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전광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한 조기영 KIA타이거즈 구장관리팀 대리. (사진=이준혁 기자)
[광주=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올해 새로 개장한 프로야구단 KIA 타이거즈의 홈구장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이하 챔피언스필드)'의 탄생은 그동안 낡은 구장으로 인해 경기의 관람에 불편이 많던 광주의 야구 팬에게 희망을 안겨준 소식이었다.
지난 32년간 KIA가 써오던 광주 무등구장은 낡은 마운드블럭으로 인해 투구가 쉽지 않아서 정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고 비가 오면 그라운드에 물방개가 헤엄쳐 다녔다. 결국 무등구장은 전국 야구팬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그간 광주시에서 '지방선거 공약'으로 반복되기만 했던 야구장 신축이 현실로 이어졌던 배경이다.
최신식 구장답게 챔피언스필드는 여러모로 빼어난 곳이다. 다른 지역의 야구팬들이 부러워 할만한 좋은 시설을 갖췄다.
하지만 KIA는 구장을 인수받고 60억원을 자체 투입해 구장의 환경 개선을 꾀하려 한다. 지난 3월17일 구단 측이 발표한 '고품격 룩 앤드 필(Look & Feel)' 프로젝트다. '좋은 야구장을 더 좋게 만들겠다'는 것으로, '타이거즈'라는 명문 구단이 쓸 곳으로 향후 부족함이 없도록 하고 팬들에게도 좋은 관람을 제공하려 하는 의지다.
<뉴스토마토>는 KIA 구단의 시설 개선과 관련해 최근 조기영 KIA 구장지원팀 대리와의 인터뷰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조 대리는 지난 2011년 3월부터 구장지원팀의 전신인 '기획TF'에서 일하며 챔피언스필드 공사에 최장시간 관여한 구단측 직원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내야 1루 방향 모습. (사진=이준혁 기자)
◇200m에 달하는 띄 전광판, 올해 상반기 설치
- '고품격 룩 앤드 필(Look & Feel)'이란 이름을 짓고 무려 60억원을 투자해서 구장 개선을 꾀하게 된 계기와 목표에 대해 알려달라.
▲그동안 KIA가 써오던 무등구장은 경기관람에 부족한 면이 많았다. 이는 야구장이 지방자치단체 소유라서 구단 측에서 어쩔 수 없는 아쉬운 상황이었다. (무등구장이) 워낙 낡아서 구단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지라도 실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챔피언스필드가 지어졌고, 구단이 광주시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구단이 시도할 수 있는 것이 꽤 많아진 것이다. 야구장에 관중 편의시설이나 실내 인테리어는 부족해서 구단이 야구장을 인수받은 이후의 추가 공사는 필연적이었다.
-실제 추진하는 개선 아이디어가 많을 것이다. 팬들이 직접 체감할만한 주요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띠 전광판 설치나 놀이방의 업그레이드 등이 아닐까 싶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와닿을 내용이다.
-요즘 가족 단위의 관객도 많고 여성 팬들도 많아 놀이방에 대한 욕구가 많은 것으로 안다. 놀이방은 어떻게 꾸며지나.
▲상세한 내부 인테리어나 운영방안은 논의 중이다. 지금 놀이방이 생길 공간은 빈 방이다. 기본 공사만 돼있고 모든 것을 우리가 꾸려야 한다. 잘 하겠다.
-놀이방 외 여성과 어린이 팬을 위한 시설 설치가 있나. 혹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 달라.
▲야구장도 많이 바뀌었다. 아저씨 팬들이 많은 과거와 달리 이제는 여성 팬들도 적잖다. KIA도 당연히 신경을 쓴다. 놀이방 외에도 수유실, 여성 전용 라운지 등을 만든다. 장애인석은 동반자석을 돌아가는 형태로 만들었고, (이미 있는) 장애인용 승강기와 리프트도 개선한다.
- '띠 전광판'이라고 하면 국내의 야구 팬들은 인천 문학야구장에 설치된 전광판을 생각할 텐데 차이가 있다면.
▲인천 문학구장의 경우 1루의 팬들이 보기 편하게 3루만 설치됐다. 규모는 80m 정도로 안다. 챔피언스필드의 띠 전광판은 1루 끝에서 3루 끝까지 모두 감는다. 200m에 가까운 초대형 전광판이다. 모두에게 상당히 이익될 시설이다.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기대되는 시설이다. 멋질 것 같다. 혹시 언제 그 위용을 볼 수가 있나.
▲띠 전광판을 제작해 설치할 업체는 최근 이미 선정한 상태다. 올해 전반기 내에 진행될 예정이다. 전광판은 KIA 소유로서 계속 구단이 유지·관리를 맡는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바라본 무등야구장. (사진=이준혁 기자)
◇공실 많은 수익시설과 논란 끝에 사라진 '바비큐존'
-수익시설 중 유휴 공간이 많다. KIA의 문제라기보다 구장 입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이와 관련해서 진전된 사항과 대응책이 있나.
▲사실 수익시설 계약 문제는 구장지원팀 소관의 일이 아니라 마케팅팀의 일이다. 다만 구장지원팀도 일부 협조를 하는 면이 있어 아는 내용을 얘기하면, 일단 많은 공간이 빈 상황은 맞다. 다만 경기를 하며 나아질 것으로 본다. 또한 1루 끝의 넓은 공간에는 최근 씨푸드레스토랑 입점이 확정됐고 공사를 하고 있다.
