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진정한 민주주의"
(기초단체장 릴레이인터뷰)도시공동체의 미래를 말한다!
①김영배 성북구청장
2014-07-28 09:25:22 2014-07-28 09:30:01
[뉴스토마토 김현우·박남숙기자] 지난 7월1일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들이 일제히 임기를 시작하면서 민선6기 지방자치시대의 막이 올랐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지방자치가 만 스무살을 지나 본격적으로 성년기로 접어든 셈입니다. 그간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성숙과 함께 지방정부의 의미와 위상도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특히 국가 단위의 거대담론 보다는 개인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생활정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일자리와 복지, 교육, 건강과 안전 등 중앙정부가 해결하기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드러난 ‘생활’의 문제를 ‘공동체의 복원’을 통해 해결하고자 애쓰고 있는 수도권 지방단체장들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각 지역의 특색과 실정에 따라 다채로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며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들 단체장들의 얘기 속에서,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국회의원을 뽑고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내 생활, 내가 살아가는 동네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민주주의가 해아할 일입니다. 이제 '마을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영배 구청장은 민선6기 구정의 핵심가치를 묻는 첫 질문부터 답변에 거침이 없었다. 그가 민선5기 재임기간 써낸 책 <동네 안에 국가 있다>와 <사람의 마을>에서 이미 그 개념을 제시한 '마을민주주의'를 재선 4년 임기 안에는 꼭 구현해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났다.
 
김 구청장이 말하는 마을민주주의는 '생활공동체를 통해 각 개인들의 절박한 생활 문제를 직접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그는 임기 3년차인 오는 2016년에는 시민들이 모여 지역내의 현안과 정책들을 토론하고 결정하는 '마을총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실현된다면, 지방자치 역사상 주민들이 직접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18일 구청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민선6기 구정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현우 기자)
  
사실 성북구는 지난 민선5기 시절에도 다양한 '최초'의 역사를 썼다. 김 구청장이 중점을 두었던 복지분야만 해도, 전국 최초로 무상급식을 단행했고, 역시 전국 최초로 유니세프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또 최근 소득주도성장론에 바탕을 두고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는 '생활임금제'도 최초로 시작했다.
 
무상급식 문제는 이후 우리 사회의 중요한 논란거리로 떠오르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낙마하는 계기가 됐고, 이어진 대통령선거에서도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건강보험 확대 등 '보편적 복지'가 최대 이슈가 되게하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초단위의 작은 지방정부가 국가적 아젠다를 선도한 셈이다.
 
김 구청장은 두번째 임기에서도 이런 시도들을 지속할 계획이다.
 
우선 간호사, 사회복지사, 공무원이 3인 1조가 돼 노인들의 건강과 생활문제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복지플래너제도(책임건강 관리제)'가 눈에 띈다. 단순히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 노령층의 다양한 고민과 고충을 한꺼번에 해결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다. 우선 65세가 된 노인층을 대상으로 시범실시한 뒤, 장기적으로 구내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동·청소년 분야에서는 그들 스스로가 참여하는 정책 창안대회를 통해 직접 정책을 입안하고 스스로 이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위에서 내려보내는 식의 정책은 실효성도 없고, 옳지도 않다는 판단에서다.
 
세월호 참사로 모든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 안전분야에서는 구 차원의 종합생활안전센터를 신설하는 이외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안전 자치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 마을 방송국을 설치 운영하도록 지원해 주민들이 직접 소통하고 감시하는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김 구청장의 이런 다양한 정책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사람'이다. 성북구는 '사람이 희망인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복지 등 모든 정책에서 단순한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최우선 가치다.
 
"지난 민선5기의 가장 큰 성과는 '개발의 시대에서 사람의 시대로', '사람중심의 지속가능한 도시'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임기에서는 마을민주주의를 실천해 시민들이 자기가 살아가는 마을의 미래를 직접 설계해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김 구청장과의 인터뷰 전문.
 
 
▲민선5기에는 무상급식 논쟁으로 서울 시장도 바뀌고 이어진 대통령 선거에서까지 무상교육과 기초연금, 건강보험 확대 등 보편적 복지 국가로 발전하는 중요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성북구가 있었습니다. 서울시 최초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면서 큰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민선6기는 세월호 참사로 많은 사람의 눈물과 한숨의 와중에 선거를 치러 마음이 더욱 무거웠습니다.
 
