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재정긴축에 성공한 그리스가 채무면제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2년 11월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가 기초재정수지를 건전한 수준으로 회복시킬 경우 채무의 일부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합의한 바 있다.
이에 그리스는 그간 강경한 재정긴축 기조를 이어왔고, 그 결과 지난해 통합 재정지출에서 이자비용을 뺀 기초재정수지는 7억유로 흑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흑자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유로존은 약속한 대로 그리스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로 구성된 트로이카 채권단으로부터 빌린 2400억유로의 일부를 면제해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명목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는 채무면제 대신 ▲상환이자율 인하 ▲부채상환 만기일 연장 ▲자금조달 조건 완화 등 3가지 보상책을 제안했다.
14일(현지시간) 야니스 스투나라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우리는 채무면제를 바라지 않는다"며 "이자율을 낮추고, 상환 만기일을 연기해주는 쪽이 그리스 재정 건전화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제금융에 대한 상환이자율은 0.5%를 웃돈다. 만약 이 이자율이 제로수준으로 인하된다면 그리스는 1년에 2억6500만유로, 2020년까지는 30억유로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리스의 구제금융에 적용된 이자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더 이상 인하할 여지가 없다는 평가다.
이미 유로존은 그리스의 재정공동지원(유로존 구제금융을 마련키 위해 회원국들이 정기적으로 모으는 자금) 자금 규모를 10%에서 5%로 줄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행 5%의 이자율이 제로 수준으로 인하된다 하더라도 그리스가 2020년까지 아낄 수 있는 금액은 7억6000만유로에 불과하다.
◇야니스 스투라나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OECD의 그리스 경제 평가 프레젠테이션을 보고있다(사진=로이터통신)
대신 부채상환 만기일의 연장은 큰 혜택이 될 수 있다. 그리스는 이미 부채상환 만기를 30년으로 확장했고 10년의 유예기간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정부 측의 요구대로 만기일이 50년으로 연장된다면 그리스가 매년 굴릴 수 있는 여윳돈은 더 늘어날 것이다.
단순하게 계산해볼 때 2400억유로를 30년에 걸쳐 상환하려면 연간 80억유로를 갚아야하지만, 50년에 걸쳐 갚으면 1년에 50억유로도 채 안 내도 된다.
길레스 모엑 도이치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상환기간 연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채무국의 부채상환 부담은 크게 덜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크게 줄어 그리스가 예상보다 빨리 채권시장으로 복귀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그리스에게 어떤 완화책이 주어질 지는 오는 5월 또는 6월 중순쯤에 결정될 예정이다.
오는 4월 말 EU통계청인 유로스타트가 그리스의 재정수지 흑자달성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고, 이 보고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이후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가 만족할 만한 보상책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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