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교학사 역사교과서' 논란과 관련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지난 9일 교과서 편수(편집·수정) 전담 조직 구성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가가 교과서의 집필을 책임지는 국정 교과서 체제로 회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서 장관은 "교육 문제가 정치쟁점화 되고 있어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교과서 문제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의 교과서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지금의 혼란이 '정치 탓'과 '교과서 수준 탓'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금의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사회적 혼란의 중심엔 교육부가 있다. 교육부 산하기관인 국사편차위원회가 지난해 8월 "친일 미화, 독재 찬양"이라는 비판을 받던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을 통과시킬 당시 교육부는 침묵했다. '사관'이 아닌 '사실 오류' 수백 군데가 발견됐지만 교육부는 미온적이었다.
국정감사를 통해 교학사 교과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야당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날로 거세지는 와중에 드디어 교육부가 나섰다.
그러나 '교학사 교과서'뿐 아니라 다른 6개사의 교과서도 문제 삼았다. 여전히 수백 곳의 사실관계 오류가 있던 교학사 교과서에 8개 부분의 수정을 명령하면서 나머지 교과서들에게도 비슷한 정도의 수정을 요구했다. 다른 교과서의 수정 요구 중에는 여러 부분에서 '사관'을 문제삼아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자초했다. 심지어 박종철 씨의 죽음을 다뤘던 한 교과서의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소제목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News1
이후 전국의 고등학교들의 역사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학부모·학생·교사들의 거부감으로 교학사 교과서 채택이 미진하자 교육부는 또 다시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역사교과서에 이념편향은 안 된다"고 말한 직후였다. 교육부는 이날 교학서 교과서 채택을 고려하다가 이를 철회한 학교들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고작 하루 뒤인 7일, "외압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교육부의 조사 결과 발표 당일, 조사 대상 학교 중 하나인 전주 상산고는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또 이를 전날 교육부 감사 담당자들에게 전했다고도 해, 교육부 발표를 무색케 했다.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이 미진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국정교과서' 도입을 거론하자, 교육부는 이에 적극 동조했다. 서남수 장관이 9일 직접 나서 '편수체제 강화'를 거론하며 사실상의 '국정교과서' 체제로의 전환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유신시대의 국정제도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라며 "법과 제도를 무너뜨리며 교학사 교과서 구하기에 혈안"이라고 맹비난했다. 다른 야당들도 적극 가세해 교육부를 성토했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서 장관의 '편수체제 강화' 발언에 대해 "교과서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교과서 검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여권에서 말한 "역사전쟁"에 동조하며, 그동안 꾸준히 '교학사 교과서'를 비호해온 상황에서 향후에도 이같은 태도가 쉽게 바뀌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편수체제 강화'가 국정교과서로 가기 위한 첫 단계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쉽사리 사라지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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