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文 후보자 기자회견.."여론이 국가흔들면 민주주의 위기"
2014-06-24 13:47:50 2014-06-24 13:52:19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아래는 기자회견 전문.
 
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와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그동안 많은 관심을 쏟아 주신 것에 대해 마음속 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결 같은 마음으로 저를 도와주신 총리실 동료 여러분들, 그리고 밖에서 열성적으로 지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밤을 새우며 취재를 하시는 기자 여러분을 보면서, 저의 젊은 시절을 다시 한 번 더듬어 보는 기회도 갖게 됐습니다. 저의 40년의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일이 없었는가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저는 외람되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히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시겠다는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또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시겠다는 말씀에 저도 조그마한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 들어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통께서 앞으로 국정 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어코자 한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민주주의,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자유민주주의란 개인의 자유, 인권, 그리고 천부적인 권리이며 다수결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제도다. 이를 위해선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 의사와 법치라는 두 개의 기둥으로 떠받쳐 지탱되는 것입니다.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 정치가 됩니다. 이 여론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입니까.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습니다.
 
법을 만들고, 법치의 모범을 보여야할 곳은 국회입니다. 이번 저의 일만해도 통께서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청문회 법은 국회의원님들이 직접 만드신 것입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습니까.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습니다. 언론의 생명은 진실 보도입니다.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보도가 아니라 진실보도입니다.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습니다.
 
신앙 문제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립니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입니다. 제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 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됩니까.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그의 옥중 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히셨습니다. 저는 그 책을 읽고 젊은 시절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신앙 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 겁니까.
 
마지막 드릴 말씀은 제가 총리 지명을 받은 후, 벌어진 사태로 인해 우리 가족은 역설적으로 뜻하지 않은 큰 기쁨을 갖게 됐습니다. 저를 친일과 반민족이라고 주장하시는데 대해 저와 제 가족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저의 가족은 문남규 할아버지가 3.1운동 때 만세를 부르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가족사를 아버님 문기석으로부터 듣고 자랐습니다.
 
사실 우리 당시 민족 가운데 만세를 부리지 않은 분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돌아가셨다고 해서 저도 당당한 조상을 모신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저에 대한 공격이 너무 사리에 맞지 않기에 검증 과정에서 제 가족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검증 팀이 저에 집 자료를 가지고 보훈처에 알아봤습니다. 뜻밖에 저의 할아버님이 1921년에 평북 삭주에서 항일투쟁 중에 순국 하신 것이 밝혀져 건국훈장 애국장이 2010년에 추서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의 자녀들도 검색을 해봤습니다. 여러분도 검색창에 문남규, 삭주 라고 쳐보십시오. 저의 원적은 평북 삭주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실려 있는 1921년 상해 임시정부에서 발행한 독립 신문을 찾아보십쇼. 이것은 언론재단에 원본이 보과되어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이 사실을 밖으로는 공개치 않고 조용히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고 어제 이미 밝혔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정치 싸움 때문에 나라에 목숨 바치신 할아버지 명예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혹시 다른 독립 유공자 자손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의 손자로서 보훈처가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 절차에 따라 다른 분의 경우와 똑같이 처리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십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사퇴합니다. 감사합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사진=한고은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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