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K루브리컨츠 분기보고서.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정유업계가 잇달아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사업부 통·폐합을 통해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일부 기업은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대내외적인 경영난 타개를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30일
SK이노베이션(096770)에 따르면, 윤활유 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SK루브리컨츠는 올해 1월1일자로 중국사업본부를 없애고, 윤활유사업본부 아래 중국 RHQ(해외본사) 소속으로 이관했다.
이에 따라 SK루브리컨츠는 기존 4개 본부 체제에서 윤활유사업본부와 기유사업본부, 루브리컨츠생산본부 등 3개 본부로 축소됐다. 중국사업본부는 중국 RHQ로 격이 낮아졌지만 중국경영지원팀과 중국윤활유사업부, 천진윤활유공장, 중국기유사업팀 등 기존 업무는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
반면 기유사업본부 아래 별도로 운영되던 유럽RHQ는 기유사업개발실로 통합됐다. 윤활유 중심이던 중국사업본부는 윤활유사업본부 산하로, 윤활기유 사업이 주축인 유럽RHQ는 기유사업팀에서 맡는 식으로 조직을 재구성했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비지니스 특성에 맞춰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이라면서 "지역보다 사업단위로 묶어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사업별 특성 고려한 조직개편"
SK종합화학도 중국본부를 없애고 기존 5개에서 4개 본부로 재편했다. 아울러 글로벌 사업개발본부를 제외한 3개 본부는 사업 특성에 맞게 바꿨다. 울산생산본부는 화학생산본부로 변경됐고, 기존 글로벌 사업본부와 글로벌전략본부 대신 베이직 케미칼사업본부와 어드밴스드 케미칼사업본부로, 사업별로 조직을 재구성했다.
베이직 케미칼사업본부는 에틸렌과 파라자일렌 등 범용 석유화학제품을, 어드밴스드 케미칼사업본부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 고부가 가치를 내는 다운스트림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기존 중국본부는 중국RHQ로 격이 낮아졌지만, 중국 합작사업을 지원하는 업무는 그대로 진행한다.
SK이노베이션 측은 SK루브리컨츠와 SK종합화학 모두 각 사업 특성과 전략에 맞게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사업별 특성을 고려해 시장 성격에 적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 체계를 변경한 것"이라면서도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SK종합화학의 경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결정했기 때문에 최근 구조조정 일환으로 조직개편에 나선 GS칼텍스와 S-Oil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SK루브리컨츠 역시 스페인 최대 정유사 렙솔과 합작해 건설 중인 윤활기유 공장을 올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함에 따라 그에 맞춰 사업을 재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SK종합화학의 2013년 사업보고서.
◇GS칼텍스 S-Oil도 조직개편..정유업계 "사실상의 구조조정"
GS칼텍스와
S-Oil(010950)은 SK이노베이션보다 한 발 늦은 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정유업계 안팎에서는 정제마진 악화에 석유화학사업마저 부진하자 군살빼기 차원에서 조직간 부서 통폐합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Oil은 지난 4월 초 10여개 부서를 통폐합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생산기획본부와 기술본부는 기술본부로 통합하고, 해외영업본부는 폐지시켰다. 법무 및 준법지원(컴플라이언스) 본부는 부문으로 격을 낮췄고, 온산 신규 부지의 고도화사업을 전담하는 RUC(Residue Upgrading Complex) 프로젝트 부문은 본부로 승격시켰다.
이밖에 고객지원부문은 영업전략부문으로 합쳐졌고, 마케팅 총괄부서에 속한 수급부문은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이관되는 등 운영, 마케팅, 재무, 관리지원 등에서도 통폐합을 실시했다. 조직이 슬림화되면서 임원 수는 2명 줄고, 부사장급 직책은 신규 사업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대해 S-Oil은 신규투자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한 것이라며 구조조정에 대한 시선을 경계했다. 회사 관계자는 "조직개편 과정에서 임원과 직원 등 인력의 수는 변동이 없었다"면서 "지난해부터 준비해 오던 신규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게 되면서 그에 맞춰 조직을 정비한 것일 뿐 구조조정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유업계에서는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일부 통합 부서는 올 초 임원이 퇴임한 뒤 승진 발령이 나지 않고, 흡수 후 살아남은 부서의 임원이 겸직하는 형태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퇴직한 임원의 후속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것은 결국 인력을 줄인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조직을 통폐합하고, 인력을 조정했다면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GS칼텍스 역시 지난 23일 사업본부 2개를 축소하고, 임원수를 15%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부로 7개 사업본부를 5개로 축소하고, 임원 수를 59명에서 50명으로 줄인다. 1분기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석유화학사업본부는 윤활유사업본부와 합치고, 경영지원본부는 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업 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유업계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각 회사마다 조직개편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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