크게 보면 민선6기는 마을에서 사람들의 가장 큰 생활적 요구, 절박한 과제, 이런 것을 해결하는 민주주의가 꽃피는 시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것을 ‘마을 민주주의’라고 표현합니다.
 
민선5기 때도 보편적 복지가 지방정부에서 먼저 시작해 논쟁이 확대되면서 복지국가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제는 민주주의가 제도가 국회의원을 뽑고, 선거하고,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가 살아가는 단위인 마을과 동네에서 생활공동체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오는 2016년 상반기까지 앞으로 2년 동안 차분하게 준비해서 마을 총회를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마을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정하고, 이게 지방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아젠다가 되고, 그 다음 해에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민들이 하는 총회와 대의기관인 의회가 경쟁도 하고 견제와 균형도 이루는 마을민주주의를 구현해보는 게 민선6기의 가장 큰 포부입니다. 
 
(사진=김현우 기자)
 
-마을민주주의가 말은 쉬운데, 언뜻 의미가 안와닿는 측면도 있습니다. (▶질문을 클릭하면 인터뷰 현장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구청장과 의회 의원들이 선거 때 주민들이 준 의견이나 자신들의 공약을 가지고 주민들 대신 일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선거 때가 아니면 자신들의 의견을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시킬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의견을 듣는 척 한다는 불신이 계속 커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이제는 언제든 주권자의 요구가 반영되는 참여 민주주의 구조를 연구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오는 2016년 1월, 전년도인 2015년 연말 의회가 내놓은 예산서를 주민들이 평가 하고 의견을 모으도록 하려고 합니다. 의견을 모으다 보면 아주 좋은 의견부터 그렇지 않은 것까지 수준이 다 다를 것입니다. 이것들을 주민들이 토론해서 우선 순위를 가르고 필요하면 투표를 해서, 교육이 먼저냐 복지가 먼저냐, 또 마을단위로 보자면 도서관을 먼저 만들거냐, 보건소를 만들거냐, 아니면 도로를 닦을 거냐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제도화해서 관행화하고, 문화로 정착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북동 가구박물관(사진제공=성북구청)
 
 
▲구의원들도 주민의 뜻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원들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대의제 내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마을 민주주의는 그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원들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를 주민의 뜻을 파악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의원들의 활동이 지지를 받고 정치적 입지가 좋아지는 기회도 될 수 있습니다. 대립하는 문제가 아니라,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국빈방문해 우리 대통령과 성북구의 한국가구박물관에서 특별오찬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한국가구박물관은 가구를 통해 우리 주거 생활을 알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역사 박물관입니다. 개인이 부담해서 만든 곳으로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려는 열정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사실 이곳은 시진핑 주석이 오기 전에도 국가 수반들이 많이 다녀간 곳입니다. 브레드피트를 비롯해 코카콜라 회장, 패션계 유명 회사 회장들도 많이 다녀갔습니다.
 
이곳은 성북동 역사문화지구에 속해 있는데 서울에서 종로를 제외하고 역사문화지구로 지정된 유일한 사례입니다. 성북동에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독립을 그리다가 끝까지 싸우며 기계를 굽히지 않은 ‘심우장’이 있고, 천재시인 백석과 사장 자야의 사랑으로 유명한 대원각을 법정스님이 시주받아 사찰로 바꾼 ‘길상사’도 있습니다.
 
간송미술관에는 우리나라 최고 문화재인 한글 해례본과 국고가 12점, 국보급 문화재가 5000여점이나 소장돼 있습니다.
 
그 자체가 갤러리 같은 성북동 역사문화지구는 성북구 100년을 먹여 살릴 보고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가구박물관을 시작으로 유기박물관, 은기박물관, 정원박물관, 민화박물관 등을 볼 수 있는 박물관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성락원 주변 한옥거리 등에 상업거리를 조성하고 전통 한옥게스트 등 숙박시설을 확충할 예정입니다.
 
사실 이른바 '토건시대'에는 이런 유적을 자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집값, 땅값이 뛰는 개발이익을 막는 걸림돌로 보는 시각이 강했습니다.
 
