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거침없는 행보..호통하고 명령하고 내각에 '군림'
일요일 국방장관 불러내 탁자 치며 호통
'대통령 지시' 팽목항 머무는 이주영 해수부 장관에 "복귀하라"
2014-08-06 16:30:54 2014-08-06 16:36:12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그야말로 거침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행보에 대한 당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7.30 재보선 압승을 기반으로 자기정치를 구현해 나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친박계의 시선에도 우려가 짙어졌다.
 
김 대표는 일요일이던 지난 3일 한민구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를 국회로 불러냈다. 지난달 30일 민간 인권단체인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알려진 육군 28사단 사병 구타사망사고와 관련해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자리였다. 이른바 윤일병 사건이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탁자를 손으로 내려치며 호통을 쳤다. 그는 "분명한 살인사건"이라며 "치가 떨려 말이 제대로 안 나온다"고 군 수뇌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한 장관은 김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의 질타가 끝난 뒤 "충언과 질책을 겸허히 깊이 새기고 앞으로 쇄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60만 대군을 총괄하는 군 수장에 대한 공개 질타에 군 지휘부는 발칵 뒤집혔다는 후문이다.
 
6일 최고위원회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113일째 실종자 가족 지원 등 현장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업무 복귀를 요구했다. 이 장관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께서 실종자 마지막 한 명까지 확인하라고 하신 말씀을 따를 뿐"이라며 현장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다. 김 대표는 "이 장관은 할 일이 많은 장관"이라며 업무 복귀를 사실상 지시했다.
 
김 대표의 행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날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육군참모총장이 책임졌으면 책임을 다 진 것"이라고 말해, 정치권에게 제기되고 있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인책론 요구를 일축했다. 박 대통령이 관련자에 대한 ‘일벌백계’를 천명한 상황에서 책임 기준을 자의적으로 책정한 것이다.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도 배제할 수 없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너무 치고 나간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News1
 
김 대표의 이런 거침없는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그간의 당청 일방적 수직적 관계에서 탈피, 당이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고 제 역할을 하는 수평적 관계로의 이동이라는 측면에서 반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그동안 숨죽이며 공간을 모색해온 비주류 의원들은 대다수 김 대표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발판은 물론 7.30 재보선에서 박근혜 마케팅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 힘만으로 압승을 거둔 것에 대한 자신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략공천과 이로 인한 내분 등으로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할지라고 세월호 참사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애당초 이 정도의 압승을 기대한 이는 사실상 전무했다.
 
한때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으나 MB 정권 하에서 친이계의 추대로 원내대표에 오르며 사실상 박 대통령과 결별한 김 대표는 이후 세종시 등 주요 현안마다 박 대통령과의 정면 마찰을 피하지 않았다. 특히 김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뿌리를 YS에 두고 있는 상도동계로, 박 대통령과는 주종 관계가 아닌 동지적 관계로 정립되기를 원했다는 것은 여의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게다가 차기 대권에 대한 뜻을 품은 만큼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겠다는 의지도 이 같은 행보의 바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김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등에 업은 서청원 현 최고위원과 격한 논쟁을 벌이며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대표"를 공언했다.
 
이를 바라보는 친박계의 시선은 우려와 함께 일부에서는 공포까지 감지된다. 차기 총선 공천에 대한 두려움이다. 특히 국방부 장관을 이례적으로 당으로 불러들여 공개적으로 호통을 치며 면피를 준 것이나, 이주영 해수부 장관의 업무 복귀를 요청한 것을 두고 "내각에 군림하려는 것이냐"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려는 것이냐"는 지적도 나왔다. 당정 협의 등 채널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은 정략적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이와 관련해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긴급현안에 대해 당정협의를 통해 의논하고 협의할 수 있다"며 "장관을 불러 질책하는 모습은 대통령의 권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고 박사는 또 "국방장관은 60만 대군의 총수인데 이 사람 앞에서 책상을 꽝꽝 치면서 호통을 치는 것은 다른 게 있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말해, 김 대표의 숨은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그러면서 "김 대표가 (재보선 승리 후) 몸을 낮춘다고 하지만 실제로 행동은 굉장히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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