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월드컵)세계무대가 던져준 숙제 '경험과 지원'
2014-09-04 13:36:49 2014-09-04 13:41:16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1998년 그리스 농구월드컵(당시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6년 만에 세계무대에 나선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높은 벽을 여실히 느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은 4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그란카나리아 아레나에서 열린 2014 FIBA(국제농구연맹) 농구월드컵 라투아니아와의 D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49-79로 크게 졌다.
 
앙골라, 호주, 슬로베니아에 이어 4연패에 그친 대표팀은 멕시코와 남은 한 경기에서 첫 승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이번 대회를 치르며 대표팀이 드러낸 약점은 경험이다. 이를 두고 대한농구협회의 소극적인 지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몸싸움에 관대한 FIBA 규칙은 기본이고 상대 선수들의 거친 신체 접촉이 대표팀 선수들에겐 버거운 모습이다.
 
계속되는 신체 접촉에 전통적으로 한국이 강점을 보인 3점슛도 흔들렸다. 문태종(LG)과 조성민(KT)을 비롯해 대표팀 선수들의 3점슛 성공률은 4번의 경기에서 모두 상대보다 떨어졌다.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의 농구월드컵 4차전까지 3점슛 성공률. (FIBA 자료 정리=임정혁기자)
 
한편에서는 "경험만 쌓이면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거와 달리 선수들이 신장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어느 순간에는 대등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앙골라전 3쿼터에서 나온 모습이 대표적이다. 대등한 경기를 펼친 지난 3일 슬로베니아전 1~2쿼터에서도 선수들은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골밑을 파고들다 외곽슛 기회를 봤다. 자연스레 대표팀의 공격이 원활하게 풀렸다.
 
1990년대 대표팀에서 센터로 활약했던 한기범 희망나눔 대표는 "경기를 지켜보니 오히려 신장에서는 크게 밀리지 않았다. 다만 힘이 큰 문제다"라고 평가했다.
 
대표팀의 신체 조건이 과거보다 좋아진 만큼 이제는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싸움을 강화하고 경험을 붙이는 게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7월3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뉴질랜드와 농구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대표팀. (사진=KBL)
 
유재학 감독도 같은 생각을 매번 얘기했다. 과거부터 여러 프로농구 감독들이 평가전의 중요성을 역설했는데 이번에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슬로베니아전을 마친 뒤 유재학 감독은 '선수들의 몸놀림이 이전 경기보다 좋았다'는 질문에 "안 부딪혀 보다가 하니 어려운 것인데 자꾸 부딪혀 보니까 적응력이 생겼다"면서 "그래서 국제무대 경험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활약한 대표팀 막내 센터 이종현(고려대)에 대해선 "종현이도 대학에서 편안하게 농구하다 대표팀에 와서 해보니까 아는 것"이라며 "야단도 치고 하지만 몸으로 부딪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실전 경험을 강조했다.
 
리투아니아전을 마친 뒤에도 유재학 감독은 이종현과 김종규(LG)에 대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작은 부분에 대한 센스라든가 요령이 부족하지만 경기할 때마다 올라가는 부분은 보기 좋고 희망적"이라고 재차 경험을 언급했다.
 
유럽에서 오랜 선수생활을 한 문태종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그는 "유럽 팀과의 경기를 통해 한국 팀이 많이 배우고 있다"고 이번 대회에서 얻은 점을 설명했다.
 
이번 농구월드컵을 앞두고 대한농구협회는 대표팀과 뉴질랜드의 평가전을 개최하는 등 발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은 대만과 비공개 평가전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농구월드컵을 직전에 둔 한 달 전부터 대표팀은 평가전을 못했다. 가장 마지막 평가전은 지난 7월3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경기다.
 
이 때문에 막상 대회에 나서자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 아직도 가장 아쉬운 경기로 남은 첫 번째 경기인 앙골라전을 놓고 "실전 감각만 올라온 상태였으면 충분히 이겼을 경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농구대표팀의 막내인 고려대의 이종현. (사진캡쳐=FIBA)
 
대한농구협회의 아쉬운 부분이 드러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월에 열린 농구월드컵 조 추첨식에 대한농구협회 관계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현지 모습을 중계하던 카메라는 각 나라가 호명될 때 해당 국가의 관계자를 중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나 사회자가 한국을 호명하는 순간 카메라는 아무도 담지 못했다.
 
한 농구 관계자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지적을 벗어나려면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대표팀은 오는 5일 멕시코를 상대로 다시 첫 승에 도전한다. 금메달을 목표로 출전하는 인천 아시안게임 직전 마지막 경기이자 어렵게 얻은 평가전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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