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공기업 정상화, 부작용 양산할수도
2014-01-29 18:09:10 2014-01-29 18:13:07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연일 공기업 경영정상화를 주문하는 가운데 일부 에너지공기업에는 공공기관의 수익성이 줄 수 있다는 부작용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용을 줄이려고 돈줄을 찾다 보면 사업을 접거나 알짜배기 자산까지 팔 수 있다는 것이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036460),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정부는 2월 중 발표할 예정인 '제5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에서 해외 자원개발의 기본방향을 민간업체의 투자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 계획에서 공기업은 탐사를 맡고 민간은 개발과 운영을 전담하게 해 공기업의 해외사업 부담은 줄이면서 민간의 투자를 이끌 방침"이라며 "공기업과 민간이 역할을 분담하는 새로운 해외 개발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에너지공기업들은 명목상으로는 해외 자원개발 내실화지만 사실은 해외 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고 반발했다. 자원을 개발해 광구·유전 등을 운영해야만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수익을 낼 게 없어진다는 것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석유 한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석유공사라는 조직의 비전은 해외에서 석유자원 개발하는 것"이라며 "자원 개발과 운영을 민간에 넘겨주면 우리로서는 장기적인 수익성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의 해외 자산 중 하나인 캐나다 하베스트 광구(사진=한국석유공사)
 
정부의 방침이 현실화되면 일부 공기업은 올해 추진하기로 했거나 앞으로 실행하려 했던 신규 사업을 대부분 취소하거나 다음 해로 연기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공기업의 사업축소는 협력업체로의 피해전가도 이어진다.
 
납품계약이 엎어지거나 대금이 깎이는 것은 물론 공기업의 각종 설비투자와 시설유지·보수 등이 줄면 이에 의존해 매출을 내던 중소업체 영업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공기업 부채감축의 하나로 해외자산 매각까지 검토하면서 헐값 매각과 알짜 자산 매각의 염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라 2017년까지 공기업의 부채비율을 30% 이상 줄이라고 주문한 상황이지만 수십조원의 빚을 짊어진 공기업으로서는 대규모 자산 매각 외에는 뾰족한 답이 없는 실정. 
 
◇주요 에너지공기업의 재무상태(2012년 기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에 한국전력(015760)은 호주 바이롱 탄광과 캐나다 워터베리·크리이스트 우라늄광산을 팔 것으로 알려졌고, 가스공사는 모잠비크 가스전과 호주 글래드스터 가스전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기업 관계자는 "부채감축도 필요하지만 해외 자산을 급하게 팔다 보면 비싸게 인수한 자산을 헐값으로 넘길 경우도 생기고 나중에는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며 "신규 투자재원을 확보한 뒤 자산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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