성북구는 이제 문화를 자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 문화가 돈이고 미래고, 정신적·물질적 양식이라는 패러다임으로 바꿔보고 싶습니다. 스페인의 도시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유치하면서 작은 마을이 연간 6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도시로 변모했습니다.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문으로 앞으로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천자가 가본 곳은 가보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잘 준비해서 지역과 주민들,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특별한 곳으로 성북동 갤러리를 만들 생각입니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게 체감이 되고 있습니까? (▶질문을 클릭하면 인터뷰 현장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한양도성이 유네스코 등록을 앞두고 있습니다. 역사문화지구 추진 목표 중 하나가 2016년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록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한양도성을 걷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중 상당수가 외국관광객들입니다. 
 
특히 길상사는 일반 여행 관광사 상품에서 일반 관광객 투어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길상사와 심우장을 보고나서 서울시내 문화재로 이동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 코스로라도 꼭 들른다고 합니다.
 
구내에 있는 비지니스호텔들도 중국 관광객의 투숙이 늘고 있는데, 예약률이 100%에 가깝고, 더욱 예약이 힘들어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만해예술제 모습(사진제공=성북구청)
 
 
 
▲역사문화지구는 저층 개발, 유지에 초점을 둡니다. 문화재 보존, 유지, 관리를 축으로 삼고 이를 활용해 연관 산업 효과를 노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층 개발, 압축 성장 시대 땅값 환상을 가진 분들은 불만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분들과 소통을 하면서 외국처럼 장기적으로 땅값을 고가로 유지하고 문화향기를 통해 지역을 발전 시킬 수 있다는 비전을 공유하게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전을 공유하고 소통을 기초로 전략을 짜는 과정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마을민주주의도 이런 과정이 중시되는, 정치 과정, 행정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을 하다보면 괴로울 때도 있지만,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서로 이해하기 시작하고 점점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생각지도 않은 중요한 성과들과 창조적 아이디어들이 나오게 됩니다.
 
◇성북동 어르신 일터(사진제공=성북구청)
 
 
 
▲실제 성북구는 인구구조가 60대 이상과 40대 이하가 비중이 높은 구조입니다. 자녀 교육 문제로 40~50대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육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지역의 건강성과 활력을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해, 민선5기에서는 교육환경 개선이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였습니다.
 
민선 6기에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해결해가되, '건강'을 중점 정책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의 경우 빈곤율은 48%나 됩니다. 절반이 빈곤인구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곧 빈곤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소득과 건강이 준비되지 않은 노령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 사회가 그 만큼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20년 정도를 내다보면 이 시점부터 마음과 몸이 함께 건강한 사회, 지역, 마을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노인들이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보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한 후 운동, 식습관, 사회 관계 등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정 계획을 세우려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업은 책임건강 관리제도인 '보건복지 플래너제도'로 간호사, 사회복지사, 행정공무원 1명씩 3인1조가 돼, 각 팀이 1000가구씩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성북구 전체 노인과 아이들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신규 공무원 600명이 필요합니다. 갑자기 시행하기는 어려우니 시범사업으로 올해 65세가 되는 분들, 올해 태어나는 아이들부터 시행하려고 합니다.
 
우선 10개조를 만들어 올해 기초연금을 처음 수급하는 사람들의 건강상태, 사회관계 등을 상담하게 됩니다. 간호사가 건강처방, 사회복지사가 복지관련 처방, 행정공무원이 종합적인 생활, 소득, 일자리를 컨설팅해주면 적어도 10~20년 정도 인생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 계획이 세워지면 공동체 망 내에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복지협의체, 마을 돌보미 등 공동체 망들이 복지플래너제도 등과 함께 노인들을 돌보는 민관협력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시민이 공동체 망 내에서 살 수 있는 조건이 확보되면서 지속 가능한 복지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노인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1등입니다. 노인들이 사회적 자존감을 가진 시민으로 살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해 마음과 몸이 건강한 복지사회로 가야 합니다.
 
 
 
민선 5기에는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자립감을 키워가는 방향으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현재 명동에 있는 한 유명 고등학교가 길음동 뉴타운으로 옮겨오기로 하고 공사를 하고 있고, 혁신학교도 중학교 2개, 초등학교 2개를 유치하는 등 교육 환경에서 나름 성과를 내기는 했습니다.
 
