을 보따리를 거의 다 풀어 놓은 상황인데다 신년 경제정책방향까지 발표한 마당에 추가로 3개년 계획을 내 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 앞에서 약속을 한 대통령의 압박은 벌써부터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 다음날인 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께서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장관들에게 다시한번 3개년 계획에 대한 실천방안을 독려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3대 추진전략과 관련된 각종 과제는 어느 한 부처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모든 부처가 협의해야 하고, 모든 부처의 역량을 총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모든 부처의 역량결집을 주문하고 있지만 특히 고민이 큰 것은 경제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국무회의 직후 가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국민경제자문회의 등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2월말까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일단 2월말까지 기한을 정하면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지만,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치겠다는 표현만으로도 딱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실제로 청와대 참모회의에서조차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구상에 그쳤었지만, 박 대통령이 초안에 없던 화두를 기자회견 당일 갑자기 포함시켰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경제의 '혁신'이라는 단어에 만족할 만한 대안을 짜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여기에 더해 박 대통령은 지난 연말 세종시를 직접 찾아 "기적을 일으키자"면서 "퀀텀 점프(대도약)"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파격적이고 화끈한 무언가를 내놓지 않는다면 민망한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상당수 아이디어가 집권 첫해에 이미 풀어헤쳐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1일과 8월28일 두차례에 걸쳐 주택정상화 대책을 발표했고, 총 28조8000억원 규모의 현장대기 프로잭트를 발굴해 지원하는 등 각종 규제개선책을 담은 투자활성화 대책도 4차례에 걸쳐서 발표했다.
 
박 대통령의 핵심 정책기조인 창조경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5월15일에는 벤처·창업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6월4일에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으며, 다음날인 6월5일에는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구체화해 발표했다.
 
특히 4차례의 투자활성화대책에는 산업입지와 환경, 관광, 중소기업, 의료, 교육 등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완화대책까지 포함됐다.
 
여기에 12월11일에는 부채감축과 경영혁신을 담은 공공기관정상화대책까지 쏟아져 나왔다.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강조한 투자규제 완화, 공공개혁, 창조경제 추진이라는 3대 전략과 대부분 중첩되는 것이다.
 
5년~10년을 보는 중장기 계획과 달리 3개년 계획이라는 단기성도 부담이다.
 
이미 올해는 예산이 국회를 통과해서 배정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예산이 투입되는 일을 꺼낼 수가 없다. 돈이 투입되는 일은 내년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3년짜리 단기과제로 꾸며야 한다.
 
법령개정사항들을 발굴하더라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험난한 일정이 남게 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주택법 등 지난해 발표된 입법과제들도 아직 국회에 계류중에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추진했던 많은 과제들이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해 경제정책의 방향"이라면서 "3개년 계획은 그와는 별도로 새로운 획기적인 내용을 담아야 할텐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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