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한국 기업을 타깃한 특허괴물(Patent Troll)들의 소송이 10년 사이 13.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따른 제조사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수정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미국, EU 등 각국 경쟁당국, 구글과 삼성 등 ICT업계의 세계적 경쟁법 권위자들을 초청해 서울국제경쟁포럼을 열었다.
이날 자리에서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스마트폰 하나를 만드려면 25만개 특허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며 "제조사 하나가 이를 모두 가질 수 없기때문에 이 많은 특허를 어떻게 최대한 많이, 저가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NPE(특허괴물)이 제기한 소송 건수가 2004년에 견줘 2013년 현재까지 13.5배로 증가했다"며 "전 세계 ICT업계가 주요 타깃인데,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업계 각각 2위, 10위를 차지할만큼 많은 소송을 당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Frédéric Jenny OECD 경쟁위원장, Paul Nihoul 벨기에 루벵대 교수, Maureen Ohlhausen 미국 FTC 위원,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 Scott Kieff 미국 ITC 위원, 강기중 삼성전자 부사장, Allen Lo 구글 법률고문.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신 사무처장은 "특허청이 낸 자료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NPE의 소송 건수는 2011년부터 급격히 늘고 있다"며 "2009년에 견줘 2013년 소송 건수가 대여섯배에 이른다"면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적인 소송도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허괴물들이 특허권을 남용해 이득을 취하는 방식은 다양화하고 있다.
신영선 사무처장은 대표적 사례로 ▲특허해적 행위 ▲끼워팔기 ▲공모 ▲복수소송 ▲프랜드 조항 위반 등을 꼽았다.
특허해적 행위(Privateering)는 특허괴물이 한 회사와 결탁해 경쟁사에 특허권을 공격적으로 주장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특허권을 특허괴물에 넘긴 후 뒤에 숨어 경쟁사가 많은 비용을 소송으로 물게 해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사업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진다.
신 사무처장은 "경쟁사 간 소송비용이 제품으로 전가돼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끼워팔기(Tie-in sale)는 많은 특허를 확보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얻게 된 특허괴물이 표준특허 등을 판매하면서 원하지 않는 특허까지 강매하는 행위다.
공모는 특허 컨소시엄을 형성한 업체들끼리 결탁해 참여하지 않은 기업이 특허권 사용을 요구하면 높은 로열티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차별하는 행위다.
복수소송은 한 제품 또는 유사 제품군을 만들 때 필요한 특허권 여러 개를 한 데 모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구성, 이를 여러 곳의 특허괴물에 판매해 경쟁사가 다수의 특허괴물을 상대하게 하는 방식이다. 경쟁사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 대개 라이센스도 더 많이 내게 돼 피해를 입는다.
프랜드(FRAND)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이라는 뜻의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의 약자다. 프랜드 조항은 표준특허를 개방해 로열티를 지불한다면 누구에게나 특허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원칙이다. 특허권자의 무리한 요구때문에 제조사가 생산 자체를 시작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그런데 일부 특허괴물은 표준특허가 커버하지 않는 법망을 틈타 이 원칙을 위반하기도 한다.
이밖에 지나치게 많은 로열티를 요구하거나,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특허권을 두고 협박 서한을 보내는 등의 방식이 악용되고 있다.
신 사무처장은 "특허권에 대한 경쟁법 집행이 회사의 R&D 활동을 저해해서는 안되지만, 특허 남용행위와 관련 경쟁법이 제대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좀 더 합리적인 방침이 필요하다"며 "특허관리전문회사(PAE)의 남용행위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는 한편 각 부처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견해를 모아 가이드라인을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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