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2000년대 초중반 넥슨은 온라인 게임시장의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하고,계속해서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공을 거둡니다. 2000년 124억원에 불과했던 넥슨의 매출은 2013년 ?1조6386억원으로 성장하면서, 15년 사이에 매출이 130배 이상 늘어난 '로켓 성장'을 이룹니다.
또 넥슨 이후 한게임, 넷마블, 네오위즈 등 대형 퍼블리셔들이 속속 등장하며,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 자체가 급속도로 성장하게 됩니다. 넥슨이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맡은 셈입니다.
2012년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국내 시장을 평정한 듯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의 급부상과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또 다시 무한 경쟁의 시대에 돌입하게 됩니다.
또 2014년 현재 해외에서는 중국 시장의 던전앤파이터가 넥슨의 중요한 캐시카우로 자리잡고 있지만, 일본, 북미 등에서는 여전히 도전자의 자세로 시장 개척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 11. 크레이지 형제, 대한민국을 점령하다
2000년경 한국 게임업계는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들은 여전히 온라인 RPG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넥슨도 현재 클래식 RPG라 불리는 아스가르드 등의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당시 넥슨은 정말 대한민국을 '미치게' 만든 게임 2종을 연달아 내놓습니다.
바로 2000년 10월 발표한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앤비’와 20004년 6월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크레이지 레이싱 ‘카트라이더’입니다.
◇지난 8월 넥슨은 카트라이더 1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했다(사진=넥슨)
이 두 게임은 어린 학생부터 20~30대까지 모두 온라인게임에 빠져들게 만들며, 온라인게임을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전 국민이 즐기는 여가생활로 바꾸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웁니다.
또 각종 캐릭터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면서 지금도 콘텐츠 산업의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특히 ‘카트라이더’는 2005년 1월 5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국산 게임의 자존심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한편, 비앤비의 경우 허드슨 봄버맨 시리즈와 유사한 게임성을 지적받으며, 법적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넥슨은 허드슨과의 라이선스 일부 사용 계약 합의를 진행하는 한편, 2007년 ‘저작권 침해금지 청구권 등 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캐릭터가 전체적인 미감과 색이 달라 유사성이 없다’는 승소를 이끌어 내며 게임 표절에 대한 중요한 판례를 남기기도 합니다.
◇ 12. 넥슨의 색깔을 완성시킨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
지금도 넥슨 하면 떠오르는 게임 4가지를 꼽으라면,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와 더불어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를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난 2003년 4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메이플스토리는 귀여운 2D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온라인 RPG 게임으로 2007년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 2008년 국내 동접 20만명 돌파 등의 기록을 세운 넥슨을 대표하는 RPG게임입니다. 최고의 ‘초딩용’ 게임으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죠.
이 게임은 넥슨 자체 개발이 아닌 ‘위젯’이라는 업체가 개발한 게임으로, 넥슨은 지난 2004년 위젯의 지분 100%를 인수하게 됩니다.
위젯 이후에도 넥슨은 2006년 두빅 엔터테인먼트(컴뱃암즈 개발), 2008년 네오플(던전앤파이터개발), 2010년 엔도어즈(아틀란티카 개발) 등을 연이어 인수합병하며, 내부에서 부족한 역량은 적극적인 M&A로 외부에서 찾는다는 기업 경영 색깔을 확실하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지난해 제작된 메이플스토리 10주년 기념 CF 스틸컷(사진=넥슨)
2003년 메이플스토리에 이어 2004년 6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마비노기’도 넥슨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메이플스토리가 넥슨의 인수합병 경영방침을 대표하는 사례라면, 마비노기는 창사 초기부터 이어온 실험적인 게임 개발 노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로는 아주 유려한 카툰렌더링의 도입과 전투가 아닌 아르바이트, 음악 연주, 캠프파이어 등‘생활’에 초점을 둔 자유도 높은 게임성으로 여성 유저 등으로부터 큰 지지를 이끌어 냈습니다.
