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 기자] 앵커 : 지난 7일이었죠.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특별법과 청문회 일정 등에 대해 전격적으로 합의를 이룬 바 있는데요. 이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불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거세지며 합의안 파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늘이 합의안에 대한 향배의 분수령이 되고 있는데요. 현재 세월호 참사 관련한 상황을 정치부 한광범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한광범 기자! 오늘 여야가 만나 대화를 나눴죠? 이 소식 먼저 전해주시죠?
기자 : 네. 오늘 오전 11시부터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간의 주례회담이 열렸습니다. 3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는데요.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두 대표 간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못하고 대화 내내 평행선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결국 두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의원총회 일정을 고려해 내일 다시 만나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앞선 상황으로 봤을 때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던 걸로 보입니다. 우선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입니다. 야당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안전행정부 장관을 역임한 유정복 인천시장의 증인채택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여당은 세 사람 중 김기춘 실장과 유정복 시장의 증인채택에 동의해줄 수 있지만, 전제조건으로서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의원과 함께 송영길 인천시장의 증인채택을 제시했습니다. 야당은 이런 요구에 대해 “그럼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증인대로 불러 세우자”고 맞서고 있습니다.
또 다른 쟁점은 특별검사 추천권에 대한 문제입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 부분에 합의에 당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자, 추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와 관련해 박영선 원내대표가 야당 혹은 유족의 특검 추천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대안을 제안했으나, 이완구 원내대표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 문재인 의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하면, 이번 세월호 참사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요. 양 측이 이와 같은 요구를 하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자 : 새누리당이 문재인 의원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것은 세모가 참여정부 시절에 많은 채무를 탕감 받았던 것에 대한 의혹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새정치연합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법원의 판결로 채무가 탕감 받은 것을 두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증인 채택 하겠다는 자체가 정치공세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문 의원 증인채택 요구를 김기춘 실장에 대한 방어 차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의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새정치연합에서 쉽사리 증인 채택에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의원을 증인채택 하려면 조건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이 선행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데요.
이는 지난 정부에서 해운산업 분야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선령 제한이 30년으로 완화되며 이번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작동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세월호는 수입 당시 연령이 과거 연령 기준인 20년에 가까웠었는데요. 새정치연합은 채무 탕감과는 달리 '규제완화'의 주체는 행정부였던 만큼 행정부의 수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 증인채택 문제가 계속 평행선을 달리게 될 경우, 향후 합의안의 향배는 어떻게 흘러가게 되는 것인가요?
기자 : 이 부분을 얘기하기에 앞서서 먼저 지난 7일 합의안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을 먼저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새정치연합은 현재 합의안 11개 사항은 '패키지', 즉 한 묶음으로서 한 부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합의안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이 경우 오는 증인협상 난항으로 18일부터 하기로 한 청문회가 무산되면서, 합의안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새누리당은 각 합의항별로 개별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의 '패키지'합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합의안 추인의 문제가 또 남아있습니다.
어제였죠. 46명의 의원이 공개적으로 '재협상'을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요구했는데요. 여기에 더해,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도 공개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이고, 유족과 시민사회에서도 목소리가 합의안 파기 목소리가 더욱 더 높아지는 상황이라 추인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는 재협상, 추가협상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완구 원내대표가 특검 추천권 부분에서 대폭 양보가 이뤄질 경우 야당 내 추인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앵커 : 다시 청문회 얘기를 해보시죠. 국회 증인석이 세우려면 1주일 전에 통보가 가야 하잖아요. 그럼 오늘 중으로 증인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18일 청문회가 가능한 거죠? 이대로라면 증인채택이 무산되면서 청문회도 무산되는 건가요?
기자 : 네. 이 경우 우선 18일 청문회는 무산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19일부터 21일까지의 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이므로 내일 전격적으로 합의가 이뤄지면 청문회는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새누리당이 전격적으로 양보를 하지 않는 한, 청문회는 열리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증인채택 문제로 청문회가 무산될 경우, '패키지' 합의를 주장해왔던 새정치연합이 곧바로 합의안 파기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야 합의안에 대한 파기를 선언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역설적으로 여당이 완강하게 버티는 상황이 야당에게 퇴로를 열어줄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이 경우 합의안 파기의 원인을 두고 다시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 그럼 합의안이 파기되는 상황을 고려해보죠. 합의안이 깨진 뒤, 다시 협의를 진행한다는 게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또 이제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일정도 있어서 청문회 일정을 잡기도 마찬가지고요. 어떻게 진행될까요.
기자 : 쉽사리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합의안이 파기될 경우,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은 이번에 섣부른 합의로 유족, 시민사회와 당 내부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기에 향후 협상에서 더욱 강력한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상조사위원회 내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두게 하라는 입장까지는 아니어도, 최소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니 유족이 갖는 방안을 마지노선으로 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현재 여당이 절대 불가를 외치는 지점이죠.
더욱이 여당은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의 마지노선을 '지난주 여야 원내대표 합의'로 못 박은 만큼,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습니다. 새누리당으로서도 양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와 세월호특별법은 여당 입장으로서는 당장 급한 것이 아닙니다. 여당도 세월호특별법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절박성이라는 측면에서 유족과 야당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입니다.
이렇게 여당의 버티기가 계속 될 경우, 야당은 정기국회에서의 다른 현안과 '빅딜'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선 국감 보이콧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또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올해부터 정부의 예산안이 자동 상정됨에 따라 야당의 카드가 크게 줄어들어, 야당의 고민은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