도서관 설립 등 여러 가지 학교 지원정책 통해서 주민 만족도가 전보다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또 아동친화 도시로 전국 최초로 유니세프 인증을 받았습니다. 어린이 의회, 청소년 의회를 통해 아동 스스로 자신들의 정책을 수립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좋은 평가도 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스스로 살아가고 미래를 만드는 힘을 기르기 위해 자기주도 학습센터를 전국 최초로 세워서 좋은 성과를 내는 등 자기 주도 학습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동·청소년 정책을 추진하면서 느낀 점이 정책이 교육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동·청소년 정책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주무부처가 없습니다. 여성가족부, 문화부, 보건복지부로 흩어져 있어 중구난방입니다.
 
지방은 지방대로 교육청과 지방정부, 서울시 각기 따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앵커 시설을 만들고 지방 정부 중심으로 청소년 돌봄 체계를 꾸리자고 제안했습니다.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기본적으로 협력을 하면서 보건복지부, 여성부, 문체부, 교육부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인데, 성북구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정부가 교육부 중심의 부처 통합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성북구 모델이 옳으냐, MB정부 모델이 옳으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교육부 주관 방식은 기관 중심, 내려먹이기식 정책이 돼 효율도 떨어지고 부작용도 많습니다. 우리 성북구의 문제의식이 확산돼 민관협력을 기초로 한 지방정부 중심의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민선6기에는 명문 중학교 프로젝트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고, 아동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책수혜자가 스스로 정책 입안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런 제도를 도입한 건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아동친화도시를 만든다고 하는데, 아동들이 스스로 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일방적으로 필요할 거라고 추정하는 것들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노인 정책도 마찬가지인데, 노인층이 가장 원하는 복지는 건강문제인데, 이분들을 모시고 있는 중장년층들은 '일자리'일 거라고 답합니다. 각종 정책이 누구의 요구에 따라 추진돼야 하는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아동청소년을 시민으로 보지 않고, 학생으로만 본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들도 투표권만 없을 뿐, 스스로의 인생을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문제를 교육문제로만 본다면 청소년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생활임금제는 전국 최초로 성북구, 노원구가 행정 명령으로 도입을 했습니다. 저임금 근로자에게 최저임금보다 30% 높은 임금을 지급해서 인간다운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이 평균 임금의 38%에 불과합니다. 물가가 높은 대도시에서는 근로자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면서 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안됩니다. 성북구는 우선 행정명령으로 정규직, 비정규직 합쳐서 직접 고용한 근로자 130여명을 대상으로 생활임금제를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입니다.
 
실제 한 직원은 외주 근로자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이 됐고, 또 생활임금제의 대상이 되면서 월급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이 분 얘기를 들어봤는데, 처음으로 가족들을 데리고 콘도로 여행을 가서 직접 비용을 결제하면서 가장으로서 자부심과 자존감을 느꼈다고 감격해했습니다. 
 
예산이 좀 더 들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직장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도가 높아진 분들이 공적서비스를 하게되면, 얼마나 서비스가 좋아지겠습니까.
 
문제는 생활임금제 확산이 꼭 필요한데, 현행법상 민간과 일반 기업들에게 요구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민선5기 마지막인 지난 5월에 간접고용 기업까지 확대하려고 조례를 상정했지만 보류되고 폐기됐습니다. 다음달 첫번째 의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간접고용까지 확대될 경우도 그 범위가 어디까지냐가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조례가 통과되고 나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단계적인 접근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미국 시애틀시의 경우 6년에 걸쳐 대기업까지 모두 포괄해 적용했다고 합니다.
 
국회에서도 최저임금법을 개정하고 생활임금법을 도입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들었습니다. 조속히 법제화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뿐 아니라 모든 기초단치단체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제정문제입니다. 특별시, 광역시는 행정구가 달라도 서비스가 달라지면 안된다. 그래서 광역 정부가 권한도 크고 재정도 많습니다.
 
경기도만 해도 상황이 다릅니다. 수원과 의정부, 포천에 사는 사람들이 생활양태가 완전히 다르고, 단일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합니다. 이런 곳은 기초 정부가 주도권을 가져야 합니다.
 