2001년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앤비, 2003년 메이플스토리, 2004년 마비노기·카트라이더로 이어지는 화려한 시대는 지금도 넥슨 최대의 황금기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 13. 20004년 2월, 종합게임포털 ‘넥슨닷컴’ 오픈
2000년대 초반 국내 게임업계에는 ‘게임포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서비스가 등장합니다. 1999년 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만든 ‘한게임’, 2000년 3월 방준혁 넷마블 고문이 여덟 명의 게임 개발자들과 만든 넷마블은 2001년 라그하임의 성공으로 퍼블리싱 사업의 가능성을 증명합니다.
웹보드게임이라 불리는 고스톱 포커와 같은 간단한 게임으로 이용자를 불러 모으고,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RPG, FPS와 같은 마니아 게임들을 연이어 성공시키는 안정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한 것입니다.
이에 비해 넥슨은 다소 늦은 2004년에나 서비스하는 게임들은 한 곳에 모은 게임포털 ‘넥슨닷컴’을 출범시킵니다.
하지만 때마침 흥행돌풍을 일으킨 ‘카트라이더’ 등 황금세대 게임들에 힘입어 그해 9월 게임포털 방문자 수 수위, 이듬해 9월 네이버, 다음 등에 이어 포털 방문자 수 전체 5위에 오르며 국내를 1위 게임사로 명성을 쌓기 시작합니다.
◇현재 넥슨닷컴에서는 39개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사진=넥슨)
◇14. 2005년, 넥슨홀딩스 설립..일본 시장 상장 준비 시작
“넥슨 관계자는 3일 "지난달 말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10월 1일 부로 (주)넥슨을 투자 부문과 게임사업 부문으로 분리, 각각 (주)넥슨홀딩스와 (주)넥슨으로 개편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넥슨홀딩스와 넥슨은 기존 넥슨에서의 물적 분할을 통해 개편되는 것으로, 10월 1일부터 넥슨은 넥슨홀딩스 자회사로 운영되며, 넥슨홀딩스가 넥슨의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된다.”<디지털타임스(2005년 10월 4일)>
게임업계에서는 지난 2005년 넥슨이 일본시장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후 넥슨은 넥슨홀딩스(현 NXC) - 넥슨재팬(현 넥슨 일본법인, 지난 2002년 설립) - 넥슨(현 넥슨코리아)로 이어지는 수직계열 기업지배 구조를 완성시키며, 넥슨 일본법인이 넥슨컴퍼니 본사 역할을 하며 일본 증시 상장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넥슨이 일본시장에 상장하는 길은 길고 험해, 6년 뒤인 2011년 12월에야 그 뜻을 이룹니다
◇ 15. 2006년 제라의 실패와 본격적인 해외 사업 박차
게임 기사 작성 시 꼭 피해야 하는 불문율이 하나 있습니다. 절대 3작품의 기대작을 ‘빅3’와 같은 식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게임업계의 빅3 증후군을 남긴 작품이 넥슨의 제라, 웹젠의 썬,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에스파다였습니다.
모두 엄청난 기대를 받은 MMORPG였지만, 이용자들의 냉정한 평가에 고배를 마셔야 했죠.
이들 세 작품은 오랜 시간 서비스된 과거의 MMORPG에 비해 콘텐츠가 적었고,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을 휩쓴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제라는 세 작품 중에서도 가장 먼저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승승장구하던 넥슨의 자존심의 상처를 남겼습니다.
◇썬, 제라, 그라나도 에스파다(사진=각사)
한편, 국내에서의 제라의 실패는 뼈아팠지만, 넥슨의 해외 시장 공략은 이 당시에 본 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메이플스토리는 2006년 2월 전 세계 회원 수 4000만명(국내 1400만명)를 넘어섰고, 같은 해 4월 중국에서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카트라이더는 오픈 이후 동시접속자 수 30만 명을 넘어서며 중국에서도 넥슨의 바람을 일으킵니다.