- 준공 전 몇 차례 해당 공간을 들렀던 적이 있다. 그런데 씨푸드레스토랑이 들어올 면적이 되는가. 티켓 구역과 아닌 공간의 운영 계획은 있나.
▲430㎡에 달하는 면적이기에 충분히 들어올만한 곳이다. 공사 중간에 계속 취재했으니 아시겠지만, 공사 당시부터 거긴 수도·가스 배관 공사까지 됐던 공간이라 식당의 입점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이는 아직 비어있는 3루(방향 공간)도 동일하다. 출입 문제의 경우 티켓구역 밖으로 출입 가능하도록 해서 경기가 없더라도 야구장을 바라보면서 식사가 가능하도록 계획한다. 경기 중 운영 문제는 마케팅팀과 논의가 필요하다.
- '타이거즈 가족석'의 이름이 붙은 공간은 일명 'BBQ존'으로도 불리는데 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안다.
▲언론을 통해 BBQ존으로 널리 알려진 공간인데, 막상 이를 운영하려 하니 관련 법규의 제약도 있고 안전 문제도 있다. 구단이 취사시설을 제공한다면 허가를 '일반음식점'으로 받아야 해서 버너나 쿡탑 등을 제공 못 하는 것은 물론, 부탄가스도 사용 불가 품목이다. 결국 구단이 고심 끝에 취사는 하지 못하게 하도록 방향을 잡았다.
◇시민 의견에 따라 보수한 야구장 내야 최상부 난간. (사진=이준혁 기자)
◇잔디석과 샌드박스, 세심한 관리가 필요
- 잔디석 설치가 국내 야구장의 처음은 아니지만 많은 사례는 아니라 참고할 곳이 사실상 없을 듯 싶다. 운영상의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우선 천연잔디이다보니 잔디 손상이 적잖다. 잔디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처음 운영하다보니 구단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종종 발생한다. 4월말에 전문 업체와 계약을 맺은 이유다. 현재 외야 잔디는 일반 공원 잔디를 쓴다. 그리고 그라운드 잔디를 관리하는 업체가 외야의 잔디까지 유지보수 일체를 겸한다. 전문 업체가 운영하고 한 달이지만 경험을 통해 이제는 초기 어설픔은 많이 줄었다.
- 샌드박스의 운영 어려움은 없나.
▲역시 쉽지 않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라 안전 문제도 있다. 하지만 국내 처음으로 도입하는 다른 공간을 운영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난간에 대한 논란은 거의 해결한 상태다.
▲시와 구단이 최대한 시민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다만 안전에 큰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안전이 우선이다. 4층 스카이박스와 5층 등을 비롯한 상부 난간을 하부처럼 없애지 못한 이유다. 구단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난간의 교체도 고민 중이다. 원형이라 시야를 많이 가리는데 얇고 평평한 난간으로 교체를 논의 중이다.
- 한때 논란이 있던 최상단 부분의 외부 벽 난간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상단이고 해서 처음에는 난간만 있었다. 안전에 큰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다. 다만 시각적으로 위험하게 느껴진다는 말이 많아서 (난간 틈을) 막았다.
- 인터뷰 전 야구장의 최상단도 살폈는데 꽤 다양한 조치를 취한 것 같다.
▲난간 곳곳에 '추락주의'나 '기대거나 밀지 마세요' 등의 안내 문구를 붙였다. 더불어 보안 요원들이 상시 주위에 머무르며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간에 촬영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외부 중앙. (사진=이준혁 기자)
◇"누구나 맞는 '처음'이지만 빠른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
-팀장보다 훨씬 오래 구장관리 및 시설 구축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안다. 애로점도 많았을 것 같다. (조 대리는 2011년 3월 이후 3년 이상의 시간을 이 일에 매진했다. 뉴스토마토가 팀장이 아닌 팀원을 인터뷰이로 선정한 주된 이유다.)
▲그동안 구단에서 구장을 운영한 적은 없었다. 이번에 KIA는 구단과 위탁운영 계약을 맺고 구장의 총괄적인 운영을 맡았다. 물론 시에서 협조를 받긴 하지만 구단이 모든 시설을 알아서 직접 운영해야한다. 노하우도 부족하고 가끔씩 시행착오도 겪는다. 생각지도 못한 사안들도 발생한다. 도움을 주는 광주시조차 전혀 생각지 못한 사안도 생긴다. 그런 부분이 모두 '처음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처음'이 없을 수 없다. 빠르게 안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끝으로 KIA 팬들과 한국 야구 팬들에게 한 마디.
▲광주 인구가 150만여 명이다. 그런데 2만2000명 규모의, 최대 2만7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거대한 구장을 지었다. 처음에는 텅텅 비면 어떡하나 했다. 그런데 첫 해라서 야구장의 신축 프리미엄도 없지 않겠지만, 5번 매진됐고 평일인데 1만5000명 이상의 팬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적잖다. 관중들이 꽉 차있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인천 문학야구장 이후 13년만에 한국에 야구장이 지어졌다. 현재로서는 대구구장이 지어지기 전까지 최신이자 최고의 구장이다. 잘 관리해 팬들에게 쾌적한 관람환경을 제공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야간에 촬영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외부 중앙.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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