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그간 고점 논란이 불거졌던 뉴욕 증시에 다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영향이다.
실제로 최근 대형주들의 상승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소형주들까지 반등세를 나타내며 뉴욕 증시에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서 조정이 올 것으로 확신했던 일부 전문가들도 잇따라 기존 전망을 수정하고 나섰다.
◇美 3대 지수 기지개 '활짝'..중소형주도 우려 딛고 반등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3대 지수는 일제히 강세로 장을 마치며 나흘째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다우존스지수는 전일보다 0.42% 오른 1만6675.50을 기록해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인 1만6715.44에 근접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4237.07로 전일 대비 1.22% 뛰었다.
특히,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의 상승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전일에 비해 0.60% 오른 1911.91을 달성해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장중에는 1900선 위를 계속 굳건히 지켜내며 지지선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양호한 대형주와는 극과 극 장세를 보여줬던 소형주 역시 하락세가 잠잠해지고 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지난주에 3주 만에 반등에 성공했고, 이날 역시 1.5%에 가까운 상승폭을 기록했다.
◇경제 지표 호전..경기 낙관론에 황소장 지속
다수의 전문가들은 뉴욕 증시가 탄력을 받고 있는 주요 배경으로 경제지표 호조를 꼽고 있다. 실제로 이날도 미국 경제지표가 일제히 긍정적 흐름을 보이며 경기 낙관론에 힘을 싣고 상승장(불마켓)을 견인했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내구재 주문은 전월 대비 0.8% 증가해 0.8% 감소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이 중 방산재 주문의 증가폭은 지난 2012년 12월 이후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톰 시몬스 제프리스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은 미국 경제 중 호조를 보이고 있는 부문"이라며 "향후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비 심리도 미국 경기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민간 시장 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집계한 5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3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소비 심리와 더불어 부동산 시장 역시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와 케이스쉴러가 공동 집계한 지난 3월 미국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이 전달보다 0.9% 올라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월가 베테랑 트레이더인 아트 카신 UBS 디렉터는 "다수의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보이며 주식 시장 강세를 이끌었다"며 "시장에 상승 모멘텀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대니얼 스켈리 모건스탠리웰스매니지먼트 스트래지스트도 "내구재 주문과 같은 매크로 지표는 하반기에도 계속 좋아질 것"이라며 "이는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공개되는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지표에도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분기 GDP 성장률 수정치는 마이너스(-)0.5%를 기록할 전망이다.
◇"美증시, 조정 전망 틀렸다"..일시적 반락 가능성도 상존
뉴욕 증시가 강세 흐름을 지속하자 일부 월가 전문가들 가운데 뉴욕 증시에 조정이 임박했을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다시 철회하는 모습들도 포착되고 있다.
월가 대표적인 시장 분석가 데니스 가트먼은 "나를 비롯한 다수의 전문가들이 지난 5년간 증시 조정을 점쳐왔었지만, 이 같은 전망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뉴욕 증시가 1~3% 하락하면서 조정을 예고할 때마다 지수는 이내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거듭되는 지수의 사상 최고치 달성 ▲글로벌 증시가 조정 없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점 ▲뉴욕 증시의 우상향 흐름 등을 이유로 꼽으며 자신의 기존 전망이 완전히 틀렸다고 설명했다.
진 페로니 어드바이저스에셋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시장 기반이 견고해 보인다"며 "그간 부정적인 분위기가 만연했었지만 투자자들은 이제 시장이 양호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지난 3월 중순부터 몸살을 앓아온 소형주들의 강세 재개를 지목하며 증시 낙관론을 뒷받침했다.
피터 케니 클리어풀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소형주들은 큰 고통을 겪어왔다"며 "이들 주식들의 반등 움직임은 경제지표 호조와 함께 증시에 긍정적인 평가를 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전형적인 낙관주의자로 알려진 라즐로 비리니는 "시장은 그동안 문제돼왔던 기술주 버블 논란에서 벗어난 것 같다"며 "S&P500지수가 9월 말 전에 1970선에 근접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뉴욕 증시의 강세장이 두드러진 만큼 1차 저항선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기술적 매도세가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아트 카신은 "S&P500지수가 저항선인 1910~1913 사이에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 열기가 사그러들 것이라며 증시 조정 전망을 고수하는 일부 비관론자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바수 메논 OCBC 은행 자산관리부문 부대표는 "월가에 '5월에 팔고 시장을 떠나라'라는 격언이 있듯이 6월 지수 조정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실적 시즌도 끝나가고 월드컵에 모든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증시 거래량은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비관론자 가운데 글로벌 유동성이 채권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ation)이 실종됐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미국 채권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855억2000만달러에 이른다. 주식 시장으로 흘러간 459억8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예상 밖에 2.5% 밑으로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기도 했다.
월가 대표적 비관론자 마크파버는 "위험 자산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만큼 국채 가격은 추가 상승할 것"이라며 "반면 미국 주식시장은 10~20% 더 하락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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