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치올림픽 루지 대표 성은령 "'사상 최초'에 자부심"
2014-01-29 16:07:12 2014-01-29 16:11:10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루지대표팀의 성은령(22·용인대)이 오스트리아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 그는 대한민국 동계올림픽 역사상 첫 루지대표팀 여자 선수다. (사진제공=성은령)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루지대표팀의 성은령(22·용인대)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은 인물이다. 그는 대한민국 동계올림픽 역사상 첫 루지대표팀 여자 선수다.
 
한국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녀 개인, 더블, 팀 계주 등 4종목에 모두 참가한다.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2010년 벤쿠버 대회까지는 남자 싱글만 출전해 왔다.
 
성은령은 최은주(23·대구한의대)와 경합 끝에 '여자 싱글' 대표 한 자리를 차지했다. 루지대표팀의 슈테판 자르토르 코치에 따르면 성은령은 기복이 없고 코스 적응력이 뛰어나다.
 
성은령은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훈련에 한창이다. 그는 최근 <뉴스토마토>와 전화 인터뷰에서 "살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고 웃었다. 고된 훈련 속에 저절로 살이 빠지지만 체중을 늘리는 것이 큰 과제다. 썰매의 가속도를 위해서는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루지(Luge)는 '썰매'의 프랑스어다.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함께 동계올림픽 3대 썰매 종목으로 꼽힌다. 뒤로 누운 채 140km에 이르는 썰매에 몸을 맡기는 종목이다. 짜릿함과 위험성이 공존한다. 
 
실제 지난 2010년 벤쿠버올림픽에서는 노다르 쿠마리타쉬빌리(조지아)가 훈련 도중 코스를 이탈해 구조물에 부딪혀 사망하기도 했다.
 
성은령은 "부담감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올림픽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평창 대회에서는 꼭 메달을 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성은령과 일문일답.
 
-현재 어떤 점을 집중 훈련하고 있나?
 
▲한국에서는 트랙이 없어 근력운동이나 스타트 기술 훈련을 중점으로 했다. 지금은 슬라이딩에 더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다. 스타트 훈련을 위한 훈련 시설이 굉장히 잘 돼 있기 때문에 그것 역시 꾸준히 훈련하고 있다.
 
-루지대표팀이 전 종목 출전권을 따냈는데 팀 분위기는 어떤가?
 
▲당시 아침식사를 할때 소식을 접했다. 지금까지 연습하며 가장 즐거운 식사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할 정도로 다들 좋아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여자 선수 1명은 결정 되지 않은 상태라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관문이 하나 더 남았던 날이었다.
 
-슈테판 자르토르 코치가 평소 어떤 점을 강조하고 지도해주나?
 
▲슈테판 코치님은 루지에 관한 모든 걸 강조한다고 보면 된다. 당근과 채찍을 굉장히 잘 사용하신다. 기분 좋은 칭찬과 따끔한 질책이 항상 따른다. 코치님 의견이 최종 1인 선정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걸 최근 알았다. 아마도 제가 나태해질까봐 말씀을 안 하신 것 같다. 제가 끝까지 노력해서 스스로 결과를 얻도록 도와주신다.
 
-최은주 선수와 경합 끝에 선택됐다. 부담은 없나?
 
▲여자는 1명이 출전하니까 은주 언니와 경쟁 관계가 돼 부담이 컸다. 더 절실하게 출전권을 따야겠다는 생각만으로 훈련했다. 처음에 출전권을 얻었을 때는 정말 좋았다. 나중에 올림픽은 팀원들과 가는 것이란 걸 깨달았을 때 은주 언니 생각에 슬프기도 했다. 언니 몫까지 해내야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처음 시작한 운동이 태권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변신의 계기는 무엇이고 현재에 만족 하는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태권도와 육상 같은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흥미가 그쪽이다 보니 용인대 체육학과를 들어갔다가 교수님 추천으로 루지를 알게 됐다. 루지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운동 잘하는 대학생 정도였을 것이다. 당시 스무 살이었는데 굉장히 모험적인 일이었다. 지금은 정말 잘 한 것 같다. 루지 종목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선두 주자가 됐으니 말이다.
 
-루지는 부상 위험이 큰 종목이다. 부담은 없나?
 
▲처음 시작하면 부딪히고 뒤집어지고 굉장히 사고가 많이 난다. 물론 10년 이상 탄 선수들도 자주 실수하고 다친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할 때 부담감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속도 때문에 68kg까지 살찌우는 게 목표라고 알고 있다. 목표치에 다가가고 있나?
 
▲지금은 59kg정도 나간다. 겨울에 해외에 나오면 여름보다 음식 보충이 충분하지 않다. 무게가 조금 빠졌는데 그래도 최대한 많이 먹고 있다. 지금도 10kg정도 찌운 것이다. 쉽진 않지만 68kg은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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