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선불요금제 중심으로 출발했던 알뜰폰 시장이 어느덧 후불요금제에 꽤 많은 자리를 내줬다.
15일 관련 업계에서는 "선불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의견과 "대중화에 시간이 걸릴 뿐,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선불요금제, 외국인·대부업 용도?.."시장 확대 취지도"
'외국인이나 신용불량자가 사용한다', '대부업이나 범죄용으로 쓰인다'. 선불요금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이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런 소비자 인식 때문에 선불서비스를 내놓지 않았지만 알뜰폰이 활성화되며 선불 수요도 늘어났다"며 "하지만 여전히 선불요금제의 비중은 10% 내외로 작다"고 말했다.
이처럼 알뜰폰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선불요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주요 알뜰폰 사업자들 중 일부는 여전히 선불서비스를 아예 내놓지 않거나 적은 비중으로만 운용하고 있다.
헬로모바일 관계자는 "선불요금의 수익성이나 이미지보다는 시장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후불 전략을 선택했다"며 "알뜰폰 초기 시장에 진입할 당시 중소사업자 위주로 선불시장이 형성된 상황이었는데 대기업인 우리가 동일한 파이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시장 저변을 넓히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후불제 전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장 1위 사업자로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저가 LTE'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선불보다는 후불제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017670)의 자회사인 SK텔링크의 경우 알뜰폰 시장 진입 당시 대기업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유예기간을 부여받은 바 있다.
특히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선 후불요금제의 파급력이 큰 만큼 선불서비스를 2012년 6월부터 먼저 시작하고 후불서비스는 6개월 후부터 시행했지만 현재 서비스 주축은 후불 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여전히 업계에선 SK텔링크를 선불에 강한 업체로 보고 있지만 SK텔링크의 선불 대 후불 비중은 4:6 가량으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후불요금제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선불시장 낙후.."시간 걸려도 해볼 만해"
현재 선불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업체들은 대부분 중소사업자들이다.
이들은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선불 이동통신 시장이 너무 낙후돼 있다"며 "대중의 인식이 바뀌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선불 이동전화와 관련한 모든 것'을 모토로 삼고 있는 '프리피아'는 서비스의 90% 이상을 선불에 집중하고 있으며 후불서비스는 지난 5월 초부터 시작했다.
프리피아 관계자는 "후불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해서 선불 쪽에서 힘을 빼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후불서비스에 대한 고객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불폰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상황과 여건이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불서비스가 후불제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 했다.
그는 "지금 후불제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내 이통시장은 약정, 단말기 등과 엮여 있는 기형적 형태로, 단말기 자급제나 단통법 등에 따라 시장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단말기 제조사 등에 빼앗겼던 소비자 편익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선불시장의 수수료 기반이 낮지만 앞으로 시장의 왜곡 구조가 해소된다면 자연스럽게 건전한 수익구조로 귀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선불폰 중심 사업자인 '아이즈모바일'은 유통망에 따라 전략에 다소 차이가 있다. 대리점에선 거의 선불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지만 우체국 판매는 선불요금제가 낯선 일반 고객이 많다보니 후불 서비스가 80% 정도다.
아이즈모바일 관계자는 "선불에만 집중하다보니 '반쪽 서비스'같은 느낌이 있다. 빠르면 올 하반기에서 내년 초에 일반 대리점에서도 후불서비스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라면서도 "여전히 주력은 선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불서비스 시장에 중소사업자들이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최신 단말기 구입비용 등 초기 사업 셋팅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
이 관계자는 "선불시장이 사업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선불로 시작해 자리를 잡으면 후불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불시장은 계속 늘면 늘었지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OECD 국가 인구의 40% 이상이 선불 이동전화를 사용 중인 반면 국내 선불서비스 이용자는 3~4% 수준이다. 외국에선 이미 서비스모델이 검증과 활성화를 거친 만큼 국내에서도 자연스럽게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
그는 "선불요금제나 선불폰이 아직 대중화가 덜 됐을 뿐,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선불요금은 저렴한데다 요금을 미리 충전해 계획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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