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당하는 '시간선택제일자리'..동참기업 17% 그쳐
경총, 354개 기업조사결과 발표
2014-02-02 11:00:00 2014-02-02 12:44:57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의 핵심 일자리 정책인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적합한 직무가 부족하고 생산성이 저하될 것을 우려해 채용에 소극적인 탓이다.
 
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5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일·가정 양립 관련 기업의견 조사' 결과를 보면, 산업현장 전반에서 시간선택제를 이미 채용했거나 채용 예정인 기업 또는 채용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기업은 17.5%에 그쳤다.
 
이 중 비제조 대기업의 경우 46.2%가 이미 채용절차에 들어갔거나 채용을 긍정적으로 검토 하고 있는 등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계획'이라는 기업은 19.2%로 집계됐다. 향후 이들의 의사결정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경총은 분석했다.
 
기업들은 시간선택제 채용을 결정했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이유로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16.7%)와 '인건비 절감'(15.6%), '근로자 경력단절 예방과 일가정 양립 지원'(14.6%) 등을 비슷한 비중으로 꼽았다.
 
반대로 시간선택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부정적인 기업의 33.8%는 '적합직무 부족'을, 28.5%는 '업무연속성 단절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결정적 이유로 꼽아 특정 항목에 원인이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경총은 "시간선택제 확산을 위해 시간제에 적합한 직무 개발이 시급하다"며 "동시에 생산성 저하에 대한 기업의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의 취재와 필요성에 공감하는 기업은 44.6%로 조사됐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에 대한 공감 여부
 
이런 공감도는 기업규모별·업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47.9%)과 비제조업(51.8%)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반면, 중소기업과 제조업(50.0%)에서는 인력구조와 적합 직무 등 업종특성상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정부의 강력한 시간선택제 정책 추진에 대해서는 많은 기업들이 "자연스러운 정책 추진 과정으로 이해된다"(38.3%)고 답했으나 "유·무형의 압력을 느낀다"(29.3%)거나 "강압적이진 않으나 눈치가 보인다"(32.4%)는 응답도 많았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법적 규제 중에서는 '전일제 수준의 시간당 임금 지급'에 대해 가장 부담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선택제 근로자와 전일제 숙련근로자 간에 생산성 격차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같은 수준의 높은 임금 지급이 강제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규모별 시간선택제 관련 도입이 우려되는 법적 규제
 
이어 ▲전일제 전환 청구권 ▲기간 정함 없는 근로계약 ▲전일제와 동일한 복지 제공 ▲전일제와 동일한 승진 기회 등이 부담스러운 규제로 꼽혔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전일제 전환청구권'을, 중소기업은 '전일제 수준의 시간당 임금 지급'을 각각 1순위로 지목했다.
 
기업들이 실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예상되는 근로자의 전형으로는 '경력 있는 30대 여성으로 1일 6시간 근무하며 임금·복지의 별도기준을 적용받는 기간제 근로자'가 꼽혔다.
 
이들이 맡을 직무로는 단순노무직(29.1%)이 가장 많았으며, 생산·기능(20.6%), 관리·사무(18.6%), 안내·상담(10.9%)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이런 전형의 근로자 채용 시 기존 인력을 시간선택제로 전환(29.6%)하기보다 신규채용(70.4%) 형태로 선발하겠다는 의견이 2배 이상 많았다.
 
기업규모에 따라 대기업은 1일 4시간(41.2%) 일하며 시간에 비례한 임금(51.1%)을 부여하는 일자리를 전형으로 생각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6시간 이상(43.4%) 근무하며 임금은 별도기준(57.9%)으로 설계하려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교적 대기업에서 최근 정부 시책에 부합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큰 셈이다.
 
기업들은 향후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인력활용의 유연성 제고(26.6%)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의 재정적 지원(22.7%)과 양질의 구직자 풀 형성(16.4%) 등을 주된 과제로 꼽아,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기업수요를 자극할 만한 노동시장 여건이 조성될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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