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넥센과의 경기 당시 외야 응원문화석 모습. 응원에 동참하는 관중이 과거 1루 방향 내야석에 응원석이 있을 때보다 급격히 줄었다. (사진=이준혁 기자)
[마산야구장(창원)=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출범 32년째를 맞은 프로야구는 시즌 관중 700만명을 목표로 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는 야구계 안팎에서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흔히 '프런트'로 불리는 지원조직(Front office)은 관객에게 경기 관전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단 운영을 총괄한다. 선수단이 경기력의 증진에 노력한다면, 프런트는 이면의 여러 업무를 도맡는다.
1군 9개구단 중 가장 막내 팀인 NC다이노스는 다른 팀에 비해 꽤 칭찬받는 프런트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구단이 못했던 각종 신규 마케팅을 성공하면서, 열정적이기로 유명한 창원 지역의 팬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NC의 프런트는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외부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구단 전화가 불이 나고 일부 팬들은 직접 항의 방문할 정도로 문제가 됐다.
팀을 사랑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NC의 팬들이 왜 프런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을까. <뉴스토마토>는 NC의 최대 서포터즈 '나인하트' 회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팬들을 접촉해서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과 이에 따른 의견을 들었다. 이와 더불어 구단 관계자의 해명도 들어봤다.
◇시즌권 구매한 창원 NC 팬들 "구단을 믿었다"
NC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시즌권을 팔기 시작했다. 당시 시즌 종료까지는 한 달 이상 남았지만, NC는 2013년 시즌권 구매자에게 우선권을 준다며 시즌권 판매를 했다.
그런데 1루 응원석 주변의 시즌권 판매는 이뤄지지 않았다. 기존 시즌권 구매자에게 우선권을 준다면서도 정작 응원석에 대한 시즌권 판매는 없었다. 기존 구매자 상당수가 응원석 주변 팬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궁금증이 생겨날 법하다.
이무렵 서포터즈 소속 팬들을 중심으로 '응원석이 외야로 이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구단은 팬들의 질문에 "응원석 이전 계획이 전혀 없으며, 지금처럼 기존 1루 방향 응원석을 유지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2014년도 응원석 시즌권은 없다"는 답도 덧붙였다. 결국 팬들은 주변 블록으로 응원석을 구매했다.
나인하트 멤버 A씨는 "구단은 응원석을 외야로 옮기냐는 질문에 '절대 안 옮긴다'고 답했고, 없앨 것이냐는 질문에도 '절대 안 없앤다'고 말했다. '절대'라는 표현을 쓰며 팬들을 안심시켰다"면서 "당연히 팬들은 '구단이 그렇게 말하는데 설마 일이 벌어질까'라며 굳게 믿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구단은 우리에게 신뢰를 줬다. 우리는 구단을 믿었고, 구단은 일을 잘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팀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지난해 참 좋았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NC다이노스는 지난해 팬들에게 외야에 응원석을 만들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지만, 연말인 12월22일 NC의 입장권 판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는 '2014 NC다이노스 외야응원석 시즌권' 항목이 올랐다.
◇NC, 시범경기 직후 외야에 응원단상 공사 진행
문제는 지난해 12월22일에 일어났다. 나인하트 소속 한 팬이 NC의 표 판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 접속했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바로 '2014 NC다이노스 외야응원석 시즌권' 판매 메뉴였다. 그해 12월31일부터 판매 예정이란 문구도 있었다. 많은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구단에는 문의전화가 잇따랐고, 구단은 시즌권 구매자에 한해서 답신메일을 보냈다.
<뉴스토마토>가 최근 입수한 이 메일을 보면 "인터파크 판매시스템에 공지가 된 내용은 계획중인 방안을 실제로 옮기게 될 경우 문제점은 없는지 테스트 차원에서 업로드 된 내용"이라면서 "기존 시즌권 판매자 분들도 응원석 시즌권을 구매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많은 고민 중에 나온 하나의 방안임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기재됐다.
마산토박이 NC 팬인 B씨는 "팬들 사이에서는 '정말 외야로 응원석을 옮기냐'는 걱정과 '이자 받아먹으려고 미리 시즌권을 판매했나'라는 비아냥이 동시에 쏟아졌다"면서 "그래도, 구단의 해명 메일에 팬들은 다시 믿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두달 이상이 흐른 지난달 다시 터졌다. 시범경기를 앞두고 외야 하단부에 응원단상이 설치된 것이다. 팬들은 구단 측에 재차 물었고, 이때도 구단은 "내야에도 응원단상이 그대로 있고 응원단장도 내야 응원단상에서 활동할 것"이라며 "아직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시즌권 구매기간은 지난달 19일까지다. 많은 팬들은 올해 시즌권을 내야 응원석 주변 1루 일반지정석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끝내 들려온 소식은 응원을 주도할 응원단장이 외야의 새로운 응원석으로 옮겨간다는 것이었다. 이미 시즌권을 구입한 팬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격앙됐다. 응원단장이 계속 1루에 남고 응원석 시즌권은 없다고 해서 내야 응원석 주변으로 시즌권을 샀는데, 시즌개막 직전에야 외야로 응원석이 옮겨가게 됐다는 것을 알게됐기 때문이다.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구단은 시즌권을 구매한 팬들에게 좌석 위치의 변경을 허용했다. 신규 희망좌석 시즌권 구매 후 기존 시즌권 일괄취소 형태다. 시즌권 가격은 외야 응원석이 42만9000원, 1·3루의 일반지정석이 각각 49만9000원과 39만9000원이다. 그렇게 이번 사건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지난 6일 오후 넥센과의 경기 당시 1루 내야 지정석 모습. 팬들이 1루 방향, 3루 방향, 외야 등으로 분산돼 관객의 수가 적어보인다. (사진=이준혁 기자)
◇NC의 최대 서포터즈, 올해 단체응원 하지 않기로
하지만 문제는 남아 있었다. 응원석에서 응원을 펼치고 싶었지만, 외야란 점이 다음에 걸린 팬들이 있었다.