◇ 16. 2008년 7월 네오플 인수, 넥슨의 가장 성공적인 M&A
넥슨은 창사 이후 다양한 업체들을 인수합병했지만,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네오플 인수 합병은 넥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으로 꼽힙니다. 국내 게임산업 역사상 이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둔 인수합병은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2009년 공시된 넥슨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넥슨은 네오플 지분 100%를 확보하기 위해 약 385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당시 게임업계에서는 ‘기업 가치에 비해 넥슨이 투자한 금액이 상당히 낮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네오플이 당시 중국 텐센트와 ‘지하성과 용사’라는 이름으로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2008년 6월 중국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던전앤파이터는 지난 2012년 8월 중국 동시접속자 수 3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지난 2012년 넥슨 일본법인의 매출 1조5275억원 중 44%에 이르는 6815억원을 중국시장에서 거두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 17. 2010년 게임하이(현 낵슨GT) 넥슨컴퍼니 합류
네오플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면, 게임하이의 넥슨컴퍼니 합류는 넥슨이 국내 1위 온라인 게임사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게임하이의 서든어택은 지난 2008년 100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했을 만큼,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FPS(1인칭 슈팅)게임 입니다.
다만 넥슨의 게임하이 인수과정에서 서든어택을 서비스하던 당시 CJ E&M 넷마블과 개발사인 게임하이는, 서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첨예한 대립으로 양사 모두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됩니다.
"‘서든어택’의 서비스 문제를 둘러싼 CJ E&M(130960) 넷마블과 넥슨의 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넥슨에 인수된 '서든어택' 개발사 게임하이는 ‘서든어택’을 넥슨 포털에서 서비스하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CJ E&M은 자사가 퍼블리싱하던 ‘서든어택’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서든어택' 파국 위기..넥슨-CJ '넷탓' 공방, (뉴스토마토 2011년 06월 1일)>"
이후 넷마블과 넥슨은 공동 서비스 이후, 넷마블에서 서비스를 종료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게 됩니다.
하지만 ‘서든어택’ 서비스를 둘러싼 넷마블과 넥슨의 분쟁은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 한계에 직면해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넥슨지티(구 게임하이)는 최근 모바일 서든어택과 서든어택2를 연달아 공개하며, 다시 한번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진=넥슨지티)
◇ 18. 2011년 12월 넥슨일본 법인 상장
2011년 12월, 도쿄 증권거래소 1부 넥슨 일본법인이 드디어 상장됩니다. 이는 한국 기업 사상 최초의 사례로 게임산업 안팎으로 큰 반항을 일으키게 됩니다.
넥슨은 한국 증시가 아닌 게임산업의 메카인 '일본'에 상장하면서, 글로벌로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힘니다.
상장 당시 주당 공모가는 1300엔, 시가총액은 약 8조원으로 당시 닌텐도 시가총액의 3분1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화려하게 일본 증시에 데뷔합니다.
당시 국내에서 블레이드앤소울 출시를 앞둔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이 3조3000억~3조35000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넥슨이 얼마나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국내에서 넥슨은 한국업체가 아니라 일본 게임업체가 됐다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이에 대한 논쟁을 불붙을 때마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대첩’이 일어날 정도로 뜨거운 이슈입니다.
다만 알리바바의 최대주주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고,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고 해서 일본기업이나 미국기업으로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넥슨은 국내에 1500명, 일본에 500명 수준의 개발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올해에도 국내에서 대규모 공개채용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본사의 위치를 떠나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어디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한편, 이 논쟁에 대해 김정주 NXC 대표는 여러 차례 “국내에서 보면 코스피, 코스닥 상장만 보이지만 세상에는 증권 시장이 많다”며 “게임산업의 원류는 일본이고 거기서 한번 도전해보자는 선택이었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 19. 2012년 6월 넥슨,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로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설립자인 김택진 대표로부터 지분 14.7%에 해당하는 주식 321만8091주를 주당 25만원에 취득했다고 8일 밝혔다. 총 투자금액은 8045억원이며, 김 대표는 9.9%의 지분을 보유, 2대 주주로 내려섰다. (중략) 하지만 이 분야 최고라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 1대주주가 됨으로써 명실상부한 게임업계 최대 공룡이 됐다. <넥슨,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김택진의 통큰양보? (뉴스토마토, 2012년 6월 8일)>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인터넷업계 최대 규모였다면,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사례는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대의 인수합병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만큼 충격도 컸고, 넥슨이 천하를 통일했다는 마지막 선언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국내 1, 2위 게임사의 인수 합병 배경을 두고 정말 다양한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 해 연말 지스타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최근 외산게임이 두드러지게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온라인게임 선구자로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김정주 대표와 뜻을 모았다”며 “구체적인 것은 말할 수 없지만 한국 게임산업의 분기점이 될만한 것을 추진해 8월쯤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멈춰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뉴스토마토)
게임업계에는 당시 두 회사는 해외 대형 게임사의 M&A를 추진하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 20. 천하통일? 또 다른 위기가 시작된 2011~2013년
엔씨소프트의 인수합병으로 천하를 통일한 것 같았지만, 당시 넥슨은 국내외에서 예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2011년 11월 국내에서 1300만명이 넘는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합니다. 아마도 넥슨 창사 이후 가장 위기감을 느꼈을 순간일 것입니다.
