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직접선거 추진..중국 민주주의 싹트나
정부 "직선제는 OK, 후보 추천은 정부가"
홍콩 주민 "입후보까지 완전한 자유 원해..가두시위 또 나선다"
2014-07-17 14:27:29 2014-07-17 14:31:48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홍콩특별행정구가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지 올해로 18년째를 맞이했다. 중국은 홍콩 반환 후 50년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병존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적용하고 있다.
 
홍콩기본법에 따르면 홍콩특별행정구의 행정장관은 1200명으로 이뤄진 추천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뒤 중국 중앙인민정부에 의해 임명된다. 임기는 5년이며 한 번에 한해 연임이 허용된다. 홍콩에 20년 이상 거주한 40세 이상의 중국인은 모두 후보 자격이 있다.
 
지금까지 둥젠화 초대 행정장관부터 쩡인촨 전 장관과 렁춘잉 현 장관에 이르기까지 3명이 홍콩 행정부의 수장을 지냈다.
 
홍콩의 행정장관 선출은 매번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중앙정부가 임명하는 사람은 홍콩을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이 홍콩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이들은 행정장관 역시 홍콩 주민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중국 중앙정부는 2017년부터는 직선제를 실시한다고 한 발 물러났지만 후보는 후보추천위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제한을 뒀다.
 
지난 15일 홍콩 정부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제출한 '보통·직접선거 계획에 대한 보고서'에서도 "후보추천위원회만이 홍콩의 행정장관을 선출할 권한을 갖는다"는 중앙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도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완전한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에밀리 라우 홍콩민주당 의장은 "대중들의 의견이 왜곡됐다"며 "홍콩 정부의 보고서 내용은 주민 투표와 시위 참가자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홍콩특별행정구 설립 17주년을 맞아 수 만명의 홍콩 주민들이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거리 시위를 벌였다.(사진=로이터통신)
 
앞서 지난달 말 '사랑과 평화로 센트럴을 점령하자(OCWLP)'란 이름의 시민단체는 행정장관 후보자 추천방식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8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 투표에서는 ▲등록 유권자 1% 이상의 서명 ▲입법회 선거에서 5% 이상 지지를 받은 정당 추천 ▲후보추천위원회 추천 등의 방식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비공식 투표라 영향력은 없지만 민의를 가늠하는 수단으로는 손색없다.
 
이달 초 홍콩특별행정구 설립 17주년을 맞아 진행된 시위가 8월 중에도 수 차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홍콩대학교 추산에 따르면 당시 17만20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마응옥 홍콩중문대 정치학과 교수는 "앞으로 더 많은 시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더 많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이 사람들을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OCWLP 지도부의 베니 타이 교수도 "홍콩 정부의 행동이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첫 발을 뗏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행보에도 크게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꿈이 좌절될 때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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