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다음 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사를 '더' 잘 써둬야
할 것 같은데요"
한국은행 출입기자들은 금리결정 직전에 당일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인지, 아니면 인하될 것인지에 대해 미리 전망해서 기사를 써놓는다. 대체로 기준금리가 시장의 예상과 다른 결과로 발표될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기준금리가 14개월 연속 동결되면서 조금 '게으른?' 기자들은 '동결' 기사만 '잘' 써놓으면 됐다. 예상이 빗나갈 경우를 대비해 두 가지 기사를 써서 대비하는 힘겨움을 겪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8월 금통위를 앞둔 출입기자들은 최소 2가지 방향의 기사를 미리 써놓을 태세다. 시장에서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어찌 한달 후의 일을 당연한 듯 예측할 수가 있겠는가.
한은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지인에게 기준금리 예상 시나리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니 딱 한 마디 하신다. '인하' 기사를 좀 더 잘 써두라고. 결국 '인하'로 가지 않겠냐는 말씀이신데..
지난 7월 금통위에서 이주열 총재는 금리조정 방향을 기존 인상에서 인하로 전환하는 시그널을 줬다. '하방리스크'를 여러번 강조하면서 세월호 사고가 국내경제에 끼친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필요성을 여러번 피력하면서 압박을 가하자 총재의 고민은 커졌다.
정책공조도 필요하지만 한은의 독립성, 즉 중앙은행의 위상은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가 외부에 '밀리지' 않도록 신경을 잔뜩 쓰고 있는 것.
실제로 이 총재는 한 강연 자리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소비가 줄어들 수도 있다"며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다음날 최경환 부총리가 금리인하를 우회적으로 언급하자 "기준금리 결정은 금통위 고유의 권한"임을 강조하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는 이틀 전 첫 회동에서 '정책공조'를 약속했다.
두 수장은 1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기준금리의 '기'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대 5년 후배인 최 부총리가 이 총재에게 우회적으로 공손하게 부탁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결국 어제 이 총재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것을 감안해 판단하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제 '금리인하'를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로 이주열 총재는 한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발언들을 몇번 언급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끌려다녔다'는 느낌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시장과 정부에 (총재님이) 밀리셨다"며 안타까워 했다.
통화정책이 보통 3~6개월 지나야 시장에 영향을 드러내는 만큼 금리정책의 선제적 역할은 중요하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결정의 결과가 중앙은행이 자신있게 주도했다는 인식을 줬으면 좋겠다.
부총리와 총재의 첫 회동에서 밝게 웃는 최경환 부총리옆에 굳은 표정으로 서있던 이주열 총재의 상반된 모습이 자꾸 뇌리에 남는다. 다음 만남에서는 반대로 한은총재의 표정이 여유있는 모습이길 기대한다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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