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서울시를 무시하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가 노골적이다. 부동산, 세제개편 등에 서울시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번번히 묵살되고 있다.
지난 18일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연한을 10년 단축하는 '9.1 부동산 대책'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서울시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은 40년에서 30년으로 줄어든다.
개정안 입법 예고 전부터 서울시는 이를 보류해 줄것을 정부에 요청했었다. 개정안은 건물 수명을 늘리는 기존 정부 정책과 어긋나며 멀쩡한 건물을 새로 짓는 낭비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정부는 서울시의 요청을 무시하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서울시는 불만스럽지만 속수무책이다. 이건기 서울 행정2부시장은 지난 19일 시의회에서 "재건축 연한을 정부는 30년으로 축소하려고 하지만 서울시는 사용연한을 기준으로 환경 등을 감안해 30년으로 이미 정했다"며 서울시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서울시의 '재건축 연한 40년'은 힘을 잃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30년된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해도 서울시가 막을 수 없다"고 허탈해했다.
서울시의 담뱃세 개정 요구에도 정부는 귀를 막았다. 지난 11일 정부는 내년부터 담배가격을 2000원 올리면서 담배에 개별소비세(2500원 기준 594원)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을 소폭 올렸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국세 수입은 1조1000억원 이상 늘어나지만 지방세 수입은 196억원이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정부가 담뱃세 인상안을 지방과 사전에 전혀 협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열악한 지방세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소비세 5%포인트 인상 등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정부는 서울시의 무상보육비, 기초연금 국비 지원 확대 요구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이달 초 서울시를 포함한 지방정부가 복지재원 부족으로 디폴트 위기를 겪고 있다며 지방정부가 보편적 복지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지방정부의 방만한 경영에 일부 책임이 있다며 지방정부 자체 해결을 강조했다.
서울시도 불만이 쌓이고 있지만 중앙정부가 예산을 쥐고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서울시는 노후 배수관을 교체하기 위해 매년 100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는 노후 지하철 시설 수리 등도 정부 지원 없이는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 중 영향력이 가장 큰 서울시마저 정부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면서 지방자치 위기론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 공무원들 사이에서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대행 창구가 됐다. 이럴 바에는 지방자치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우)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좌)가 1일 오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조찬 회동을 위해 만났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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