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쇼핑몰과 호텔, 병원 등 대형건물들이 에너지사용량과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해 앞다퉈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을 구축하고 있지만 현장수요에 비해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건물 가운데 BEMS를 구축·운영해 에너지사용량을 줄인 건물들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은 2000년대 말부터 BEMS를 구축한 결과 지난해 전력사용량을 전년보다 6.61% 줄였고 여의도의 LG트윈타워도 BEMS를 활용해 지난해 전력사용량을 전년 대비 7.38% 감축했다. 최근에는 새로 짓는 아파트에도 BEMS 구축이 유행이다.
이처럼 BEMS가 주목받는 것은 정부가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해 전기료를 올리고 민간 자가발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전력정책을 추진해서인데, 스마트그리드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전력사용을 효율화하는 BEMS만큼 새는 전기를 막는 데 효과적인 게 없다.
이에 지난해 2906억원이었던 국내 BEMS 시장은 7년 뒤 1조원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시장 전망(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하지만 이런 시장 성장성과 달리 정부의 BEMS 지원·육성책은 지지부진하다.
현장에서는 BEMS 확대의 가장 큰 장애물로 기술 표준화를 꼽는다. 건축설계 때부터 정보기술과 에너지, 건설 등 여러 업종·분야가 접목되다 보니 상호 호환성이 가장 중요한데, 아직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체계가 제대로 완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전기학회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서는 스마트그리드 개념도 생소한데 BEMS는 정의와 개념, 표준 등이 더 모호하다"며 "건물 전체에 설비를 구축하는 BEMS 특성상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비용을 들이고도 제 효과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BEMS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한국BEMS협회에 따르면 BEMS를 구축한 대부분 기업과 호텔, 대형마트 등은 기존 시설관리 인력을 BEMS 운전요원으로 활용 중이다.
이러다 보니 건물별 에너지환경과 설비를 고려한 BEMS 운전이 미흡해 에너지 절감률은 10%대에 불과하다. 이 분야의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에너지 절감률은 20%대다.
BEMS 구축과 기술 개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보조금·세제상 혜택도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BEMS를 도입할 수 있도록 각종 금융·세제상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관련 제도계획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와 국토부 측은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전력수요 절감을 위한 BEMS 보급 활성화와 신규시장을 창출 계획을 마련 중"이라며 "지난해에는 BEMS 표준화를 위한 기술검토를 진행했고 올해는 보조금 예산을 마련하고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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