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아이고~의미 없다…." 듣는 사람의 기운을 쭉 빠지게 하는 유행어입니다.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을 이 유행어로 일갈할 수 있을까요. 특히 2030 세대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 줄어들지만, 공적연금을 받는 사람은 늘어납니다. 이에 따라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젊은 세대는 본인의 공적연금을 뒷받침할 뒷세대가 감소하니까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공적연금의 제도 설계 또한 젊은 세대에게 불리하게 구성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복지 수준은 선진국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므로 그것을 확대하는 방향은 옳습니다. 하지만 세대 간 형평성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국민연금·기초연금, 2030 세대에 '불리'
국민연금을 살펴볼까요. 국민연금 제도가 후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라는 점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국민연금은 제도 도입 초기에 가입한 사람의 수익비가 미래 세대의 수익비보다 높게 설계됐습니다. 현재의 가입 세대는 미래 세대가 낸 보험료의 지원을 받는다는 겁니다. 국민연금 홈페이지에서도 "지난 1988년부터 3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의 수익비는 2.8인 반면, 지난 1999년부터 같은 기간 동안 가입한 사람의 수익비는 2.0"이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 내용을 좀 더 이해하기 쉬운데요. 1928년생 국민연금 가입자의 수익비는 10.79로 1990년생의 2.02의 5배에 달하는 등 나이가 많을수록 수익비가 커졌습니다. 수익비는 부담액 대비 수령액 비율을 뜻합니다. 가령 수익비가 1.8이면 국민연금 보험료로 10만원을 30년간 내면 미래에 18만원을 받는다는 얘깁니다. 이런 구조가 세대 간 소득재분배의 '순기능'을 한다는 게 국민연금의 설명이지만, 2030 세대 입장에서 '아이고 의미 없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겠죠.
기초연금은 세금으로 충당됩니다.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세대가 낸 세금이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에게 흘러가는 거죠. 세금을 내는 세대는 부담이 커지지만, 미래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저출산 탓에 더욱 그렇습니다. 실제로 김명철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차장과 김영각 일본 센슈대 교수 등이 쓴 '인구구조 변화가 재정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2030 세대는 자신이 공공부문에서 받는 혜택보다 1인당 1억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성용 한국은행 조사역은 "현재 노인 세대와 미래 세대는 남은 수명이 다르므로 둘의 차이를 동일한 기준으로 계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보고서는 세대 간 조세 불균형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미래에 기초연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이유로 기초연금을 저소득층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실정입니다. 현 정부도 기초연금을 65세 이상 노인 100%에게 지급하겠다고 말했다가 정권을 잡은 뒤에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하고 수급 대상을 소득하위 70%로 축소했습니다. 현재 노인 세대보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긴 미래 노인 세대에게 불리한 정책 변경이라는 지적이 있었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기초연금 도입과 노후생활 안정 효과 분석'을 보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한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중)은 1994년생 26.85%~1969년생 35.44% 등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낮았습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국민연금에 가입할 확률이 커지므로 기초연금 수령액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의 공적연금(기초연금+국민연금) 소득대체율도 24.1%에 그쳤으나, 미래에도 이런 사정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것이지요.
◇"국민연금, 따져보면 남는 장사"
그렇다면 2030 세대 여러분은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을 '아이고, 의미 없다'라고 평가하고 관심을 버릴 것인가요. 수익률을 따져보면 국민연금은 아직은 '남는 장사'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국민연금 가입에 따른 내부수익률은 6.5(1990년생)~47.9%(1928년생)의 분포를 보였습니다. 내부수익률이 6.5%이라는 것은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연 6.5%의 금리를 보장하는 장기 금융상품에 가입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연금연구원에서는 이런 이유로 "제도 개혁 없이는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할 정도입니다.
요즘 6.5%짜리 금융상품이 있나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종전 연 2.50%에서 2.25%로 인하됐고, 시중은행 금리는 1%대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24일 기준 적금의 경우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이 4.20%이고, 1년짜리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75%입니다. 개인연금에 해당하는 연금저축의 경우 연간 400만원을 넣으면 최대 52만8000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는 하나, 국민연금과 수익성을 놓고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연금저축과 같은 개인연금의 수익비는 1을 넘지 못하고, 공시이율도 3%대 수준이 다수입니다.
따라서 실직, 폐업 등으로 납부 예외 기간이 발생한 가입자는 추납(추후 납부) 제도를 활용해 연금액을 확대하는 방법을, 지역(임의) 가입자의 경우 소득액을 높여(제대로) 신고해 연금액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직장 가입자는 소득의 9%를 연금 보험료로 내지만 절반은 회사에서 부담하므로 월급을 408만원까지 최대한 빨리 올린 뒤 다른 은퇴 계획을 추가로 세우는 게 좋을 것입니다. 408만원은 국민연금 보험료 산정기준이 되는 소득 수준인 현재 기준소득월액을 뜻합니다. 408만원보다 더 벌어도 보험료를 더 낼 수 없으니 연금을 더 받을 수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고민은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 중 한명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먼저 사망했을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져 100세 시대가 눈앞이라지만 '평균'일 뿐이고, 국민연금 수령 연령도 늦춰지고 있기 때문에 조기 사망에 따른 연금액 조정 리스크(위험)가 있다는 겁니다. 국민연금제도는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의 중복 수령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시기도 늦춰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애초 만 60세 이후 받을 수 있었으나, 수급 연령이 단계적으로 조정돼 1969년생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수령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A씨가 자신의 노령연금으로 월 30만원을 받고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A씨의 남편이었던 B씨가 사망하면서 유족연금 40만원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중복 수령이 제한돼 있으므로, 70만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A씨가 자신의 연금을 선택하면 배우자가 남긴 연금의 20%인 8만원을 추가로 받아 38만원을 받을 수 있으나, 유족연금을 고르면 본인 연금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 경우 A씨는 자신의 연금을 포기하고 유족연금 40만원만 선택하는 게 낫습니다. 어떤 경우 부부 중 한쪽만 가입해 그것에 집중하는 게 이득일 수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은퇴설계 전문가는 "여성이 남성보다 7년 더 살고 부부의 나이 차이 평균이 세 살이므로 열 살 차이 나는 연상연하 부부가 오래 살다가 비슷한 시기에 사망하는 것이 국민연금 수령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아이고 의미 없다. 연금액이 국민연금보다 많은 공무원이나 교직원 배우자를 만나는 게 낫겠다'고요? 공무원연금도 삭감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아무튼, 독자 여러분은 배우자와 약속 잘 지키시고 '꺄르르 꺄르르' 웃으며 건강하게 오래 사십시오. 다음 시간엔 빚더미에서 살아남는 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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