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타결 전 현장 목소리는 듣겠다는 정부..사실은 업계 달래기?
2014-03-07 22:38:06 2014-03-07 22:42:0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올해 상반기 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타결되리라는 관측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10개 주요 업종별 단체와 통상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겉으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TPP 참여 여부를 놓고 산업계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지만, 산업부 장관까지 직접 나서 애초 일정에도 없던 간담회를 여는 것에 대해 FTA 타결을 눈앞에 두고 산업계의 반발을 미리 달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윤상직 산업부 장관 주재로 주요 업종별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통상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를 비롯 조선·기계·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전기·철강·석유화학·섬유 등 국내 주력산업에 관련된 10개 업종별 단체 관계자들이 모였으며, 산업부 관계자는 "TPP와 한-중 FTA 등에 대한 산업계의 이해를 높이고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업계에 대한 통상지원 확대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상직 장관은 "TPP의 중요성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이해와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정부와 업종별 단체가 TPP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노력하자"고 당부한 후 "한-중 FTA는 아홉번째 협상을 거치며 모든 품목에서 상품 양허안을 교환하는 등 본격적 협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고 10차 협상 전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종별 단체들은 "TPP 규모와 역내 생산연계망 구축 등을 고려할 때 TPP가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며 "정부와 함께 주요 회원사를 대상으로 TPP 이해 제고와 대응방안 등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TPP 등이 우리 경제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애초 예정에도 없던 간담회를 소집하는 주요 FTA 협상 전 산업계를 달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산업부에 문의한 결과, 이날 간담회는 원래 장관이 아닌 한진현 제2차관이 주관해 1시간30분 정도 열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장관이 직접 나서 2시간30분 이상 진행됐다.
 
또 FTA에 따른 경제효과를 낙관적으로만 보는 정부와 달리 무역·통상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계에 피해가 올 수 있다는 우려에 협상을 신중히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TPP는 개방에 따른 농업 부문의 피해와 협상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불확실성, 자국 입장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다자협상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협상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TPP 참여 이득은 있겠지만 산업별 미시경제적 분석을 통해 취약산업 보호대책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홍렬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TPP를 간단하게 보면 개방과 관련된 문제지만 산업과 고용 측면에서 보면 양극화 우려가 있다"며 "경제적 효과만 분석하는데 그치지 말고 국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고려한 충분한 설득이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TPP 참여 득실을 자세히 검토하고 참여 비용과 국내·외 정치 변수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통합 모형(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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