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혹시나' 하는 기대를 '역시나'로 만든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첫 기자회견으로 본 박근혜 정부의 집권 2년차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험난할 전망이다.
안녕하지 못하거나 안녕한 이들로 국론이 양분되는 등 혼돈 정국을 방치하다 취임 316일 만인 6일에야 비로소 국민 앞에 선 박 대통령은 짜여진 각본대로 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과 같은 '듣기 좋고 하고 싶은' 말들만 늘어놨다.
모두발언에서 임기 첫해를 뒤흔든 주요 현안들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 박 대통령은 이어 진보 언론은 제외된 12개의 매체와 질의응답을 실시했다.
하지만 질의응답은 11년 전 참여정부 시절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와는 판이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정권에 민감한 문제들이 포함된 날선 질문을 받았던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박 대통령은 사전에 조율된 13개의 질문을 받았다.
여기서 박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만한 질문은 '대선 불법 개입 의혹'과 '불통 논란', 단 두 가지 뿐이었다.
먼저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정권 국가기관들의 불법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지난 1년간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이 소모된 것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송구함을 표시했다.
그렇지만 이내 "다행히 연말에 여야가 많은 논의 끝에 국가정보원·국가기관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에 합의, 국정원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했기 때문에 이제는 제도적으로 그런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그것이 차단되었다"는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정치 개입 원천 방지를 위한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에서의 개혁안 마련은 여야의 인식 차이로 당초 약속한 시한을 넘겨 간신히 이뤄졌고, 오는 2월 말까지 미진한 부분을 추가로 논의해야 되는 미완성 상태다.
국가기관 정치 개입 가능성이 "원천 차단되었다"고 박 대통령이 자신있게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닌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럼에도 마치 이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기라도 한 것처럼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우리가 함께 미래로 나갔으면 한다"라고 제안했다.
심지어 "국민들께서도 정부·국회·여야가 경제를 살리고 민생회복을 위해서 힘을 모으는 모습을 가장 보고 싶어 하시지 않겠냐"라고 훈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야권의 특검 도입 요구도 "지금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절반 가량의 국민들이 특검 도입에 찬성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들으려고 하기는커녕 자신의 기존 입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해 '불통의 정석'을 보여줬다.
이런 박 대통령이 불통 논란 질문에 '진정한 소통'을 운운했다는 사실은 한 편의 코미디를 연상시킨다. 박 대통령은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불통 지적에 대한 진지한 반박을 시도했다.
박 대통령은 "단순한 기계적 만남 또는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소통이냐"라고 반문한 뒤 "그건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자답했다.
"그동안 불법으로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오히려 진정한 소통을 위한 전제조건은 모두가 법을 존중하고, 지키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적용·집행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철도노조 파업을 겨냥해 "정부가 민영화 아니라고 누차 얘기해도 그 말을 들으려고도 안 하고, 그냥 불법 파업을 이어갔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직접 만나는 방식의 소통이 가능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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