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고종 황제의 칙령으로 1907년 설립된 국립병원 대한의원은 서울대병원의 모태(母胎)이자 우리나라 의료의 산 역사로 불린다.
특히 건물 꼭대기에 큼지막하게 세워진 탑 시계로 인해 일명 ‘시계탑건물’로 불리며 서울대병원과 서울의대의 상징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대한의원 시계탑.(사진=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은 근대 의료사의 귀중한 유물인 대한의원 탑 시계를 1908년 최초 설치 당시의 기계식으로 복원하는데 성공하고, 8일 이를 공개 전시하는 한편 기념 특별전(‘병원과 시간’)을 개최했다.
특별전에는 시계탑에 대한 설명과 변천사, 복원사업 뿐만 아니라 시간의 이해, 시계제작의 역사, 시간과 의학의 관계, 시계탑에 얽힌 추억 등이 소개됐다.
이날 오전 9시 대한의원 1층에서 열린 기념행사에는 서울대 의대, 치대, 간호대, 치과병원 간부진 등 외빈과 정희원 전임 서울대병원장, 오병희 서울대원장, 정준기 병원 의학역사문화원장 등이 참석했다.
광제원, 의학교(서울의대 전신) 및 부속병원, 대한적십자병원 등 국립 의료기관을 통합해 국가중앙병원으로 기능한 대한의원은 광복 후 1946년 서울의대 부속병원으로 개편된 후 1978년 특수법인 서울대병원으로 발전해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1908년 준공된 옛 대한의원 본관 건물은 1976년에 사적 제248호로 지정됐다.
대한의원 시계탑은 1880년대 말 관문각, 1901년 한성전기회사 사옥에 이은 국내 세 번째 시계탑으로, 앞선 두 건물이 남아 있지 않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계탑이다.
또 탑 시계는 19세기 후반 유행했던 평판(flatbed) 프레임 구조의 기계식 시계로, 영국에서 주문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존 유일의 기계식 대형 탑 시계로 역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대병원은 1908년 설치했던 기계식 시계를 1981년 전자식으로 교체하고 보관하던 중, 1970년대 말 철거된 대한의원 본관 서쪽 날개채의 복원 가능성을 정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시계의 가치를 재발견해, 병원의 상징이자 구심점으로 삼고자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복원에 소요된 비용은 정희원 전임 원장을 비롯한 전임 간부진이 모은 4000만원으로 충당했다.
까다로운 복원 작업은 40여년 경륜의 시계 명장 정윤호 타임서울 대표가 맡아 올해 2월부터 3개월에 걸쳐 이뤄졌다. 정윤호 명장은 수십년 간 낀 먼지와 기름때를 제거하고, 사라진 부품을 원형에 맞게 새로 제작하는 등 대대적인 수리를 통해 복원해냈다.
오병희 원장은 “대한의원은 왕실 주도의 국립의료체계를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 점에서 대한의원의 시계탑에는 임금이 백성에게 시간을 나누어 준다는 전통 사회의 관념과 서양과 같이 시계탑을 공간 배치의 중심으로 삼고자 하는 근대적 지향이 함께 스며들어 있다”고 복원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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