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준식기자]출범 3년차를 맞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장세가 매섭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이후 19일까지 롱숏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모두 7505억원. 전체 설정액은 2조3184억원에 달한다. 1년전 누적 설정액(2496억원)과 비교하면 10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1998년 '박현주1호'로 국내 뮤추얼펀드 시장의 포문을 연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롱숏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시장에 불을 붙이고 있다. 미래에셋은 이번달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식운용AI본부장을 지낸 김주형 매니저를 영입했다. 이후 첫 선을 보인 '스마트롱숏50'과 '스마트롱숏30'은 출시 6일만에 설정액 1183억원을 기록하는 등 시중 자금을 빠르게 빨아들이고 있다.
◇미래에셋 스마트롱숏50 상품구조(자료=미래에셋자산운용)
롱숏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선 이들은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일명 '박스피(BOX+KOSPI: 신한금융투자가 만든 신조어)'에서 답을 찾고 있다. 동부증권에서 증시 자금흐름과 상장지수펀드(ETF)동향을 분석하고 있는 노상원 연구원은 "글로벌 자산 가격이 박스권 흐름에 갇혀있고 한국 역시 신흥국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박스권의 증시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연초 이후 롱숏펀드로의 자금 유입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롱숏펀드 월별 설정액 추이(자료=동부증권)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코스피가 1900~2000포인트라는 지루한 박스권에 갇혀있고 업종에 따라 현재의 이익과 미래의 이익에 대한 추정 편차가 매우 큰 상황이어서 롱숏 플레이어에게는 최적인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공식 집계가 어려운 사모형 헤지펀드까지 포함하면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의 규모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역시 "국내 증시가 박스권 상황이고 수급이 좋지 않아 롱숏펀드가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 다"고 말했다.
7%를 넘나드는 수익률도 인기몰이에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롱숏펀드로의 자금 쏠림은 해당 펀드가 시장대비 더 나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입소문과 운용역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조명호 프렌드투자자문 운용역은 "롱숏으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는 건 지수 방향성과 무관하게 절대수익을 바라는 투자자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롱숏이 활성화되면 이익 성장성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받고 있는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시장도 보다 합리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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