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승환 "강하고 꾸준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2014-03-10 13:18:02 2014-03-10 13:22:22
 
◇올해부터 한신 타이거즈 소속 투수로서 뛰는 오승환이 8일 니혼햄과의 시범경기에 출전해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니시노미야(일본)=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2년간 총액 9억엔(계약금 2억엔, 연봉 3억엔, 연간 인센티브 5000만엔)의 계약을 맺고 일본 무대로 진출한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일본에서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시작으로 대구의 사자에서 간사이의 호랑이로 변신한 오승환은 새로 접하는 환경에 결코 낯설어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승환은 기자들도 속깊은 말을 끌어내기 무척 어려운 선수란 인식이 적지 않다. 친근한 어투가 아님은 물론 툭툭 던지는 그의 대화 형태가 그런 이미지를 형성하게 했다. 하지만 이는 자신감의 또다른 표현이다. 기자가 지난 3일간 만난 한신·고시엔 관계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지난 9일 일본 현지에서 만난 오승환은 일본 야구가 결코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한·일 양국에 있는 팬들에 대한 애정도 함께 느껴졌다.
 
뉴스토마토는 오승환을 만나기에 앞서 SNS를 통해 양국 팬의 질문을 받았다. '대구의 수호신'에서 '간사이 수호신'으로 변신한 오승환의 속내를 알고 싶어하는 질문이 많았다.
 
다음은 오승환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점점 팀에 융화되고 있는 '돌부처'
 
-일본어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현재 일상 대화할 정도는 되나.
 
▲아직 그 정도(일상 대화할 정도)는 안 된다. 생활하면서 익히고 있다. 야구 경기를 무리없이 치르기 위한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그래도 계속 말해보려고 한다. 안 되는 일본어지만 계속하면 실력이 늘지 않겠나.
 
-숙소를 오사카 시내로 정했다고 들었다. 숙소에서는 크게 걱정이 없겠지만 원정경기가 적지 않은데 숙식은 괜찮은가.
  
▲전혀 문제 없다. 원래 잘 먹고, 일본 음식을 원래 좋아했다.
 
-아직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각별히 친한 선수가 있는가.
  
▲누구 한 명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친하게 지내고 있다. 선배, 후배, 동료에 먼저 다가가고 있다. 최근 들어 나와 식사를 함께 하고 싶다고 전하는 어린 투수도 있다. 실제로 후배들에게 시간을 내서 밥을 산 적도 있다.
 
◇올해부터 한신 타이거즈 소속 투수로서 뛰는 오승환이 8일 니혼햄과 치른 시범경기에 출전해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마운드에서 집중하는 것이 평정심의 비결
  
-한국에서는 평정심을 손쉽게 찾고 투구하던데 일본에서도 이를 이어가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냥 하면 된다. 마운드에서 집중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포지션도 같고 상징성도 있는데다 심지어 같은 등번호를 받았기에 현재 시카고 컵스에서 뛰는 후지카와 규지(34)와 비교는 숙명인 것 같다. 혹시 속상하지 않은가. 
  
▲비교를 당하며 느끼는 속상함은 없다.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모든 것은 비교되는 법이다. 비교된다고 해서 결과가 안 좋다면 되려 그것이 문제다. 내가 더 잘 하면 된다. 나로서는 '내가 잘 하는 것'만 신경쓰려 한다.
 
-전날(8일) 경기에서 직구 비율이 컸다. 일본 언론을 보면 구속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고 일본은 낮은 직구가 더욱 좋다는 의견도 보인다.
 
▲전날 직구는 포수 사인대로 던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보완할 점이 있다면 보완하도록 노력하겠다. 직구 높낮이의 경우 볼카운트의 상황에 따라 적당히 조절하겠다.
 
- 삼성서 본인 빈자리를 채울만한 차기 마무리 투수는 누구라고 보나.
  
▲작년에 이미 떠난 팀이다. 그리고 (류중일) 감독님이 선수들을 살피며 알아서 결정할 것이다. 기존에 좋은 선수가 많다. 안지만, 권오준 등 좋은 선수가 많아 내 공백이 결코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한신 타이거즈 홈 야구장인 고시엔에 위치한 타이거즈샵에 오승환 전용 매대가 설치돼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체계가 일본의 장점
 
-한국 프로야구에 도입되거나 참고됐으면 하는 일본의 제도나 운영이 있다면 하나 꼽아달라.
 