20여년 가까이 충성 이용자를 확보했지만, 대형 보안 사고는 한순간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게 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일본 시장 상장을 막 앞둔 시점이라, 상장 이후 회사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넥슨 외에도 크고 작은 보안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졌다(사진=뉴스토마토)
더불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며, 넥슨은 좋든 싫든 업계 1위 기업으로서 온라인게임 시장에 쏟아지는 모든 비판을 감당해야 하는 ‘공공의적’이 됩니다.
1위 기업으로서 ‘셧다운제’ 등 많은 게임업계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 전국적인 PC방 불황으로 인한 높은 상생안에 대한 책임 대두, 상장 이후 수익성 추구가 과도해졌다며 ‘돈슨’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도 얻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넥슨의 위기는 게임 산업 자체가 변혁기를 맞으며 ‘새로운 도전 과제’가 주어졌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열심히 달려와서 산을 정복했지만, 알고 보니 더 큰 산이 앞에 나타난 격이었습니다.
게임이 끝난 줄 알았던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PC방 점유율50%를 먹어 치운 괴물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가 등장했습니다. 또 모든 산업을 혁신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아이폰 등장 이후, 게임사들도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시장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생깁니다.
◇ 에필로그..2014년 가장 큰 실험을 진행 중인 넥슨
"넥슨은 지난 1994년에 설립돼 지난 20년간 국내 온라인 게임산업을 이끌어 왔지만, 최근 들어 기존 인기작의 라이브 서비스에만 치중하며 신규성장 동력 확보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지원 넥슨코리아 대표는 “기존 인기게임의 라이브(운영) 서비스에 기울었던 무게 중심을 가운데로 가져올 것”이라며 “실패를 어느 정도 용인해주고 새로운 실험들을 하도록 회사 전체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넥슨 경영진..’실패’와 ‘잉여’ 허락하는 조직 만들겠다(뉴스토마토, 2014년 05월 29일)>
넥슨은 2011년 이후 닥친 위기를 초심으로 돌아가 풀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개발조직을 보유한 넥슨코리아에서는 사내 인큐베이이션실을 신설해 넥슨 초기의 실험 정신을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넥슨은 지난 5월 기존의 모바일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야생의땅, 듀랑고’를 공개하고, 지난 7월에는 하반기 준비하고 있는 13종의 모바일게임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넥슨컴퍼니 자체 제작 작품들은 ‘개발자들이 즐거운 게임을 만든다’는 큰 목표를 가지고 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NDC2014에서 김정주 넥슨 대표(왼편)는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넥슨일본법인과 넥슨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경영진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혔다(사진= 넥슨)
온라인게임 분야에서는 피파온라인3을 또 하나의 주력 라인업으로 확보하면서, 메이플스토리2, 서든어택2 등 차기작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시장을 개척해 성장동력을 확보했던 초창기처럼, 기존 넥슨이 강세를 보이지 못했던 북미지역에서 활로를 뚫기 위해 북미지역의 신생게임사들에 대한 활발한 지분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만드는 신작들은 이르면 올 연말부터 선보이게 됩니다.
2014년 넥슨은 상장 이후 축척한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역사상 사상 최대의 실험에 나서고 있습니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개척자'가 이제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추격자'가 되었다는 평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넥슨이라면' 불황에 빠진 게임업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정주 대표가 여러 차례 ‘아직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처럼, 간절한 자세로 도전해야만 넥슨 제2의 황금기를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끝>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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