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정부가 담뱃세·주민세 등을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원칙이 '복지 없는 증세'로 둔갑한 모양새다.
22일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에 의하면 복지 관련 예산은 2014년 106조4000억원에서 2015년 115조5000억원으로 8.5%(9조1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예산(376조원) 중에서 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초로 30%를 돌파한 것이다.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배정된 금액만 놓고 봐도 복지부 총지출은 지난해 46조9000억원에서 5조원(10.7%) 늘어난 51조9000억원에 달한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부자감세 기조가 여전한 가운데 정부 총지출이 전년 대비 5.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복지 관련 예산은 증세 없이도 큰 증가폭(8.5%)을 기록한 셈이다.
그러나 복지 관련 예산 증가분 9조1000억원 가운데 71.5%는 법에 따른 자연증가분임을 감안하면 복지 관련 예산 증가를 정부의 의지라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1년 지급을 위해 2조3823억원이, 공적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에 3조2548억원이 투입된다는 점에선 복지 관련 예산 증가분의 상당액은 의무지출에 해당한다.
또 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10원 한 푼 반영되지 않는 등 정부가 복지를 확대했다고 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법 개정으로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를 인상할 방침이라 논란을 자초했다. 복지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인데 간접세만 오르는 형국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담뱃세 인상만으로 정부 추산 2조8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전망이지만 2015년도 금연사업 예산으로 고작 1521억원이 편성된 현실은 정부의 '국민 건강 증진' 변명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3일 "증세가 아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담뱃세를 인상한다는 이 말을 과연 어느 국민이 믿겠나"라고 질책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도 이날 "자연증가 예산을 제외하면 상당수 복지예산은 올해 대비 제자리걸음이거나 사실상 삭감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영유아보육료 등이 제자리걸음이고, 아동학대 예산은 실제 소유액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편성됐다"는 것이다. 실제 영유아보육료 지원이 3조3292억 원에서 3조23억원으로 3269억원 줄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초연금을 제외하면 과거 복지 증가 속도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예산안"이라면서 "자연증가분 약 7조원이 복지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내년 복지 예산안은 기존 복지 증가를 따라가는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복지 분야 재원 배분. (제공=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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