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기본 '뿌리산업', 3D 인식 뿌리부터 걷어야
2014-04-14 16:53:43 2014-04-14 16:58:09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제조업 고도화를 위해 '뿌리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뿌리산업은 주조와 금형, 용접 등 공정기술을 활용해 소재를 부품으로 만들거나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산업. 자동차와 조선 등 다른 산업으로의 연계효과가 크고 최종 제품의 성능과 질을 결정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제조업의 '뿌리'인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뿌리산업 육성에 전년보다 25% 늘어난 59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예산은 주로 뿌리기업 기술개발과 특화단지 조성에 쓰일 계획이다.
 
홍순파 산업부 뿌리산업팀장은 "올해 산업부의 전체 예산이 전년보다 7%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뿌리산업 예산증액은 이 분야를 키우려는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를 잘 보여준다"며 "뿌리산업 고도화 없이는 자동차와 조선 등의 경쟁력 제고도 어렵다"고 말했다.
 
◇항공기 핵심부품과 뿌리산업 연관도(사진=산업통상자원부)
 
그러나 정부의 의지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의 업계 관계자들은 뿌리산업을 3D산업(Dirty, Difficult, Dangerous)에 비유하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이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문제는 낙후된 산업이라는 이미지에 따른 인력 부족이다.
 
실제로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와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전체 중소기업 종사자와 뿌리기업과 종사자는 각각 1262만7000명과 37만8885명으로 나타났다. 뿌리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전체 중소기업 인력의 33분의 1에 불과한 실정.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관계자는 "국내 구직자를 조사한 결과 열악한 작업환경과 3D업종이라는 인식, 낮은 임금·복지수준 등이 뿌리산업을 꺼리는 요인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탓에 뿌리산업은 구직난과 숙련 기술자 부족이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에너지 의존도와 환경규제 등 뿌리산업계의 현안도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김상훈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뿌리산업은 기계와 전기전자, 광산품과 석유·석탄, 전력 등 각종 산업과 연계효과가 크지만 화공약품을 많이 쓰고 에너지 의존도 높다"며 "에너지 효율화를 유도하고 환경문제 가능성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뿌리산업의 파급효과(사진=산업연구원)
 
대형 투자가 적고 업체가 영세한 부분도 해결할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뿌리산업은 완성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서 투자효과가 즉각적으로 나오지도 않고 영세한 곳이 많다"며 "건설은 건물 올리고 분양 받고 수익 내서 바로 효과가 나오지만 뿌리산업은 그렇지가 않아 투자를 이끄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뿌리산업의 성공모델을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욱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뿌리산업은 영세업체가 주류를 이루고 정부 내 전담조직도 거의 없다"며 "지역의 뿌리산업 기업과 대학·연구소, 테크노파크를 연계한 협력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뿌리산업 친환경 생태단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연구원 역시 "국내 뿌리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과 부가가치 등에서 선진국에 대비해 열세"라며 "단일 기술이 아닌 밸류체인(Value Chain)을 고려한 기술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요 뿌리산업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개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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