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중윤기자]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했다면, 국선변호인이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면 족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인이나 변호사는 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직권으로 선정한 경우 당사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을 국선변호인이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기산해야 한다는 게 판결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포크레인 기사 임모씨(51)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경우 국선변호인이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내에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이유서를 작성·제출할 수 있도록 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제출한 항소이유서가 20일 내에 적법하게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항소이유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채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며 "원심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구속된 경우이거나 미성년자 혹은 70세 이상인 경우 등에는 반드시 변호인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았다면 법원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임씨는 2012년 1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니는 것이 의심된다며 수차례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재판부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임씨는 지난해 8월 8일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받고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채로 같은달 26일 항소심 법원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며 양형부당만을 주장했다.
항소심 법원은 지난해 11월 26일 이 사건이 국선변호인이 반드시 필요한 사건이 아닌데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했고 다음날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가 도달했다. 국선변호인은 통지를 받은 후 20일 내인 12월 12일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며 사실오인도 함께 다퉜다.
항소심 법원은 그러나 "양형부당만을 다투다가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이 지난 후 제출된 항소이유서 등에 기재된 사실오인 주장은 적법한 항소이유가 될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임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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