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부동산 규제가 하나둘 풀리고 있습니다. 야권이 절대 양보하지 않을 거라던 양도세중과세도 풀렸고, 정부가 불가침영역처럼 여기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했던 국회와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시장이 원했던 시기에 맞춘 행보는 아니지만 폐지되길 원했던 규제들이 하나둘 정리되고 있는 분위기 입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조만간 부동산시장 침체의 책임은 시장으로 넘어갈 기세입니다. 그런데 만약 시장이 원하는 규제가 모두 풀렸을 때, 시장은 누구의 탓도 안하고 이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지난해까지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침체 책임에 대해 시장은 야권을 비난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 야당은 번번이 반대 의사를 포시하며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았기 때문인데요. 시장은 이들을 '발목당'이라 부르며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DB)
하지만 연말연초 야권이 굵직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동의하며 공은 정부로 옮겨졌습니다.
야권은 취득세 영구인하에 동의했고, 대표적인 부동산 대못이었던 양도세중과세완화안도 국회를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발맞춰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규제를 대거 완화하겠다고 나서며 시장을 자극했습니다.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토부는 재건축·재개발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며, 소형주택의무비율도 완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분양주택 전매제한도 사실상 폐지키로 했죠.
특히 총점관리제를 도입해 불합리한 규제라는 결과가 산출될 경우, 이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하는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빠르게 정리해 나갔습니다.
최근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DTI규제 완화를 시사하기도 했는데요.
DTI규제는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부동산 규제 중 하나입니다. DTI 규제를 받지 않는 지방 부동산은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고, DTI규제가 적용 중인 수도권은 침체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가계부채가 역대 최고치로,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대출규제 완화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이 엇갈리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부동산시장 회복 여부에 영향력이 꽤나 큰 규제라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완화 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요즘들어 시장을 위축시킨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대차선진화방안인데요. 임대소득에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지 않던 세금을 내고 소득을 노출시킨다는 이유로 매수자가 시장 뒤로 숨는 결과를 낳고 있는데요.
하지만 임대차시장에서 전세가 비주류로 빠지고, 월세가 주류로 빠르게 부상하는 상황이라면 언제가는 실시될 정책입니다. 부동산시장은 이를 규제로 느끼겠지만, 엄밀히 이는 비정상의 정상화, 조세정의 측면에서 부동산규제로 분류하기에는 억지가 있어 보입니다.
쨌든 부동산규제가 하나둘 풀리며 '부동산시장의 결과에 대한 책임'이라는 공은 시장으로 조금씩 넘어오고 있습니다.
만약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이 원하는 규제를 풀어줄 만큼 풀어줬을 때, 시장은 '내탓이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모든 규제가 풀리고, 그래도 시장이 침체된다면 시장은 새로운 활성화 법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을 또다시 비난하지 않을까요. 내수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부동산의 힘을 앞세워 또 다시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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