외야석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경기 관전에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외야 응원문화석의 가격은 마음이 끌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기존 응원석이 있던 1루 방향 일반지정석에 비해 8.6% 저렴했을 뿐이다.
'좋은 자리에서의 경기 관전'과 '응원'의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많은 팬들은 고심했다. 결국 팬들의 결정도 1루 일반지정석과 외야 응원문화석으로 엇갈렸다.
나인하트는 지난해 경기마다 진행했던 단체응원을 올시즌엔 포기했다.
신승만 나인하트 매니저(대표)는 "우리가 어느 한 장소를 택하면 그 곳에 가지 않는 팬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마산구장 자체가 우리의 놀이터니 곳곳에서 응원하자'는 취지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올해 외야의 응원문화석은 지난해 1루 응원단상 앞의 일반지정석에 비해 열기가 줄어들었다. NC는 기존 1루 응원단상을 존치시키고 이곳에 일부 치어리더를 파견하지만, 응원단장이 응원을 주도하지 않으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평일이면 1루, 3루, 외야 모두 조용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나인하트 멤버 C씨는 "평일경기는 아무래도 많은 서포터즈가 참석하지 못한다. 그런데 누구는 1루에, 누구는 3루에, 누구는 외야에 있다. (시즌권 좌석이 다르니) 경기는 따로 보고 끝나고 술자리에서 모여 이야기한다"면서 "함께 응원을 하지 못하는 것도 비극이다. 매상이 오를 것이니, 산호동 번화가 상인들은 좋아할지도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현재 창원 마산야구장 홈팀 응원은 기존 1루 방향 내야석(사진 내 오른쪽, 테이블 위)과 신설된 외야 응원문화석(사진 내 왼쪽)으로 나눠 진행된다. 자연스레 홈팀 응원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응원하는 팬들의 수도 적게 보인다. (사진=이준혁 기자)
◇결국 NC의 '소통' 문제
구단측도 이번 사건에 대해 할 말은 있다. 구장 소유주이자 운영자인 창원시(창원시설공단)와의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성욱 NC 마케팅팀장은 "많은 논의가 있었고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많았다. 그래서 발표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응원단상을 두긴 했지만 뭔가 확정된 바가 없었다"면서 "창원시설공단과 협의를 모두 마쳐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이번 일에 대해 창원시가 시원스레 협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직도 환불을 받지 못했다는 시즌권 구매자가 일부 있다는 소식이 있는데) NC는 환불을 완료했다. 우리가 인터파크에 해야할 일은 모두 마쳤고 인터파크가 카드 취소나 통장 환급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팬들은 '창원시와의 갈등으로 인한 공사지연'을 수긍하면서도 NC의 대처가 아쉽다는 평가다. 시즌권을 지난달 19일까지 판매했으면서도 상황을 미리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창원공단에 근무한다는 시즌권 구입자 D씨는 "한 시즌을 앉아야 할 좌석을 고르는 것인데 팬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한다"며 "불확실한 상황이었다면 그때까지의 과정을 알려줬어야지 무조건 감추는 것이 능사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D씨는 외야의 응원문화석에 자리를 잡았다.
시즌권을 구입하려다가 포기했다는 E씨는 "당시에도 '속는 것 아니냐'라며 팬들 사이에서 동요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말았다"라며 "시즌권을 구입하지 않길 잘 했다. 이번 일로 NC에 많은 팬들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내야 중앙의 테이블석을 구매한 F씨는 "나는 응원석 구매자는 아니다. 다만 최근 NC가 하는 일을 보니 화가 난다"며 "3만원인 '다이노스 멤버십'도 당초 외야석을 시즌동안 무료 개방하기로 했다가 하루만에 주니어 멤버십만 하기로 급변경했다. 혜택을 보고 구입한 사람이 많다. 인터넷 상에 항의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란 것은 알겠다. 구단이 이제 첫 해를 막 지난 상태다. 그런데 왜 감추고 속이냐. 이런 식이면 욕을 먹는 기존 구단과 다를 것이 대체 뭐냐"라며 "그래도 아직 믿으려 한다. 뚜벅뚜벅 잘 걸어가는 공룡이 되길 바란다"고 애정을 표했다.
신승만 나인하트 매니저(대표)는 "팬들이 이번에 격앙된 것은 워낙 많은 사고가 한꺼번에 터졌기 때문이다. 응원석 문제 외에도 자잘한 일이 많았다. 참고 참았던 것이 한데 터진 경우"라며 "이제 시작하는 구단이라 아직 서툰 면도 있고, 실수로 보이는 일도 있는만큼, 응원석 문제 외에는 덮자고 했다. 응원석 문제도 이해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또 "결국 팬들이 원하는 것은 '소통'이 아닌가 싶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어렵다고 말하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일이라 기다려야 한다면 기다려달라고 말하면 된다. 마산 팬들은 속정 깊고 따뜻한 사람들"이라며 "팬들은 NC가 잘 되길 바란다. 이번 일에 기죽지 말고 더욱 좋은 구단이 되기를 기원한다. 어느 좌석에 앉든 NC를 응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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