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24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40년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일이 없었는가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기자회견에서 반성은 없었다. 회견의 상당수를 '남탓'에 할애했다.
문 전 후보자는 자신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은 것과 관련해 국회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법을 만들고 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다. 저의 일만해도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가)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 말씀하셨다"며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문 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개최되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문 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와 임명동의안에 대한 재가를 연기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문창극 불가론' 기류가 상당했지만, 국회는 이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해놓은 상태였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News1
문 전 후보자는 또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발언의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이라며 "그것은 진실 보도가 아니다"고 했다.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보도했다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그는 '친일 논란'을 촉발시킨 교회 강연 영상과 관련해선 '신앙의 자유' 문제라고 주장하며, 고(故) 김대중 대통령을 언급하며 문제가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문 전 후보자는 교회 강연 발언에 대해 "제가 평범했던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 드린 것"이라며 "무슨 잘못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옥중 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혔다"며 "저는 그렇게 신앙 고백을 하면 안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문 전 후보자는 지난 2009년 칼럼을 통해 당시 병세가 위중하던 김대중 대통령과 관련해 '비자금 조성'·'재산 해외 도피'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총리 지명 후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문 전 후보는 끝까지 당당했다. 그는 사퇴 이유에 대해 "지금 시점에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반성은 끝내 일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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