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취약업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내 중소선사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의 특성을 무시한 정책으로 지원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서류심사 단계에서부터 통과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올해 역시 해운 전망은 극히 어둡다. 글로벌 선사들은 동맹을 강화하면서 기득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대표 국적선사인 한진해운, 현대상선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고, 팬오션과 대한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국내 해운업 붕괴 위험은 극도로 높아졌다.
지난달 27일 신용보증기금은 오는 7일 국내 111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총 2045억원 규모의 시장안정 유동화증권(P-CBO)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P-CBO는 지난해 7월 정부가 건설,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 지원을 위해 도입한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 중 하나다.
채권은행, 증권업계, 신용보증기금으로 구성된 '차환발행심사위원회'가 대상 기업을 선정하며, 해당기업은 회사채 만기 도래분의 20%를 자체 상환하고 나머지 80%는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구조다. 산업은행은 인수한 회사채를 증권업계 10%, 채권은행 30%, 신보 60% 등에 매각하게 된다.
이번 발행은 지난해 7월 P-CBO 도입 이후 다섯 번째로 발행되는 것으로, 지금까지 총 777개 기업이 1조3223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번 발행금액까지 합치면 총 1조5000억원 규모다.
신용보증기금은 이번 P-CBO 발행을 통해 대기업 특별차환 600억원 및 108개 중소기업에 145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 올해는 유동화 보증 총량을 전년(6.4조원) 대비 3조7000억원 증가한 총 10조1000원 수준으로 확대 운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총 1조5000억원 중 지난해 중소선사들이 지원받은 금액은 60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 지원 규모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부 발표 이후 30여개 선사들이 자금 지원을 신청했지만 부채비율, 차입금 등 신청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흥아해운, 동방, 도리코, 우현쉬핑, 천경해운 등 그나마 경영실적이 괜찮은 5개 선사들만 지원을 받았다.
이번에는 그마저도 없었다. 오는 7일 지원대상에 포함된 111개 기업 중 해운사는 현대상선 한 곳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상선도 새로 포함된 것이 아니라 지난해 10월 신청한 회사채 신속인수제 관련 차환발행 잔액이 일부 편입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대형 선사 2곳 정도만 정부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이용할 계획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오는 8일 1800억원을 비롯해 6월 600억원, 9월 1500억원 등 올해 총 39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현대상선은 4월 1400억원, 5월 2000억원, 7월 800억원 등 총 4200억원 규모다.
반면 중소선사의 경우 지난해 선정된 선사 외에 신청요건을 만족할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류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중소선사들은 대부분 지난해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롭게 신청을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문제는 해운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신청요건이다. 현재 시장안정 P-CBO 중 일반기업 회사채 참여요건은 ▲신용등급 BB- 이상 ▲부채비율 650% 이하 등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선박 도입을 위해 대규모 차입금을 들여와야 하는 선사들로서는 이를 만족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용등급 B- 이상 ▲부채비율 1000% 이하 등으로 세부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신용보증기금과 정부 등에 건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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