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크림반도의 운명을 결정짓는 국민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의 시인 겸 화가였던 타라스 셰프첸코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크림 자치정부의 수도 심페로폴리에서 두 시위 세력이 엇갈린 견해 탓에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친서방 시위대는 이날 노란색과 파란색 깃발을 흔들며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러시아 점령군을 추방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각, 붉은 깃발을 든 친러시아 시위대는 "러시아 연방을 위하여"를 외쳤다. 시위 도중 친러시아 시위대가 친서방측 시위 참가자를 곤봉으로 가격하기도 했다.
오는 16일 크림 자치공화국과 러시아 간의 합병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감정이 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친러시아파가 점령한 크림 의회는 이미 만장일치로 러시아에 귀속되는 안을 통과시켰다. 그들에게 이번 국민투표는 이미 결정된 사안을 재확인하는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투표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크림반도 주민의 59%가 러시아계열이기 때문에 '러시아로 편입하자'는 의견이 절반을 넘길 확률이 높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 의회가 추진하는 국민투표를 적극 옹호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대로 미국과 서방국들은 국민투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크림반도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그 전에 협상단이 구성되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또한 "크림 반도의 미래에 대한 국민 투표는 위법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러시아계 크림반도 시민들이 레닌 동상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군사 위협도 남아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일 우크라이나 서부 접경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 병력에 복귀 명령을 내리면서 긴장감이 누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러시아군 병력이 크림 곳곳에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크림반도에 러시아군 2만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원 일부를 잡아 두고 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크림 반도에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러시아의 군사 개입은 우크라이나인들을 더욱 강하게 결속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군사개입을 중단하라는 서방의 경고에도 친러시아 무장세력이 크림공화국 군사위원회 건물을 한동안 점거한 예도 있다.
사이버 공격 또한 발견돼 긴장감을 높였다. 영국 방위산업체 BAE는 우크라이나 인터넷 네트워크가 지난 2013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최소 22차례나 공격당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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