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냉혹한 세계..1군에 밀려 홈구장 떠나는 2군
2014-03-01 22:36:07 2014-03-01 22:39:55
◇1일 오전 포항야구장으로 떠날 C팀(2군) 소속 선수를 태운 NC다이노스 구단 버스의 짐칸. 짐칸이 가득 차 있어 운영에 필요한 일부 짐은 프런트 개인 차의 공간을 통해 옮겨야 했다. (사진=이준혁 기자)
 
[창원=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같이 훈련하고 함께 땀흘리며 소속 팀의 승리와 발전을 바라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1군'·'2군'에 포함될 선수 숫자는 공식 규정으로 각각 정해져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1군에서 엄청나게 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경기를 하고, 누군가는 2군에서 1군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욕망을 품고 이를 악물고 있으며, 누군가는 3군이나 재활군에 머무르며 내일의 번영을 기대한다.
 
프로스포츠의 특성상 선수단의 운영은 1군을 위주로 이뤄진다. 그래서 구단 자원의 다수는 1군을 위해서 쓰이게 되고, 때로는 1군의 경기나 훈련 혹은 행사 등을 위해 2군과 이하의 선수단이 희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이를 냉혹하다, 불쌍하다 탓할 수 없다. 그들은 자기 실력에 맞춰 대접을 받는 프로며, 자기 실력이 좋아지고 기회를 잡게 된다면 1군에 올라설 가슴벅찬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뉴스토마토는 지난달 28일 오후와 1일 오전에 각각 이뤄진 NC다이노스 D팀(3군, 재활군)과 C팀(2군)의 이사 현장을 살펴봤다. 이들은 오는 5일 오후 귀국할 N팀(1군)을 위해 그동안 훈련을 해오던 창원 마산야구장서 짐을 빼서 포항야구장과 진해야구장으로 이사를 하고 있었다.
 
◇진해공설운동장에서 훈련 중인 NC다이노스의 D팀(3군·재활군에 해당) 선수단. (사진=이준혁 기자)
 
◇올해 군(群) 별로 각각 '찢어지는' NC의 1~3군
 
올해 NC는 N팀과 C팀, D팀이 각각 다른 구장에서 경기와 훈련을 하게 되는 구분된 체제로 운영된다. 최근 신축 야구장 입지 논란 때문에 창원 연고 유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2군(및 이하) 훈련장을 건설하는 계획은 자연스레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NC는 양해각서(MOU)를 맺고 훈련장 부지를 무상 제공해 오랜 시간에 걸쳐 건설을 꾀하던 경남 고성군에 공사의 중단 등에 따른 배상금 6048만원을 주는 손해를 겪기도 했다. 적어도 NC가 손을 놓고 있던 상황은 아니다.
 
또한 NC는 지난해 12월 조직 개편을 통해 그간 신축 야구장 건설 업무를 하던 건설관리팀을 해체하고 팀장과 소속 팀원을 다른 팀으로 인사했다. 건설관리팀이 1군 신축 야구장은 물론 2군 야구장 건설도 오래 관여했던만큼 팀의 해체는 야구장 건설의 중단으로 여겨도 크게 무리가 아니라는 평가다.
 
N팀이 올시즌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정규 경기와 훈련을 함에 따라 C팀과 D팀은 각각 포항 포항야구장과 창원 진해공설운동장에서 훈련과 (정규)경기를 치른다.
 
처음부터 C팀이 포항에서 경기와 각종 훈련을 하려 한 것은 아니다. 포항은 창원에서 버스로 2시간 가량을 이동해야 도착이 가능한 먼 곳이고 경상남도가 아닌 경상북도다.
 
당초 NC는 D팀은 물론 C팀도 진해공설운동장을 홈 구장으로 쓰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진해공설운동장의 열악한 환경과 복잡한 부동산 소유 관계가 발목을 잡았다. 
 
진해공설운동장 야구장은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2군 이상의 정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환경을 뜻하는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심판실이 없다는 것은 부차적 문제였다. 그라운드에 아무 잔디가 없고 펜스도 낮으며 그물 상태도 매우 노후하다. KBO가 '부적합' 판정을 통보할만 했던 곳이다.
 
