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팬택 채권단과 이동통신 3사 간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회사의 명운을 제3자에게 내맡겨야 하는 팬택의 초조함만 커졌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팬택 채권단이 이동통신 3사에 채권 1800억원의 출자전환 여부를 8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했음에도 이통사들은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8일 "아직 이통사로부터 회신이 오지 않았다"며 "오늘까지 결론이 나지 않으면 한 번 더 채권단 회의를 열고 이통사의 출자전환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마감시한 연기도 고려 중이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팬택 출자전환에 대한 이통사 결정을 기다리기도 하고 14일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며 "사실상 기간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의 출자전환을 유도해 어떻게 해서든 팬택을 살리겠다는 의도다. 채권단은 처음부터 이 부분을 명확히 했다. 팬택에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고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이통사에게 출자전환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팬택 사옥(사진=팬택)
팬택 생존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통사들은 출자전환할 생각이 없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팬택이 이번에 이통사 출자전환으로 회생한다고 해도 얼마나 갈 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약 70만대의 단말기 재고 부담이 있는 가운데 이통사들이 워크아웃에 동의할 경우 단말기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판매 장려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 규모가 출자전환 금액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음에도 채권단은 출자전환 결정 기간을 또 다시 유예할 확률이 높다. 팬택 회생을 목적으로 이통사들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 4일 출자전환 결정 시한을 8일까지 한 차례 늦춘 바 있다.
만약 통신사가 출자전환을 하지 않으면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법정관리는 기업회생 절차의 하나지만 사실상 파산 절차나 다름없다. 팬택이 이통사의 출자전환을 절실하게 바라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이동통신산업의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손을 놓고 있다. 채권단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방관하고 있는 것.
정부와 달리 소상공인들은 팬택의 회생에 적극 나서고 있다. 휴대폰 유통상들의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판매 장려금 일부를 출자전환할 수 있다"며 "정부와 이통사도 이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약자이듯 팬택도 국내 대기업 제조사와의 경쟁에서 약자이기 때문에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끼고 있다"며 "팬택이 안팎으로 열심히 싸웠지만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매달 집행하는 마케팅비 0.5%만 팬택에 할당해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통사들이 자사 배불리기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기술 유출, 일자리 감소, 휴대폰 제조시장 균형 등 다각적인 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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