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지난 16일 세월호가 침몰한지 어느덧 7일째에 접어들었다.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사고 현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 19일 사망자나 구조자가 이송되는 팽목항에 마련된 자원봉사자 모집 텐트에는 하나둘씩 희망의 메시지가 남겨지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서서 너희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언니가 너무 미안해...',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춥고 무섭지? 조금만 더 참고 견디자. 사랑한다.", '단원고 애들아, 힘내주라. 마지막까지...',
◇팽목항 텐트에 무사귀환을 바라는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아울러 멀리에서 찾아와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너희들의 고통 너희들의 아픔. 가슴으로 나누고자 인천에서 왔단다. 힘내자 아이들아'라고 글을 남겼다.
또 세월호에 남겨진 친구를 기다리는 한 학생은 "단원고 친구들아. 난 너희가 살아 있다고 믿어. 꼭 살아서 만나자"라는 마음을 전했다.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기 위해 팽목항을 찾은 미국·영국·중국·일본·아랍 등의 취재진들도 자국어로 글을 남기기도 했다. '기적이 현실이 되는 것을 보여주세요.", '남한을 위해 기도합니다.', '생명을 구해주세요.' 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고 일주일을 맞는 22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에도 다수의 메모가 붙었다. 이 메모들은 구호물품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이다.
'무엇보다 저랑 같은 나이인 청소년들의 죽음이라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한 명이라도, 단 한 명만이라도.'. '살아있어 주십시오. 그것만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지내고 있는 전남 진도체육관에 붙어 있는 다수의 메시지들.(사진=뉴스토마토)
지금까지는 생존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날 현실을 꼬집는 세 장의 대자보가 등장했다.
'세월 따위로 이 많은 사람들 보내려니 마음이 아려온다. 또 내가 이런 참담한 세월을 몇 십년 더 보내려니 착잡한 마음이 끝까지 올라온다. 더 이상의 인명피해 없이 무사귀한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또 '저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습니다. 아는게 없어서, 돈이 많이 들어서, 무능해서,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나는 이 나라에서 내 소중한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가?'라고 적혀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일침도 있다. '지휘 고하 막론하고 단계별로 책임을 묻겠다는데,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달린 직업에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게 맞냐고 먼저 묻고 싶다. 1년 계약직 선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책임 전가이며, 책임회피는 아닐런지'라고 비판했다.
이 글은 19세 여성이 적은 것으로, 친구의 동생이 배 안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글을 본 다른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은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가족은 "절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서서히 지쳐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에 대한 분노를 느끼는 와중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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