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최악의 연초를 보낸 신흥국들의 주가가 한 달 새 크게 하락하자 저가매수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주가 하락에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글로벌 자산정보 제공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1월 신흥국 시장에서 유출된 증시자금은 12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터키의 대표증시 XU100 지수는 지난 한 달 동안 7.78% 하락했고, 인도의 SENSEX 지수도 2.77% 내렸다. MSCI 이머징시장지수 역시 올해 들어서만 8.3% 하락해 1988년 이후 최고 낙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신흥국가의 경상수지적자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조짐이 더이상 악화되지 않는다면 1997년 외환위기가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현재가 매수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신흥국과 선진국의 주식 가격 차이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최대이며, 이미 신흥국 경제위기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들은 증시에 전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됐다.
러스 코스테리치 블랙록 수석 스트레지스트는 "터키처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대체로 신흥국가들의 형편은 더 나아졌다"며 "달러화표시 부채가 줄어들수록 외화보유고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진시장에 비하면 신흥국 시장의 증시는 이미 충분히 조정된 상태"라며 "신흥국가들의 주식은 선진국에 비해 평균 40%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신흥국의 경제 위기를 기회로 삼아 투자자들은 매수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닐 전 회장은 "일부 신흥국은 실제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대부분은 그렇게 큰 위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테이퍼링 결정이 아르헨티나, 터키, 태국 등 신흥국 자산의 매도세를 가속화시켰지만, 이 같은 부정적 영향은 정도의 차이일 뿐 세계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란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신흥국에 대한 낙관적 평가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개리 더간 커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신흥국 자산이 저렴해 매력적인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신흥국 증시가 바닥을 쳤는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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