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페트로 포로센코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동부 사태를 비롯한 내부 문제를 조속히 수습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가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동부 사태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경제난이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포로센코, 동부 정치문제·경제난 떠안고 출발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초콜릿왕 포로센코가 처음부터 동부권 정치문제와 경제난을 떠안고 대통령 직분을 수행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자체 문제도 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다양한 경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등 동부 지역의 정정불안은 분리주의 세력이 중앙정부의 국정운영에 반기를 든 정치문제일 뿐 아니라, 돈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동부 사태가 커지면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아 키예프 중앙정부가 예산을 집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도네츠크에서는 세금이 목표치의 88%만 납부됐고 루한스크는 75%에 그쳤다.
◇포로센코 신임 대통령이 취임식 행사에서 군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핵심 산업의 활기가 떨어지고 있는 점 또한 문제다. 동부지역은 중공업과 금속 추출 기업이 몰려있는 핵심 산업 지대로 국내총생산(GDP)의 16%를 담당한다.
세금 납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 재정 적자가 줄어들 리 없다.
지난달 말 BBC의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2%까지 불었다. 유럽연합(EU)의 기준인 3%와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다. 지난해 적자규모는 GDP의 5%에 불과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통화인 흐르리냐의 가치는 올초부터 지금까지 30%나 하락했다. 이처럼 통화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급등해 같은 물건을 더 비싼 가격에 들여와야 한다.
◇러시아와 대립각..수출 불안·가스값 협상 난항
수출도 안심할 수 없다. 대 러시아 수출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일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신임 대통령을 만나 "공조를 강화하자"고 말하면서도 "다만 우리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EU와 경제협정을 맺는 등 서방 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이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우크라이나 상품 수출 제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체 수출의 25%는 러시아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크림반도와 동부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에너지 공급 가격이 도마 위에 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베풀던 가스값 할인 혜택을 중단한 이후 적정 가격선을 재설정 해야 하는데, 양측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 그러면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대란에 빠지고 EU도 에너지 수급에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올레나 빌란 드래곤캐피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동부지역 사태로 가스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수출 물량이 줄어 우크라이나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U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이 이 같은 문제에 직면한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며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의 도움에 긴축이라는 조건이 따라붙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처지다.
당장 구제금융을 융통해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공공분야 인원감축과 재정지출 삭감이 불가피해졌다. 전문가들은 예산 감축으로 현직 공무원 10%가량이 해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성장세를 가로막는 악재가 겹치자 IMF는 올해 우크라이나 경제성장률이 무려 5% 하락할 것이라고 점쳤다. 동부 사태가 더 악화되면 7% 곤두박질 칠 것이란 학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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