진해공설운동장은 익히 알려진 대로 창원시가 보수공사를 하려 추진했다가 갑작스레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삽을 못 든 곳이다. 5억원대 예산의 공사로 '시장 전결'로 집행 가능했지만, 갑자기 완전 중단됐다.
 
여기에다 운동장 시설물 소유주는 창원시인 반면 토지 소유주는 국방부란 사실도 시설의 보수 지연에 한몫을 했다. 국방부는 지난 해부터 기부채납 형태로 소유권을 넘겨줄 것을 요구했고, 결국 NC는 자체 예산을 통한 보수도 포기하게 됐다.
 
◇1일 오전 포항야구장으로 떠날 C팀(2군) 선수단을 태운 NC다이노스 구단 버스. (사진=이준혁 기자)
 
◇포항으로 향하는 짐을 싼 많은 선수들
 
구장의 보수·사용 문제가 구단과 일부 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선수들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기량을 향상시켜 여러모로 열악한 C팀(2군)에서 N팀(1군)으로 오르는 것이다. 물론 이는 D팀(3군, 재활군)에 있는 선수도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지난달 28일 입국한 선수들과 재활을 위해 대만에 출국하지 않은 선수는 당분간 C팀이나 D팀에서 생활을 해야만 하는 형편이다. 오는 5일 오후 귀국하는 N팀(1군) 때문이다. 당장 8일부터 열릴 시범경기로 인해 2군이하 선수 모두는 포항 또는 진해로 가는 짐을 싸야만 한다.
 
이사는 진해로 옮겨갈 D팀이 하루 먼저 쌌다. 지난달 28일 오후 마산야구장에서 정규 훈련 일정을 마친 선수와 전날 대만에서 훈련을 마치고 넘어온 선수 중 일부 재활이 필요한 선수가 마산에서 이날 진해로 각자 자신의 짐을 옮긴 것이다. 
 
이동 인원이 17명(선수 기준)으로 많지는 않다. 다만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다 열악한 곳으로 상황에 선수들의 얼굴 표정은 밝지 못했다. 
 
진해 사물함은 가설 컨테이너 내에 위치한다. 컨테이너 한대 내에 선수들의 모든 짐이 들어가며, 휴식도 컨테이너에서 취한다. 그나마 컨테이너는 전보다 상당히 발전된 것이다. 과거 진해에는 선수 사물함이 없고, 선수들은 짐을 노상에 놓고 휴식조차 땡볕이 내리쬐는 밖에서 취해야 했다.
 
1일 오전 포항으로 향한 인원은 전날 진해로 옮긴 인원과 달리 많았다. 버스 2대는 물론 육성팀 직원 차 한 대의 짐칸을 가득 채워야 했던 대이동이다. 진해와 달리 포항은 마산과 매우 멀기에 선수 개인이 가져온 짐은 예상보다 많았다.
 
NC는 올해 C팀 구장으로 포항야구장을 사용하며, 이를 위해 포항의 모텔 한 동을 통째로 임차했다. C팀 선수는 물론 코칭스탭과 프런트까지 모두 묵어야 하기 때문이다.
 
C팀 선수들은 올해 처음 맞이하는 포항 생활에 적잖은 기대를 보였다. 그렇지만 기대감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기량을 키워 포항을 나오고 싶단 생각이 컸다. '마산으로 금방 되돌아갈 겁니다'라고 말한 선수도 있었다.
 
올해 마산과 포항, 진해로 나눠 생활을 하는 NC의 선수들. 생활을 하는 위치가 자신이 처한 선수의 실력이자 입지라는 점에서 프로의 냉혹함이 가감없이 제대로 보여진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같은 군(群)별 구분을 통해 기량이 나아지는 선수들은 옮기는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산에서 수많은 팬들에게 이름을 내세울 것이다.
 
포항과 진해에서 시즌을 맞는 많은 선수 중에서 먼저 마산으로 가기 위해 사물함을 비울 이는 과연 누가 될까. NC를 응원하는 야구팬이라면 이를 지켜보는 것도 작은 흥미거리가 될 것이다. 
 
◇NC다이노스 D팀(3군·재활군에 해당) 선수단이 사용하는 컨테이너. 철제 앵글로 제작한 사물함이 있고 사물함 앞의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는 D팀 선수들의 공간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