▲일본에 좋은 점이 있고, 한국에 좋은 점이 있다. 서로 장단점이 다 있다. 굳이 꼽자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과 좋은 야구장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스템이라면.
 
▲더는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말고 그 정도 답변으로만 기사 써달라.
 
-구장 안팎의 상품샵에 들러본 적이 있는가. 티셔츠, 저지, 키홀더, 타올, 싸인공(인쇄) 등이 있고 오승환 선수의 전용 매대가 크게 설치됐다.
  
▲아직 들러본 경험은 없다.
 
-혹시 앞으로 이런 상품 내면 좋겠다 싶은 것이 있나.
  
▲좋은 상품들이 다 나와있다. 구단 담당자들이 잘 해주실거라 믿고 있다.
  
-타올을 보면 디자인이 마치 한국에서 매우 유명한 S라면을 연상케 한다는 얘기가 인터넷 상에는 적지 않다. 본인도 혹시 그렇게 보고 있나.
  
▲솔직히 처음 듣는 얘기다.
 
◇화초를 좋아하는 오승환이 기자가 선물한 화초를 앞에 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한국의 화초는 모두 본가로 보냈다
 
-SNS를 통해 양국 팬들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의외이지만 화초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다양한 종류의 화초를 키웠던 것으로 안다. 이미 방송에도 나오지 않았느냐. 이 화초는 다 어찌 했나.
  
▲대구 집에 있던 여러 화초는 본가로 모두 보냈다.
  
-현재도 화초를 키우고 있는가.
  
▲물론이다. 개막전 때 부모님이 오셔서 (혼자서 키울 수 있을 정도로) 가꾸려 한다.
 
-부모님은 혹시 계속 머무르나.
 
▲아니다. 잠깐 머물다 한국에 가실 것이다. 일본에서는 통역, 매니저(곽동훈 스포츠인텔리전스 과장·전 삼성 투수)와 함께 생활할 것이다.
 
-우메다(일본 오사카 도심)의 한 화원에서 원정 경기를 떠나도 괜찮을 만한 화초 한 개를 사왔다. 잘 키웠으면 하는데 이러다 일본 집에도 하나둘 화초가 늘겠다.
 
▲감사하다. 잘 키우겠다. 화초 수는 아직 모르겠다.
 
- 박찬호 전 선수나 선동열 KIA 감독이 그랬듯 평생 일본이나 미국에서 살지 않으면 한국에 돌아올 것이다. 혹시 귀국한 이후에도 야구를 계속할 것인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 역시 팬 질문 중 많은 문의가 들어온 것이다. 이제 나이가 33세다. 혹시 결혼은 언제쯤 하게 되나. 
 
▲결혼이 나이 정하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오늘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겨 바로 사귀다 곧 결혼할 수도 있다. 결혼을 언제 하겠다고 말을 한하는 것은 꽤 무의미한 것 같다. 나도 정말 모르겠다. 
 
-여성 팬들의 질문 중에는 질문보다는 자신의 안부를 오승환 선수에게 전해달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인기의 반증이 아닐까 싶은데, 혹시 인기 실감하나.
 
▲(단호하게) 전혀 아니다.
 
◇"강한 이미지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 한국에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현재는 어찌 진행되고 있나.
 
▲그쪽(장학재단 설립) 분야로는 에이전시 측에서 팀을 만들어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 구상하는 부분이라 급하지 않게 여러 준비 중이다. 단기적으로, 일회성으로, 그런 식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 급히 하지 않아도 된다.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구체적인 시점을 못박기는 무리란 생각은 들지만 올해가 되나, 내년으로 넘어가나.
 
▲천천히 잘 준비하겠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한국에서도 그런 것처럼 일본 무대에서도 강한 선수 이미지를 갖고 싶다. 마무리(투수)로서의 팀의 승리를 잘 지키는 매우 안정적인 모습과 기복없는 꾸준함을 보이는 선수로도 계속 기억되고 싶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한국·일본 팬분들은 지난 겨울동안 야구를 정말 기다렸을 것이다. 준비 열심히 한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일본 첫 무대라 잘 하려 노력할테니 한국의 오랜 팬들도 새로운 일본 팬들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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