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게 지난 2013년은 악몽같은 해였다. 2008년 이후 5년 연속 이어오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은 물론, 관중 수도 40% 이상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는 시즌을 마치고 과감한 투자를 택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강민호에게 75억원이란 통큰 투자를 했고, 장타 보강을 위해 두산에서 최준석도 FA로 데려왔다.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외국인 투수인 크리스 옥스프링과 쉐인 유먼도 모조리 잡았다. 여기에다 왼손 에이스 장원준도 경찰청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다.
롯데는 예전에 제2구장으로 써오던 마산구장에 터를 잡은 NC가 선전하면서 더욱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관중 감소 요인의 하나로 NC의 선전이 꼽힐 정도다.
과연 롯데는 올해 '가을 야구'와 '관중 복귀'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쉐인 유먼.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S(Strength : 강점) - 외국인 투수의 건재 속 강력한 선발 마운드
롯데는 한국에 적응을 마친 외국인 투수들이 올해도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지킨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3년차인 쉐인 유먼과 지난해 롯데 선수로 거듭난 크리스 옥스프링은 다른 구단에서 부러워할 만한 롯데의 든든한 외국인 베테랑 투수다.
지난해 유먼과 옥스프링이 합작한 승수는 26승에 달한다. 유먼(13승4패, 193.1이닝, 평균자책점 3.54)과 옥스프링(13승7패, 183.1이닝, 평균자책점 3.29)은 13승씩 나눠가지면서 롯데 마운드를 이끌었다.
롯데의 선발은 올해 더욱 강해졌다. 지난 2008~2011년 4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토종 좌완 에이스로 군림했던 장원준의 제대 복귀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장원준은 경찰청 야구단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이에 따라 롯데는 외국인 선수 두 명과 송승준, 장원준에 이르기까지 안정적인 4선발 체제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 사직야구장 전경.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W(Weakness : 약점) - 어딘가 불안한 마무리
롯데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올시즌 리그의 '1강'으로 꼽을 정도로 전력을 꼼꼼하게 보강했다. 돋보이는 강점은 많지 않지만 약점을 거의 메우며 착실하게 시즌을 맞을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남는다. 롯데의 약점으로는 마무리가 꼽힌다.
지난 시즌 31세이브를 올린 김성배가 있긴 하나 전문 마무리가 아닌 탓에 확실한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 정대현과 최대성도 있긴 하지만 올시즌 활약은 미지수다.
일단 김시진 감독은 김성배를 주전 마무리 투수로 보고 있다. 팀의 장점인 탄탄한 선발이 길게 끌어주고 중간 계투가 짧게 이어던진 후 김성배가 마무리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를 위해서는 정대현의 부활과 최대성의 발전이 관건이다. 김성배의 위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올때 이들이 마무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정대현이 2012년 후반기처럼 던지거나 최대성이 제 역할을 한다면 롯데의 고민은 크게 해소된다.
◇롯데 선수로 활약하던 2005년 당시 최준석.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O(Opportunity : 기회) - 강민호 잔류·타선 강화
롯데는 지난해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통큰 투자'를 단행했다.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에게 총액 75억원 규모의 거금을 안기며 잡았고,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괴력을 선보였던 최준석을 총액 35억원을 들이면서 붙잡았다.
게다가 베네수엘라 출신의 거포인 루이스 히메네스를 영입해 중심타선의 무게를 끌어올렸다. 최준석과 히메네스의 몸무게를 합치면 240㎏이 넘는다. 타팀 투수들에게 강한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고, 거구에서 뿜어지는 파워로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다 장원준과 함께 경찰청에 입대했던 포수 장성우가 복귀한 것도 큰 플러스 요인이다.
2008년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장성우는 경찰청에서 눈부시게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기존 강점인 투수 리드는 물론 수비 능력도 강화됐고 공격력 또한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타율·타점 1위(2013년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향상됐다.
장성우가 성장함으로써 그동안 대부분의 경기를 뛰어야 했던 강민호의 부담을 크게 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강민호와 용덕한 모두에게 적잖은 긴장감을 준다는 면에서도 팀에 긍정적이다.
더불어 롯데에는 절박한 처지의 선수들이 적지 않다.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해 가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을 노리는 손아섭, 황재균, 전준우와 이번 시즌 이후 FA가 되는 장원준과 박기혁 등이다. 이들이 스스로 어떠한 활약을 펼칠지, 벤치는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많은 관심이 몰린다.
◇박민식 의원이 20일 오전 부산시청 국제회의실에서 주관한 '부산 프로야구 제2구단 유치 및 신(新)구장건설 끝장토론회'에 전문가와 시민이 많이 참석해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제공=박민식의원실)
◇T(Threat : 위협) - 급격히 줄어든 관중수, 선거 맞아 제기된 '제2구단 창단론'
이처럼 롯데 선수단은 팀의 강점이 돋보인다. 기회 요소도 많다. 하지만 구단 외적으론 위기 요소가 없지 않다.
지난해 있었던 관중수 급감은 올해 롯데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작년 관중수는 77만731명으로, 전년도의 136만8995명에 비해 43.7%나 줄었다.
이같은 감소폭은 롯데 구단 역사상 2002년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전체 구단의 역대 기록 중에서도 5위(1위 2002년 롯데 68.05%, 2위 1998년 쌍방울 60.52%, 3위 1984년 삼미 49.62%, 4위 1984년 해태 48.07%)에 해당한다.
그 요인으로는 여러가지가 꼽힌다.
같은 동남권 기반 구단인 NC의 창단, '가을 야구 실패'로 대표되는 성적 하락, 홍성흔(현 두산)·김주찬(현 KIA) 등 잇따른 FA 계약 실패로 인한 팬 이반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다. 롯데 특유의 '화끈한 야구'가 사라지고 옛날의 '짜내기 야구'로 돌아갔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제는 앞으로도 악재가 될 만한 요인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부산의 정치권에서는 오는 6월 부산시장 선거를 겨냥해 '제2구단 창단' 논의가 한바탕 일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롯데에 대한 날선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모기업은 지역에 기여한 바가 없고 구단은 팬들의 마음과는 상당히 다른 선택을 자주 했다는 것이다.
비록 제2구단 창단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정치권의 '롯데 때리기'는 구단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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