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꽁꽁 얼어있던 가계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가계 소비지출은 지난 201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가계 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 2011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가계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년 만에 반등하면서 경기회복세가 확대된 가운데 굳게 닫혀있던 가계 지갑도 슬슬 열리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3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8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지난 201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지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지난 2012년 2분기 3.6%를 기록한 이후 ▲2012년 3분기 1.0% ▲2012년 4분기 1.4% ▲2013년 1분기 -1.0% ▲2013년 2분기 0.7% ▲2013년 3분기 1.1% 등으로 줄곧 1%대 안팎에 머물렀다.
소비지출에서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소비도 1.9% 증가했다. 이는 5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달리다가 반등한 것.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소비지출이 가계지출 증가율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4분기 소비지출은 교육을 제외한 전 비목에서 증가했다. 주로 가정용품·가사서비스에서 가구 및 전자제품 구입이 늘고, 음식·숙박에서 외식비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또 오락·문화 비용도 다소 늘었다.
다만 교육은 학원비가 증가했으나 정부의 유치원비 지원에 기인해 소폭 감소했다.
처분 가능한 소득 중 얼마만큼 소비했는지를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도 1.2%포인트 상승하면서 10분기 연속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4분기 평균소비성향은 73.0%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행진에서 반등했다.
(자료=통계청)
반면 세금이나 연금, 보험, 이자비용 등으로 나가는 4분기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75만9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 증가했다. 단체회비와 종교기부금 등 비영리단체로의 이전, 연금기여금, 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가 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소득은 3분기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4분기 월평균 소득은 416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0.7% 증가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들어 이어진 경기회복 흐름에 따라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은 증가했으니나 증가세는 3분기에 비해 다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분기까지 이어지던 가계의 불황형 흑자 현상은 4분기 들어 꺾였다. 불황형 흑자는 각종 불확실성에 지출 증가폭이 소득 증가폭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4분기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40만4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가계 흑자액은 92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가계 흑자액는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전체 소득에서 세금을 뺀 것)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이다. 흑자액은 3분기 2003년 통계작성이래 최고치를 기록해 사상 최고의 불황형 흑자를 보였지만, 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흑자율도 27.0%로 전년동기대비 1.2%포인트 하락, 3분기까지 줄곧 이어지던 상승세 흐름에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반면 적자가구 비중은 23.4%로 전분기·전년동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자료=통계청)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에는 2011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소비지출 증가율이 가계소득 증가율을 상화했다"면서 "보육료 지원 등 정부의 정책지원 효과가 제거되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소비지출이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경기회복세가 가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소득 증진과 소비 활성화에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연간 월평균 가계소득은 416만2000원으로 전년대비 2.1%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를 기점으로 증가율 둔화추세가 상승추세로 전환됐으나, 2012년에 비해 연간 증가율은 하락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증가세 둔화와 재산소득 감소세 전환 등이 가계소득 증가율 둔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지난해 연간 가계지출은 월평균 326만2000원으로 전년비다 1.4% 늘었다. 소비지출은 월평균 248만1000원으로 전년대비 0.9% 증가했지만, 실질소비는 0.4% 감소했다.
비소비지출은 가구당 월평균 78만1000원으로 전년대비 2.8% 증가했다. 경상조세, 연금, 사회보험료 지출이 늘어난 반면, 가계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자비용 부담은 줄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