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올림에 반도체 피해자 '보상위원회' 구성 제안
삼성전자 "피해자 보상이 최우선 과제"..반올림 "검토해볼 것"
2014-06-25 18:22:29 2014-06-25 18:26:5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반올림과 반도체 피해자 및 가족에게 '보상위원회' 구성을 제의했다. 피해자 보상 문제를 좀 더 효율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별도의 기구를 만들자는 취지다. 반올림측은 검토를 거친 뒤 조만간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2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2차 교섭이 끝난 뒤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기자들과 만나 "보상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처리하되 합당한 보상을 약속했다"며 "우선 당장 협상에 참여중인 발병자 가족 8명에 대한 보상과 그외 관계자들도 확대해서 논의하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반도체 공장과의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피해자 및 관계자들에 대한 보상 기준, 명확한 범위 등을 산정하기 어려운 만큼 공신력 있는 기구를 선정할 수 있는 보상위원회 설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백 전무는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근로자와 생산현장의 안전문제는 회사가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며 "회사가 펼치고 있는 직업병 예방 활동과 퇴직자 지원제도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삼성전자측의 노력이 충분치 않다면 전문성, 독립성 갖춘 제3의 기관 통해서 근로자에 대한 종합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전무는 "보상 문제가 가족들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인 만큼 재발방지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에 참여한 황상기씨(고 황유미씨의 부친)는 "삼성전자가 제안한 내용을 주로 듣는 자리"였다며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피했다. 반올림측은 삼성전자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내부적 회의를 걸쳐 이르면 오는 26일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상기씨는 삼성전자가 반올림측 요구안에 대해 성실한 답변을 내놓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성실한 답변을 못들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의 사과 발표 이후 총 11개의 요구안을 내세우며 공식 사과, 보상, 재발방지 대책, 감시기구 설립 논의 등을 제안한 바 있다.
 
한편 양측은 반올림 활동가 및 관련자에 대한 고소 취하 문제를 두고 여전히 대립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23일 두 차례에 걸쳐 반올림 활동가와 가족에 대한 고소를 모두 취하했다는 입장이지만 반올림측은 "협상에 참여한 사람에 대한 고소가 취하된 것이지 고소건 자체는 취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조만간 3차 협상 일정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다음 협상에서는 피해자 보상안 마련을 위한 위임장 문제와 산업재해 인정과 관련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피해자 보상안에 대해 논의한 이후 추후 위임장 문제에 대한 논의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공장 산업재해에 대한 인과관계 규명 역시 갈 길이 멀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인과관계에 대한 규명이 논점이 될 경우 피해자 보상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향적인 태도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과학적인 인과관계 규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백혈병 유발 물질로 알려진 벤젠 등과 백혈병 간 인과관계를 이미 확인됐지만 현장 노동자들이 해당 물질에 노출됐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며 "그외 다른 화학물질과 백혈병의 인과관계가 규명된다면 보상이 가능하지만 10년이 걸릴지 수십 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피해자 가족에 대한 보상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25일 서울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삼성전자와의 2차 협상에 참석한 황상기씨.(사진=뉴스토마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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