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중대한 경영상 오판이자 과실로 인해 발생한 일입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위현석)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15년을 구형받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4)이 입을 열었다.
검찰은 "피고인 현재현 회장은 최고 의사 결정권자로서 피해를 보전할 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CP를 발행해 거액의 이득을 얻고 수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구형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
동양(001520)그룹이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어서 계열사 CP와 회사채 발행 및 판매가 가능했다"며 "다른 증권사 중에서는 동양 계열사의 CP 및 회사채를 판매한 곳이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동양만 자금 조달을 위해 고객의 손해를 무릅쓰고 판매했고 고객들에게 상품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사건이 터진 후에야 '내가 구입한 게 CP구나'라고 아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현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 관련해서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면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현 회장은 이를 부인하면서 보상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검찰은 현 회장과 더불어 사기성 CP 발행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정진석(56) 전 동양증권 사장과 이상화(49) 전 동양시멘트 대표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8년을 구형했다. 계열사 부당 지원을 공모한 혐의 등을 받는 김철(38)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에게는 징역 8년을 구형했다.
현재현 회장은 경영상 잘못된 판단을 했을 뿐 사기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현 회장은 최종 변론을 통해 "지난 2012년말 대대적인 그룹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며 "그러던 지난해 2월 동양파워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사업 인가를 받으면서 그룹 전체적으로 고무돼 있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 사업으로 상당한 이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따라서 그 때만해도 그룹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동양매직과 동양파워를 조기에 매각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구조조조정이 제대로 안되면서 이런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동양그룹 가족들과 이 재판을 함께 받는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미안하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도 다시 한번 미안하다"고 강조했다.
현재현 변호인 측은 "현 회장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형사처벌은 엄밀히 들여봐달라"라는 입장이다.
현 회장이 시세 조정을 할 동기가 없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변호인 측은 "주가 조작이 적발될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사회적 비난을 받을 것을 현 회장이 몰랐겠냐"며 "현 회장은 시세 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변론했다.
한편, 재판부는 동양 사태 피해자 1명을 즉석에서 증인으로 채택해 피해자 진술을 허락했다. 원칙적으로 피해자 진술은 심리기간 중 증인신청 형식으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 출석한 동양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에게도 말할 권리를 주는데 피해자들도 발언 기회를 조금만 달라"고 요청하자 재판부는 검찰측과 변호인측의 동의를 얻어 피해자 진술을 진행했다.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 윤모 씨는 교통사고로 다리가 절단된 후 받은 보험금 2억원을 동양인터내셔널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었다. 당시 지점으로부터 상품 가입 권유를 받았는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해 상품명도 모른채 가입했다.
윤 씨는 "돈을 아껴야 해서 버스타면 15분이면 가는 곳을 30~40분 걸려 걸어다닌다"며 "상황이 매우 어려운데 투자금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공판이 끝나자 동양사태 피해자들은 "지금 우리는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 본인들은 살겠다고 재판장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게 말이 되냐", "순순히 사기라고 시인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 "어떻게 해서든 죄를 줄어보겠다고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동정에 호소하는데 어이가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선거 기일은 다음달 10일 오후 2시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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