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불후의 명곡'에 인기가수들이 잇따라 출연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KBS)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지난 2012년말 종영한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와 현재 방송 중인 KBS ‘불후의 명곡’은 가수들이 출연해 노래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들이다.
그런데 이 두 프로그램을 대하는 가수들의 태도는 180도 다르다는 것이 방송가의 이야기다.
‘나가수’ 땐 출연을 꺼리는 가수들이 꽤나 있었다. 이 때문에 제작진이 섭외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불후의 명곡’에 대해선 가수들이 비교적 출연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나가수’와 ‘불후의 명곡’을 향한 가수들의 사뭇 다른 태도, 이유가 뭘까?
◇‘나가수’ “못하면 망신” 부담감 커
‘나가수’에 출연했던 한 가수의 소속사 관계자에게 섭외 당시의 상황을 물어봤다. 그는 “사실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물론 좋지만, 혹시나 꼴찌를 기록한다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가수’는 최고 가수들이 한 곳에 모여 경연을 펼친다는 것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미 최고의 위치에 올라선 가수들로선 “잘해도 본전, 못하면 망신”이라는 부담감이 컸다. 그들에게 ‘나가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전쟁터였다. 출연 가수들의 비장한 표정과 눈물엔 다 이유가 있었다.
일부 가수들은 “노래로 줄을 세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고, 제작진으로부터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았지만 끝내 출연하지 않은 가수들도 있었다.
◇선후배 어우러지는 무대 ‘불후의 명곡’
이승철, 이승환, 신승훈, 박진영 등은 ‘나는 가수다’에선 볼 수 없었지만, ‘불후의 명곡’에선 접할 수 있었던 가수들이다. 직접 무대에 올라 경연을 펼치진 않았지만, ‘전설’로 초대돼 후배 가수들의 공연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이런 그림은 매회 한 명의 ‘전설’이 출연하고, 후배들이 ‘전설’의 노래를 부르며 경쟁을 하는 ‘불후의 명곡’만의 특별한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다.
‘불후의 명곡’에선 선후배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물론 경연에 따른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있을 수밖에 없다. 여전히 ‘불후의 명곡’ 출연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가수들도 있다. 하지만 “떨어지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베테랑 가수 김건모 마저도 손을 덜덜 떨며 노래를 불렀던 ‘나가수’와는 분명 다르다.
‘불후의 명곡’에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출연한다는 점 역시 가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부분이다.
‘불후의 명곡’에선 ‘나가수’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아이돌 가수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나가수’에 출연했던 가수들이 가창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고음 대결을 펼쳤던 것과 달리, ‘불후의 명곡’에선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가창력이 조금 부족해도 춤이나 무대 연출 등 자신만의 무기로 승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담이 덜하다는 평가다.
◇인지도 상승 효과..음악적으로 성장할 기회도
‘나가수’에 출연한 가수들은 '나가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출연 이후 각종 행사 러브콜이 쏟아졌고, 단번에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대중들에게 ‘얼굴 없는 가수’로만 인식됐던 김범수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불후의 명곡’에선 이런 효과를 누리는 가수들이 더 많아졌다. '나가수'와 달리 신인 가수와 무명 가수 등에게도 출연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가수 문명진, 태원 등이 '불후의 명곡'을 통해 이름을 알린 케이스다.
이미 얼굴이 알려진 아이돌 가수들의 경우엔 '불후의 명곡'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출연 제의를 반기고 있다. 항상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던 샤이니 태민은 솔로 무대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태민의 솔로 무대는 콘서트에 직접 찾아가지 않고서는 보기 힘들다.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던 한 아이돌 가수의 소속사 관계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때는 ‘불후의 명곡’에 출연한다고 하면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들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인식들이 없어졌다”며 “직접 무대에 서보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다. 평소에 음악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았던 아이돌 가수들도 새로운 무대를 꾸미면서 스스로 느끼는 것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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