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최근 해외 직구(직접구매) 열풍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국내 수입 업체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콧대 높던 수입 브랜드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등 고가정책을 포기하는 업체들까지 등장하면서 불안한 심리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해외직구로 이동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시 국내로 돌리기 위한 몸부림이다.
해외 직구 품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부 의류, 패션잡화 업체들은 고객 이탈이 현실화되면서 직구를 차단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맞서면서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타미힐피거, 폴로, 라코스테 등 유명 수입 브랜드들이 해외 본사 쇼핑몰의 접속이 불가능 하도록 차단해 놓은 상태다. 국내 인터넷주소(IP)로 접속하면 곧바로 한국 공식 사이트로 넘어가도록 설정했다.
예를들어 인터넷 주소창에 랄프로렌 영문페이지의 인터넷주소(http://www.ralphlauren.com)를 직접 입력해도 바로 한국 사이트로 연결되도록 접근 자체를 원천 봉쇄했다.
소비자들은 업체들의 꼼수에 직구 대행사이트를 이용하는 등 우회 경로를 찾아 나서고 있다. 심지어 국내에서 차단된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들까지 온라인상에 퍼지고 있을 정도다.
해외 브랜드들이 이처럼 직구를 막는 이유는 국내 시장 매출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소비자들은 유독 국내 판매 가격의 거품이 많아 구매하기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해외 직구사이트 이용자 A씨는 "국내에서만 유독 제품 가격이 뻥튀기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 직구를 이용하고 있다" 며 "하지만 몇몇 업체들이 국내에서 접속하는 IP를 걸러내면서 자주 사용하던 직구사이트 접속이 안 돼 어이가 없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업체측이 꼼수를 쓰더라도 해외 직구 트렌드를 막을 수는 없을 것"며 "국내 IP 주소를 쓰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인터넷 상에 나와 어 이러한 정보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대해 국내 수입 업체들은 사이트 접속 차단은 글로벌 본사 방침일 뿐 이라는 항변을 내놓고 있다. 국내 매출이 떨어지자 이를 막기 위한 본사 측의 대응일 뿐 수입사들은 사이트 차단과 관련해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SK네트웍스(001740) 측은 "현재 타미힐피거 본사로부터 국내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판매하는 부분에 대해 일부 권리를 부여받아 판매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온라인 거래에 대한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는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를 차단하기 위해 마치 의도적으로 접근을 막고 있다는 일부 오해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억울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랄프로렌코리아 측도 "국내에서도 지난해 폴로 공식 온라인몰이 오픈되면서 해외 사이트 접속을 일시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사의 정책을 따라가는 것일 뿐 현재로서는 사이트 차단을 해지하기 위한 어떠한 내부 조치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업황침체로 소비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해외 직구로 소비자들이 몰리자 매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글로벌 본사 측의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해외 직구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수입업체들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 간 외국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 직구는 20% 이상의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해외 직구는 1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 직구를 이용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바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며 "국내 수입 업체들도 살아남을 방안을 강구해야 하기 때문에 본사를 설득해서라도 가격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