성북구는 노인인구가 6만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강원도의 한 군의 경우 전체 인구가 2만8천명입니다. 우리가 노인기초연금을 받는 인구가 그만큼 많습니다.
 
그래서 복지를 늘리면서 일괄적으로 기초자치단체와 매칭으로 비용을 적용하니, 성북은 갑자기 보육비와 기초연금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개인으로 치자면 파산직전입니다.
 
노인인구가 6만명이고 기초연금 대상자가 3만2천명입니다. 1인당 1만원만 매칭으로 해도 월 3억2천억원, 1년에 40억원이 됩니다. 이 예산이 갑자기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보육비를 늘릴 때도 서울의 보육아동 대상 숫자는 50만명인데, 무상보육 대상자가 20만명이 늘었습니다. 2대 도시인 부산은 전체 아동이 20만명입니다. 그러니 지방정부 부담비율을 다른 광역단체와 다르게 해줘야 하는데, 중앙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지방에 떠넘기고 있는 셈입니다.
 
기초연금도 올 연말이 되면 지급이 가능할지 걱정입니다. 확보한 예산이 자치구 부담금의 60%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기로 했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전략적 역할분담을 해서 그 면모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이 제도와 재정을 책임지고 지방정부는 전달체계, 서비스 체계를 전담하는 게 맞다는 것입니다.
 
자치구에서는 장애인 이동서비스나 방문서비스 등 중앙정부가 못하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보육비 같은 지원금은 중앙정부가 지정된 계좌로 보내는 식으로 중앙에서 관리하는 게 더욱 효율적입니다. 더 이상 지방으로 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대통령 공약사항인만큼 중앙정부가 확실히 책임질 일은 책임져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온 나라를 비탄에 빠지게 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이 우리 사회 최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성북은 노후 건물이 많고 재개발지역도 많은데, 안전한 성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도시가 성장하면서 생활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성북구는 이런 현실에 맞게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둔 종합생활안전센터를 신설해 시기별, 계절별 사고에 대비하려고 합니다. 또 주요시설물의 경우 관계전문가와 관련기관, 부서간 협업을 통해 1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미리미리 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입니다. 
 
또 하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안전 자치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마을방송곡을 설치해 운영하면서, 주민들이 직접 소통하고 감시하는 지속가능한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합니다. 
 
 
 
▲사회적기업으로 어르신들 택배사업단이 유명한데, 길음뉴타운에서 어르신들이 택배서비스를 하는 사업이 큰 호응을 얻었고, 장애인 돌봄협동조합의 '데이 케어서비스 등 공동체 복지사업들과 사회적경제를 연계한 정책으로 사회적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동네의 좋은 상품들과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이 의미 있는 일도 하고 경제생활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상을 바꾸는 것인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전국 최초로 사회적기업 제품에 대한 우선구매 조례를 만들었고, 사회적 기업지원센터도 전국 최초로 만들어 성과를 냈습니다. 종암동에 마련한 사회적기업허브센터는 사회적경제 분야의 각종 지원조직을 한자리에 모아 통합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싼 비용으로 사무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실체가 무엇이냐는 논란은 있지만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고 있고, 각 자치단체들도 창조산업 육성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성북구는 어떻습니까?
 
▲이 분야에서 성북구의 최대 강점은 지역내에 대학이 8개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이런 강점을 지역발전에 활용하기 위해 고려대와 키스트(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동덕여대와 경희대를 잇는 홍릉벤처밸리-종암월곡 창조문화벨트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성북구 자체적으로는 최초로 직영으로 앱센터를 만들어 1인 창조기업 육성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최근에는 한성대와 고려대, 서경대가 앱센터를 만들고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도 만들었습니다. 창업생태계를 육성하는 프로젝트에서도 성북구가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북 4구 협의체 속에서 창조산업 문제를 풀어가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인접한 노원구의 창동 차량 기지 등 큰 부지가 비면 창조산업의 메카로 만들 계획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성북구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고, 젊은 대학들이 모여 있는 젊은 도시입니다. 또 멋진 자연이 산업과 어우러져 있습니다. 성북구는 더욱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만들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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