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둘러싼 표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SBS)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별그대’ 표절 논란의 끝은?”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를 둘러싼 표절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28일 만화 ‘설희’의 강경옥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최종 입장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자신의 작품을 표절한 ‘별그대’ 측을 고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별그대’의 제작사인 HB엔터테인먼트는 “표절 의혹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별그대’에 대한 표절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말이었다. 강경옥 작가가 블로그를 통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부터였다. 당시 강 작가는 ▲역사적 사건 인용 ▲불로 ▲외계인(외계인 치료) ▲피(타액)로 인한 변화 ▲환생 ▲같은 얼굴의 전생의 인연 찾기 ▲전생의 인연이 같은 직업인 연예인 ▲톱스타 등 8가지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별그대'가 ‘설희’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 측의 싸움은 ‘틀린 그림 찾기’의 양상이었다. 초점은 두 작품이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에 맞춰졌다.
하지만 ‘별그대’의 박지은 작가가 “작가로서의 양심과 모든 것을 걸고 강 작가의 작품믈 접하지 않았고 참조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을 내놓은 뒤 논란의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두 작품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떠나서 박 작가가 ‘별그대’를 집필하기 전 ‘설희’를 봤느냐 보지 않았냐가 중요한 쟁점이 됐다. 강 작가 역시 “드라마 제작은 준비 기간도 꽤 긴 걸로 알고 있고 많은 사람이 모여 회의와 의논도 할 테죠. 시나리오가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볼테고요. 그런데도 제작사의 그 누구도 작품(설희)의 존재를 몰랐다는 얘기가 되는 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 부분을 공격했다.
실제로 이 문제는 양 측의 대립이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을 때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별그대’의 표절 논란에 앞서 MBC 드라마 '선덕여왕'도 뮤지컬 '무궁화의 여왕, 선덕'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결국 법정 싸움이 이어졌고, ‘선덕여왕’ 측이 ‘무궁화의 여왕, 선덕’의 대본을 미리 봤는지 여부가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문제는 누군가가 해당 대본을 봤는지 여부를 눈에 보이는 증거를 통해 증명해 보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박 작가 본인이 ‘설희’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이 주장을 억지로 굽히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덕여왕’을 둘러싼 법정 싸움에서도 재판부는 “'선덕여왕' 측이 대본에 접근했을 가능성이 낮다, 높다”와 같이 주변 정황을 바탕으로 가능성을 따져봤을 뿐, 대본을 실제로 읽어봤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증명해 보인 것은 아니었다.
결국 '별그대'와 '설희'의 표절 논란은 양 측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숨은 그림 찾기’의 문제가 돼버린 셈이다.
이처럼 논란의 양상이 바뀌고 있는 이유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작품의 표절을 판단하기 위해선 대사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플롯, 사건의 전개과정, 작품의 분위기, 전개속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절방지 가이드 라인만으로는 표절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만화 팬들과 '별그대‘ 팬들 사이에 감정적인 충돌까지 더해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만화 팬들은 강경옥 작가의 명성이나 ’설희‘의 인기에 비추어봤을 때 박 작가가 이 작품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별그대‘의 팬들은 “반드시 그 만화를 봤을 것이라는 주장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말로 맞서고 있다. ’별그대‘의 일부 팬들은 “드라마가 인기를 끄니 강 작가가 이것을 이용해 자신의 작품과 이름을 알리려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별그대’와 ‘설희’를 둘러싼 논란의 끝은 어떻게 날까. 법정 싸움이 진행되더라도 양 측 모두가 납득할 만한 판결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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