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오는 11월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통합감독권을 공식 이양받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들에 대한 건전성 평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ECB는 오는 8월까지 진행되는 128개 관내 은행들에 대한 자산건전성평가(AQR)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ECB는 통합감독권을 공식 행사하기 전에 은행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은행 자산을 재평가하고 위기 발생시 손실 가능한 자산의 규모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ECB측은 "금융권의 안정성을 재고하고 재정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평가 과정에서 은행들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해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평가가 시행될 것임을 암시했다.
먼저 은행 자산의 적정 범위는 2800억유로(390억달러)에서 7700억유로(1조달러)로 제시됐다.
또 위기가 닥쳤을 때 은행들의 대처방법과 그 결과를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도 마련됐다.
예를 들면 채무자가 은행에 긴급 자금을 요청하거나 재정난에 빠진 기업이 부채상환을 하지 못했을 때, 또는 회전율 하락이나 주요 고객들의 자금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등이다.
이와 함께 ECB는 은행이 보유한 담보들의 가치가 올바르게 평가되고 있는 지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평가 시점으로부터 12개월 이전에 가치가 산정된 담보물은 반드시 재평가되며,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부동산부터 자동차, 배, 미술작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담보물이 최근 시가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이에 이탈리아중앙은행은 은행들이 담보자산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했는지 검사하기 위해 이미 5명의 부동산 전문가들을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CB는 대출 담보를 넘어 '레벨3 자산'도 평가한다. '레벨3 자산'은 시장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은행들은 그 가치를 스스로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어 부실 규모를 숨길 수 있다.
주로 파생상품이나 은행이 압류 권한을 갖는 부동산, 그리고 개인 주식 거래에 대한 참여 권한 등을 말한다.
ECB 측은 "각 은행별로 10개 미만의 파생상품 모델이 평가될 예정"이라며 "건전성평가의 성공 여부는 레벨3 자산의 규모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로존 내 은행들의 불만도 높다. 프란세스코 지오다노 유니크레딧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은행들에 대한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평가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은행들의 문제 자산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AQR과 스트레스테스트가 은행들의 투명성을 높여줄 것"이라며 "이 같은 개혁 과정이 가속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빈 라우텐슐래거 ECB 집행위원은 "일부 은행들은 평가에 앞서 자기자본을 확충하거나 자산을 매각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마지막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ECB로의 통합감독권한 이양 준비는 한창 진행중이다. 하지만 유로존의 재무장관들은 여전히 부실은행에 대한 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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